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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주 이타카시 위치,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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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사회적 금융'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은 한국형 사회적 금융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지난 1월 14일부터 19일까지 사회적 금융기관이 비교적 잘 조성돼 있는 미국을 방문, 현지 사회적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조명해봤다. - 기자말

뉴욕 주 남쪽 기슭에 위치한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 명문 코넬대학이 있고 지역화폐와 친환경 에코빌리지로 잘 알려진 곳. 뉴욕에서 자동차로 4시간이 넘는 길을 달려 목적지인 이타카(Ithaca)시에 도착했을 때 이미 날은 어두워져 있었다. 내가 미국 사회적금융 기관 방문의 첫 탐방지로 이곳을 택한 이유는 AFCU(신용협동조합, Alternative Federal Credit Union)라는 특별한 기관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미국에는 각각 조직 형태는 다르지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 중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지역개발금융기관(CDFIs)이 1000개 남짓 존재한다. 지역금융의 역사적 근원은 서부개척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초반기인 1992년에 정식으로 제도화되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낙후지역의 금융소외계층들을 위해 일하는 지역밀착형 풀뿌리 금융기관들로, 이들 가운데 약 200개가 CDCU(Community Development Credit Union), 즉 지역신협이다.

미국 신용협동조합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2011년을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7562개의  신협이 존재하는데, 이중 약 40%는 중앙정부로부터 나머지 60%는 지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활동하고 있으며 모두 비영리 기관이다. 1974년에 금융 소외지역에서 활동하는 300개의 '뜻있는' 신협들이 모여 '전미 지역신용협동조합 연맹(National Federation of CDCU)'를 만든 후 1990년대 초반부터 주주이익만 좇는 탐욕적인 상업은행들에 맞서 지역주민에 대한 금융교육,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서비스 등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운동(CDFI Movement)'을 전개해오고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금융기관 중 정부 규제를 받지 않는 대부펀드(Loan Funds) 숫자가 훨씬 많으나 시중은행의 총 대출내용 중 일정 부분을 낙후지역에 의무적으로 집행하도록 강제한 지역재투자법(CRA act) 개정, 지역에 투자하는 민간자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법제화한 것 등은 모두 '올바른' 금융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 신용협동조합들의 신념과 철학 그리고 노력의 소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 주 이타카시에서 활동하는 신용협동조합(AFCU)은 지역주민에 대한 봉사 및 기여 측면에서 가장 모범적인 지역 금융기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이다.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금융기관'

신협 건물은 '이곳이 정말 금융기관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비사무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1층 로비 정면의 안내 데스크에는 두 명의 여직원이 들어오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아침인사를 주고받았다. 긴 장화에 흙이 잔뜩 묻은 농부아저씨와 청바지 차림의 청년은 창구에 서서 서류를 작성하고 있고, 사십 중반쯤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은 대기실 소파에 비스듬히 걸쳐 앉아 한 남자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창업상담을 하는 중이었다.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고객용 창구 바로 옆 사무실에서 50대의 중년 여성이 나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이번 탐방을 흔쾌히 허락해준 최고업무책임자(COO) Leni Hochman 여사다. 한국인 입양아를 '가슴으로' 낳았기 때문에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아들이 모국어를 배우러 한국에 가 있다며 웃는다. 혹시 송호창이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어서 유명한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지금은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답하면서 어떻게 아시냐고 되물었더니 이타카에 머물 때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세상은 정말 좁다!    

건물 안내를 맡은 Karl Graham은 지역 개발 및 관리담당 이사 명함을 가진 중년의 흑인 남성이었다. 해군에 복무하다 1985년에 '고향'으로 돌아와 28년째 신용협동조합(AFCU)을 지키고 있는 토종 이타카맨인 셈이다. "이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입니다. 상담창구 바로 앞에 어린이들의 공간을 만든 것은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책상이며 가구 대부분이 실제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밖에서 보셨겠지만, 저희 조합의 상징물인 '돌'도 조합원이 기증해주신 거랍니다." 목소리에 자긍심이 배어난다.

건물 외벽 한 편에는 사람들이 어울려 노는 거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어린아이부터 마을 예술가들까지 각자 그리고 싶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려 넣은 '종합 예술작품'이라고 한다. 업무시간이 지나 조합을 찾은 이들을 위한 비상전화를 설치한 것부터 신협 조합원이 비조합원 예금고객들을 초대하여 함께 하는 성탄절 파티에 이르기까지 신협 활동에 대해 설명해주는 많은 것들이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에서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터인데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졌다. 

동양에서 온 별 볼 일 없는 사람을 위해 대표이사(Tristram Coffin)를 포함하여 총 4명의 임원(다른 한 사람은 여신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Carol Chernikoff 이사)이 두 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 동안 때론 단순하고 때론 엉뚱한 질문에 지루한 기색없이 시종일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답해주는 모습은 너무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남도기행을 하다가 우연히 시골 어느 마을에 들러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처럼.  

