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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댐이 건설되면, 이 아름다운 곳도 수몰됩니다.
 영양댐이 건설되면, 이 아름다운 곳도 수몰됩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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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토건정권'입니다.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여러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반대했음에도 22조 원 넘는 혈세를 4대강 사업에 투입했습니다. 최근 감사원 발표대로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로 판명났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반성없이 또 토건주의 정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8일 "6개 다목적댐과 8개 소규모댐을 추가 건설한다는 댐건설 장기계획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댐건설 계획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황당한 일인지 영양댐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이상한 사업, 영양댐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사는 집 주변에 댐이 들어서 자신과 이웃사촌 집 100여 채가 수몰된다는 통보를 받으면 어떤 심정일까요. 게다가 그곳이 맑은 공기에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면? 그런데 그 댐이 경제성이 떨어지고 담수한 물의 용처도 불분명한 수상한 댐이라면요?

바로 정부가 추가로 짓겠다는 다목적댐 중 하나인 영양댐이 그런 곳입니다. 영양댐은 시작부터가 참 이상한 사업입니다. 대개 댐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 등에 따라 물이 부족한 지역이나 홍수피해가 심한 지역에 건설됩니다. 그러나 경북 영양은 물이 부족한 지역도, 홍수피해가 심한 곳도 아닙니다. 

수몰 예정지 장파천의 늦가을 풍경. 댐이 완공되면 이 아름다운 풍경도 물속에 그대로 수장된다.
 수몰 예정지 장파천의 늦가을 풍경. 댐이 완공되면 이 아름다운 풍경도 물속에 그대로 수장된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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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수몰 예정지가 된 이곳 여러 주민들은 2011년 '영양댐반대공동대책위'(이하 '대책위')를 꾸려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많은 주민은 영양댐 추진은 "오직 건설업 출신의 영양군수의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대책위 이상철 사무국장에 따르면 "처음 영양군수가 영양댐을 추진하면서 근거로 댄 건 휴타운 조성사업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현재 영양군민은 1만8000명인데, 이곳에 1만 명이 입주하는 휴타운 조성은 현실성 없는 계획이었다"며 "당연히 그 사업은 물 건너 갔는데, 영양군수는 영양댐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영양군은 이후 영양댐 용수 공급처로 구미5공단을 거론했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으니 경북 경산에 조성되는 신규 공단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즉 영양에서부터 경산까지 180㎞ 넘는 곳에 물을 대기 위해 영양댐을 짓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비상식적인 계획하에 추진되는 게 영양댐 사업입니다.

철회되었던 예산, 군수가 다시 상정

영양댐은 이미 예비타당성조사(그것도 엉터리 조사였는데)에서도 "경제성 없는 사업"이라고 판명이 났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작년 초 국회에서 본조사(타당성 조사) 비용이 삭감돼서 상식적으로 이 사업은 이제 끝난 것"으로 알았다고 합니다.

명경지수 장파천의 모습. 댐이 건설되면 이런 모습도 물속에 그대로 수장된다.
 명경지수 장파천의 모습. 댐이 건설되면 이런 모습도 물속에 그대로 수장된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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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천에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송하계곡의 이 아름다운 가을도 수장된다.
 장파천에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 송하계곡의 이 아름다운 가을도 수장된다.
ⓒ 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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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양군수가 다시 본조사 예산을 신청했고, 그것이 국회 국토해양위를 거쳐 올해 초 예산결산위원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정부는 이 대통령 임기가 1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지난 8일 "6개 다목적댐과 8개 소규모댐을 추가 건설한다는 댐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발표는 참 황당합니다. 이미 영양댐은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쳤고, 타당성조사 비용까지 예산안에 반영됐는데, 이제서야 "댐건설 장기계획을 확정" 발표한 겁니다. 순서가 한참 거꾸로 된 셈이지요. 

