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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새보러 천수만으로~~

남원생태학교 운영자들과 함께 지난해 12월 8일~ 9일까지 1박 2일로 천수만에 다녀왔다. 한 해 동안 활동을 정리하고, 겨울 철새 공부도 할 목적으로.

사실 몇 달 전에 연말모임을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가 옛 기억 하나를 떠올렸다. 5년 전 겨울 '환경과생명을지키는 교사모임'에서 주최한 습지기행에 참가했다. 그 기행은 철원에서 시작해 서해안과 남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가며 습지와 새를 공부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그때 일정 중 새벽에 천수만을 걸으며 바로 머리 위로 날아가는 수많은 기러기떼의 소리를 정말 생생하게 들었다. 더욱이 소리가 낮게 퍼지는 새벽이었기에, 바로 머리 위로 나는 기러기의 날개 펄럭이는 소리까지 들리는 가슴 떨리는 체험이었다. 그때 그 경험이 우리를 천수만으로 가게 했다.

천수만은 충청남도 태안군·서산시·홍성군이 둘러싸고 있다. 천수(淺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예로부터 수심 10m 이내의 얕은 바다였다. 1980년부터 15년 동안 진행된 천수만 A/B지구 간척사업은 1만5409㏊를 매립해 이루어졌다. A지구와 B지구에는 바닷물을 가로막는 방조제가 축조되어 두 개의 대규모 담수호, 간월호와 부남호가 생겨났다.

광활한 대지에서 만난 새들

탐조망원경으로 새 관찰하기
▲ 탐조 탐조망원경으로 새 관찰하기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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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출발 예정 즈음 며칠동안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하늘에선 속절없이 눈이 내렸지만 우리는 용감하게 출발했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서산버드랜드. 이곳에서 운영하는 심층탐조투어에 동참했다. 미니버스를 타고 천수만 곳곳을 다니면서 새를 보고, 또 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논이다. 그리고 그 넓은 땅에 전봇대가 안 보인다. 이유를 물으니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고 농약을 줘야하는데 전봇대가 있으면 방해가 돼 처음부터 세우지 않았단다. 그런데 이게 나중에 철새들에게 도움이 되었다. 새들이 논에 앉아 쉬거나 먹이 활동을 하다 농민이 나타나면 놀라 갑자기 날다 전봇대나 전선에 부딪쳐 다친다.

실제로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몸집이 큰 흑두루미·재두루미 10여 마리가 날개가 꺾이거나 다리가 부러지곤 했다. 그래서 순천시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2009년에 전봇대 제거작업을 했다. 이제까지의 개발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려는 참 아름다운 몸짓이다.

탐조하며 처음 본 것은 말똥가리다. 수리과의 맹금류로 아랫면은 밝은 갈색, 윗면은 어두운 갈색을 띄고 위엄있게 나무 위에 앉아있다. 다음엔 논에 앉아 떨어진 나락을 먹고 있는 수많은 기러기들이 보인다. 우리 일행을 눈치 채고 경계하는 눈치다. 좀 더 가다가 흑두루미 가족을 만난다. 합해서 3가족이나! 또 귀한 알락해오라기를 만난다. 운이 참 좋았다. 해미천에서는 차에서 내려 탐조망원경을 설치하고 관찰한다. 덩치가 크고 우아한 큰고니, 자맥질하느라 바쁜 혹부리오리, 선명한 주황색이 압권인 황오리. 이외에도 물닭,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왜가리, 백로 등이 보인다.

잊을 수 없는 곤줄박이, 기러기

흑두루미는 보통 가족이 함께 다닌다.
▲ 흑두루미 가족 흑두루미는 보통 가족이 함께 다닌다.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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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이름도 멋진 '하늘빛으로 물든 새' 펜션이다. 특히 방이 새에 관한 책과 사진 등으로 꾸며져 있어 우리를 새들의 세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주인장은 새에 관한 다큐를 찍으시는 전문가이시다. 맑고 순수하게 보이는 그 분과 대화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본보기를 본다.

밤새 눈이 더 와 이튿날 아침 사방이 눈세상이다. 부지런한 벗들이 희소식을 전한다. 먹이를 주면 작은 새가 날아온단다. 나도 급히 나간다. 과연 그렇다. 이 녀석, 곤줄박이는 우리의 손에도, 모자 위에도, 어깨 위에도 날아와 앉는다. 손가락 위에 앉아 고개를 기웃거리는 곤줄박이의 그 느낌! 그 황홀함! 영혼을 흔드는 짜릿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펜션지기가 모이를 자주 준 덕분에 곤줄박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온다.
▲ 곤줄박이 펜션지기가 모이를 자주 준 덕분에 곤줄박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온다.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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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날도 탐조를 다녔다. 설국 위에 펼쳐진 광경들을 천천히 자세히 살핀다. 특히 수 백 수 천의 기러기는 놀랍고 신기하다. 곡식 낟알을 열심히 먹는 모습, 사람을 인지하고 머리 들고 경계하는 모습... 기러기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날아가는 기러기떼가 내는 소리가 나는 참 좋다. 들어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그 소리. 끼룩끼룩~~. 나중에 지치고 힘들 때, 이 소리가 나를 다시 부를 것이다.

기러기한테 배운다

푸른 하늘을 날며 끼룩끼룩 ~~
▲ 쇠기러기의 비행 푸른 하늘을 날며 끼룩끼룩 ~~
ⓒ 서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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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는 시베리아의 추운 날씨를 피해 가을에 우리나라로 오는 겨울철새다. 'V'자형 편대를 이뤄 함께 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맨 앞잡이가 힘든 대신 다른 기러기는 30% 정도 에너지를 아낀다. 바람의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교대로 힘든 임무를 나눈다. 또 끼룩끼룩 소리내어 서로 격려한다. 그렇게 기러기는 수 만 km를 동료에 의지하여 날아간다. 결코 혼자서는 그 먼 길을 갈 수 없다.

어디 기러기뿐이랴. 우리 사람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람 인(人)도 두 사람이 서로 기댄 형상이다. 또 세상을 사람끼리만 살 수도 없다. 자연이 없으면 우리도 없다. 세상에 없어야 될 것은 없다. 우리는 그렇게 그물코처럼 연결되어 살아간다. 그러니 세상 모두가 부처님이고 하늘님이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천수만을 찾는 철새들이 해마다 빠르게 줄고 있다. 1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곤줄박이와 기러기를 볼 수 있어야될텐데... 인간들이 깨달을 때도 됐는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열린전북]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탐조, #천수만, #새관찰, #기러기, #곤줄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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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생태학교 공동대표....교육, 자연, 생태, 깨달음, 자연건강, 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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