다음은 신용협동조합(AFCU) 임원진과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우리의 사명은 금융소외 계층에게 재무적 도움을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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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카시 신용협동조합 건물 Alternative Federal Credit U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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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협동조합(AFCU)은 1979년에 설립되었으니 3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어떤 계기로 지역신협을 만들게 되었는가?
"AFCU는 상업은행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지역의 몇몇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당시 창립 맴버 중 지금도 우리와 함께 일하는 선배분이 계신데, 그분의 말에 따르면 동네 빵집을 공동소유로 운영하기 위해 동업자들과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신청자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불만이 쌓여갔고, 고민을 거듭하던 중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신협이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AFCU의 사명은 금융소외 계층에게 재무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경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는 선배들의 판단이 옳았다고 믿으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 현재 조합원은 몇 명이며, 주로 어떤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가? 
"처음에는 이타카 지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다른 협동조합들이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충분한 대출수요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 중 금융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들을 자연스럽게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게 되었다. 지역주민들 중 상당수가 조합원이며 또한 고객이다. 30년 전에 불과 2000명 남짓하던 조합원이 지금은 1만 명 수준으로 늘었다. 신협 상근직원도 당시 12명이었는데 지금은 41명이다. 같은 기준으로 수신(deposits)은 600만 불에서 6000만 불로, 여신(loans)은 360만 불에서 4000만 불로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우리는 매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 AFCU 성장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특별한 비결은 없다. 굳이 말하라면, 조합원들의 높은 충성도와 끊임없는 혁신,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매년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면서 걸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 AFCU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조합원을 포함하여 협동조합 이용 고객이 늘어나고 금융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AFCU가 지역주민들의 살림살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이라고 판단한다. AFCU는 지역주민의 수요에 기반한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험하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생산과 소비가 선순환되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지역주민이 주인인 금융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 믿는다."

- 신협과 지역, 즉 AFCU와 이타카시는 어떤 관계인가?        
"미국 신협은 지역, 직장, 교회 등 공동유대(common bond)를 통해 발전해 왔다. 이타카 지역에서 가장 큰 산업이 교육산업이다. 코넬 대학, 이타카 대학 등 교육기관이 많아서 지역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다른 지역처럼 집값이 폭락하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린 지역에 필요한 일을 찾고 또 지원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소기업 지원서비스(Small business service)는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정부, 비영리단체들에게 매칭펀드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Community partnership lending program)은 그들이 지역사회의 틈새를 메우는 일을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지역 신협은 지역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조직 아닌가?"

- 신협 운영과 지역사회 기여라는 두 가지 목표가 서로 상충되지는 않는가?  
"AFCU의 비전은 '머리와 가슴을 함께 겸비한 신협이 되자'는 것이다. 과거에 아주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지역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핵심기능인 신용협동조합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과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AFCU와 지역사회가 함께 풀어야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현재는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았다."

- 현재 AFCU의 재정 현황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AFCU의 재정은 AFCU 자체에서 해결한다. 조합원들이 내는 출자금과 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입 그리고 다양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 수입이 재정의 원천이다. 이 수입구조로 AFCU의 지속가능성은 충분히 담보된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예금&대출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들이 필요하다. 이 서비스들은 정부와 개인기부에 많이 의존한다. 우리는 인증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이기 때문에 필요한 사업의 경우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개인 후원자들로부터는 주로 재능기부를 받는 편이다." 
                               