2007년 당시 댐건설 장기계획에 영양댐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계획조차 없는 댐이 건설되려 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절차상 위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007년 당시 댐건설 장기계획에 영양댐은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계획조차 없는 댐이 건설되려 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절차상 위배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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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에 언급된 용수계획. 영양의 생활농업 용수로 사용되는 양은 10%에도 못 미친다. 50% 이상이 180킬로 하류의 경산공단에 보내겠다는 황당한 계획이다. 경산은 바로 지척에 금호강과 낙동강이 있는데 말이다.
 예비타당성조사보고서에 언급된 용수계획. 영양의 생활농업 용수로 사용되는 양은 10%에도 못 미친다. 50% 이상이 180킬로 하류의 경산공단에 보내겠다는 황당한 계획이다. 경산은 바로 지척에 금호강과 낙동강이 있는데 말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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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양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격렬한 반대가 뒤따랐고, 주민들은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 아스팔트 농사(집회)를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영양군은 물이 부족한 지역도 아니고, 영양댐은 유역면적이 적어 홍수조절기능이 크지도 않습니다. 더구나 용수공급처도 없는 이상한 댐을 영양군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부모 잃은 산양을 데려와 보호하고 있는 동네 주민. 이렇듯 이곳은 산양을 비롯한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이 흔하게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부모 잃은 산양을 데려와 보호하고 있는 동네 주민. 이렇듯 이곳은 산양을 비롯한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이 흔하게 서식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다.
ⓒ 영양댐반대공동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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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이러한데도 대책위 이상철 사무국장에 따르면, "영양군수는 공무원까지 동원해서 영양댐 찬성 서명을 받는 등의 비상식적인 일마저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영양댐 수몰지는 생태계의 보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회경제적 측면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수몰예정지인 영양군 수비면 일대는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야생동물 많고, 아직 확인 못한 곤충과 동식물까지 포함하면 이곳은 그야말로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특히 수비면을 가로지르며 흘르는 장파천은 초록사진가 박용훈씨의 표현 그래도 "명경지수란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맑고 아름다운 강"으로, 낙동정맥 서편으로 흘르면서 수많은 야생동식물을 기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사향노루(천연기념물 216호)와 산양(천연기념물 217호),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324-4호), 수달(천연기념물 330호), 담비(멸종위기2급) 등의 야생동물이 살고,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도 서식합니다. 

그러니까 이곳은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식물들이 상당량 발견되는 생태계의 보고입니다. 주민들은 '한반도의 아마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당연히 주민들은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수몰예정지 주민들 대다수는 이 몰상식적인 사업에 반대하면서 영양군과 싸우고 있고, 그 진상을 알리러 국회까지 자주 상경하고 있습니다.

장파천의 강바닥은 대체로 이런 신기한 거대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댐이 건설되면 이런 풍경들도 더이상 볼 수 없다.
 장파천의 강바닥은 대체로 이런 신기한 거대한 너럭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댐이 건설되면 이런 풍경들도 더이상 볼 수 없다.
ⓒ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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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주민들은 지금 감사청구를 하려고 합니다. 엉터리로 진행된 예비타당성조사 재조사를 위한 서명운동 하면서, 감사청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습니다.

수상한 댐건설은 이제 그만해야

생태계의 고보이자, 고향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도움을 주는 가장 손쉬운 길은 바로 이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밝힌 댐 건설 장기계획에 들어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문제가 있습니다. 그 용처도 불분명하거나, 해당 지역이 물 부족이나 홍수피해가 빈발한 곳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경북 영덕에 계획된 달산댐은 아름다운 옥계계곡을 수몰시키려 하고, 지리산댐 역시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일부를 수장시키려 합니다.

잘못된 사업으로 아름다운 산하가 수몰되고, 주민들이 쫓겨나 하루아침에 고향땅을 잃게되며, 국가 예산까지 탕진하는 이런 일을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까요? 정말이지 "수자원공사 먹여 살리려고 댐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일방적 주장처럼 우리나라는 물부족 국가도 아니고, 이미 4대강 사업이 완료가 돼 정부의 주장대로 8억 톤의 물이 추가로 공급되는 이 시대에, 또다시 3조 원의 예산까지 들여 이 살기 좋은 땅들에 왜 다시 댐을 짓겠다는 소리인지 도무지 납득을 할 수 없다."

이상철 사무국장의 말이 무겁게 들립니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4대강 사업 현장을 취재 고발하는 기사를 주러 썼습니다.



태그:#영양댐, #영양군수, #장파천, #천연기념물, #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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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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