- 다양한 금융서비스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생애 첫 주택구입을 위해 저축을 하고 있는 조합원을 위해 매칭펀드 방식으로 절반의 자금을 융자해준다. 자영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1:1 맞춤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청년 혁신기업가들의 창업 지원 및 지역 비영리 단체들을 돕기 위한 매칭펀드도 운영 중이며, 코넬대학 등 이타카 지역의 학생 협동조합들과 함께 지역주민들을 위한 '절세 프로그램(Free tax preparation program)'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높다. 통상 3개월 정도 진행하는데,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매우 뜻 깊은 연례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출파트 동료들은 '진심으로' 고객과 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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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절세 컨설팅을 알리는 프로그램 안내, AFCU 홈페이지 (www.alternativ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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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연차보고서에 신용활로(Credit path)를 열어주는 핵심 기능을 '교육'이라고 설명한 내용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의 교육을 말하는 것인가?
"AFCU가 수행하는 핵심 역할 중 하나가 조합원들에게 금융적 자각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재무적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금융거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가처분 소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저축은 왜 중요한지, 투자 및 융자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집을 사거나 소기업을 창업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신용을 쌓아가야 하는지 등 재무적인 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한 개인 상담, 학습, 토의, 세미나, 강좌 등 을 정기적으로 실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고 합리적인 지출을 할 수 있도록 19세 이하 청소년 대상의 재무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협동조합은 전통적으로 저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한국은 신협이 법인 대상으로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떤가? 신협 대상 규제나 제한규정이 많은 편인가? 
"물론이다. 이 산업 자체가 규제가 심한 산업 중 하나다. 1년에 한 번 해당관청의 감사를 받고 맞추어야 할 요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은행과 신협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상당부분 같기 때문에 은행은 신협의 업무영역을 제한하려고 하고, 신협은 더 많은 활동반경을 원하는 미묘한 갈등관계가 존재한다. 신협이 상대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신규로 설립되는 기관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은행에 비해 신협의 숫자가 현저히 적다. 시정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신협이 타 금융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을 통해 정부와 시민들이 신협, 특히 지역신협(CDCU)의 가치와 여할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정부도 예전에 비해 규정이나 감독 측면에서 신협에 대해 훨씬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 지역개발금융기관(CDFI)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지역신협(CDCU)의 경우 역으로 협동조합이 가져야 할 자립, 자활의 정신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신용협동조합(Credit Union) 그 자체만으로 보자면 이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금융조직으로서의 CDCU 나아가 CDFI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보다 정부 지원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CDFI들은 아주 작은 조직이다. 자체적인 노력으로 산업을 키우기에는 아직 힘이 약하다. 따라서 이들이 지역에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CDFI 펀드(미 재무성 산하의 지역금융 지원조직)를 만든 것도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우리도 늘 고민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 2010년도 CDFI 통계자료를 보면, 조사기관 평균 대손율이 2% 수준으로 나와 있다. AFCU의 대손율은 얼마나 되는가?   
"연차보고서에 나와 있듯이, 최근 몇 년간 AFCU의 대손율은 그보다 낮은 1.2% 수준이었다. 손해율이 낮은 첫째 이유는 누가 상환을 잘할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는 융자팀의 정확한 '눈'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출 신청자의 재무적, 비재무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숙련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공감 및 소통능력이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데, 대출 신청자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지금 대출을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를 상담자와 고객이 한 팀이 되어 고민하여 최선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AFCU 대출파트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진심으로' 고객과 대화한다."

-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업이 지속가능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인데, 신협업무 이외 상담, 교육 등 다른 활동들까지 소화하기가 벅차지 않은가?
"벅찬 것이 사실이다. AFCU 자체의 힘으로는 이 모든 사업들을 감당할 수 없다. 헌신적인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는 조합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CDFI들과 마찬가지로 연맹의 지원도 받고 있고, 공인된 비영리 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재정적 측면에서 정부 및 민간 기업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는다. 지난 30년의 경험을 통해, 신협의 재정수지 균형을 맞추는 것에만 몰두하게 될 경우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서로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진정한 '열쇠'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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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카 신용협동조합 내부. 고객 창구 바로 앞에 어린이를 위한 휴게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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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CU가 다른 신협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다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아까 1층에서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조합원이 신협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짜 친구처럼 대한다. 이러한 관계는 우리가 하는  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이 이곳을 자신의 협동조합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모든 신협은 특별하다. 뉴욕 할렘가에 있는 CDCU의 경우, 분명 그 지역의 요구에 맞는 다른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 끝으로, AFCU가 희망하는 미래상은 무엇인가?
"조합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품격 있는 봉사,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풍요롭고 강력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는 멋진 금융허브(financial hub)가 되는 것이다. 선배들이 일구어 온 훌륭한 전통 위에 따뜻한 마음과 탁월한 지성을 결합하면 이 꿈은 반드시 실현 가능한 것이라 믿는다."

바야흐로 협동조합 붐이다.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자유로워진 설립 요건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이상적인 조직 형태로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있다. 사업의 목적과 취지를 떠나 '협동하는' 조직을 꿈꾼다는 의미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편, 협동조합 본래의 가치와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민간의 순수 결사체인 협동조합이 지난 정권들을 지나면서 대부분 '공공영역' 안으로 강제 편입되어 다수의 조합들이 협동조합 본연의 정신을 잃어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일 것이다.

50년이 넘는 한국 신협의 역사 속에서 나눔과 돌봄, 자조와 협동의 가치를 실천하며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진짜' 협동조합들은 지금 얼마나 남아있을까. 제대로 된 지역 금융기관이 거의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지난 15년 동안 정부는 무슨 이유로 신협 신규허가를 단 한 건도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왜 솔선하여 지역의 풀뿌리 금융기관들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가진 금융시스템은 누구를 위해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이타카에서 내가 만난 중년의 활동가들은 행복한 경제공동체, 아름다운 금융질서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니 이웃과 '더불어 함께' 길을 만들어 가라는 교훈을, 자신들이 일군 의미 있는 역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협동사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되짚어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와 이루지 못한 미래의 꿈이 혼재되어 있는 답답한 우리 현실에서 진짜 '협동'의 길을 찾고자 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