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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의 석학인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교수. 그는 협동경제(cooperative economy), 연대경제(solidarity economy)의 기원을 르네상스 시대, 이 지역에서 꽃핀 시민적 인문학(civic humanism)에서 찾는다.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의 석학인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교수. 그는 협동경제(cooperative economy), 연대경제(solidarity economy)의 기원을 르네상스 시대, 이 지역에서 꽃핀 시민적 인문학(civic humanism)에서 찾는다.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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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도 기업이죠. 일반 회사보다 우월한 기업 모델이예요. 이미 선진국 사회에서 검증이 됐어요. 아마 한국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여전했다. 웃을 땐 영락없이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 인상이다. 그러다가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거침이 없다. 또렷하고 강한 영국식 악센트도 그대로다. 지난 2010년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자를 만났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다. 스테파니 자마니 교수. 그는 협동조합 경제의 이론적 틀을 세운 세계적 석학이다. 오래 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nmy)를 꾸준히 연구해온 학자다. 지난 2009년에 '시민경제(civil economy)'를 내놓기도 했다.

자마니 교수를 다시 만난 건 지난달 초 서울의 한 호텔에서다. 협동조합기본법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첫 한국 방문이다. 이후 새해를 맞아 그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한국을 처음 경험했는데 매우 독창적인 문화 등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몇년새 볼로냐시로 국내 시민사회 관계자 등의 방문이 크게 늘면서, 그 역시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 한국의 어떤 면이 인상적이었나.
"한국의 문화다. 오래된 역사와 독창적인 문화, 사회도 역동적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 (한국) 전쟁 이후 경제발전과 성장을 이뤄낸 것 등이다."

-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부의 증대도 있지만 사회적 양극화 등 문제도 많다.
"그동안 서구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선 흔한 일이다. 앞으로 미래의 지도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 한국도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었다. 자본주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본주의 위기(crisis)라는 말은 새로운 게 아니다. 자본주의는 이미 18세기 시작부터 위기를 안고 있었다. 위기는 계속 반복돼 왔고, 물론 지금의 자본주의는 200년 전과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경제, 정치 상황에 따라 바뀔 것이다. 자본주의 번성국가인 미국 조차 '공유 자본주의(Shared Capitalism)'를 말할 정도다."

공유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경제주체 간 상생과 협동에 좀 더 무게를 둔 체제를 말한다. 자마니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개념과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스스로가 미래에도 유지 되기 위해선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도 했다.

"왜 협동조합을 해야 하냐고? 일반 기업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

'빨간도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유럽에서 가장 많은 중세 르네상스양식의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곳도 이곳이다. 그리고, 19세기이후 좌파 정치 성향을 보이면서, 자본주의 보다 여전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빨간도시'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 유럽에서 가장 많은 중세 르네상스양식의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곳도 이곳이다. 그리고, 19세기이후 좌파 정치 성향을 보이면서, 자본주의 보다 여전히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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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 이제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협동조합시대를 들어섰다. 그럼에도 아직 협동조합에 대해 시민들의 인식이 부족하다.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협동조합은 지난 19세기부터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부터 시작됐다. 생산자, 소비자, 노동자 등 상대적으로 경제적 하위 계층이 스스로 시장 지배력을 키우기 위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사회적인 소외를 극복하고 부의 재분배를 이뤄나가고 있다."

- 그럼에도 일반 회사가 아니라 왜 협동조합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해주겠는가.
"일반 주식회사와 분명 다르다. 회사는 이익과 효율성이 중요하다. 일부 주주 등으로 이익이 집중된다. 협동조합에선 모두가 동등하다. 민주주의적이다. 조합원과 지역사회 등으로 소득이 골고루 분배되기도 한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미 일반 기업보다 나은 모델로 평가받는다."

그의 말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다시 물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고 말이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항상 듣는 질문이예요. 제 대답은 '예스(그렇다)'입니다. 협동조합도 기업이고 일반 회사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공정해야해요. (협동조합과) 차별하지 않아야 하죠. 이미 전세계적으로 많은 협동조합 기업들이 소매 등 각 분야에서 거대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아서 사업을 하고 있어요. 150년이 넘도록 말이죠."

- 아시다시피 한국은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이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이들 대기업들과 경쟁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웃으면서) 삼성을 알고 있다. 물론 이제 협동조합의 첫걸음을 걷는 한국에서 대기업 등과 바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삼성과 경쟁? 그들이 하지 않는 것들부터 시작해야"

- 나중에는 결국 그들과 경쟁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 등 세계적으로 협동조합이 발달한 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영국도 초기에는 소매업부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은 분야였다. 그들이 하지 않은 사업이나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기자가 "한국에서도 한살림이나 아이쿱 등 소비자협동조합이 거대 기업 등에 밀리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하자, 자마니 교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어찌보면 협동조합과 대기업 자체의 경쟁만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도 않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협동조합 기업들이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제품 품질 등에서 경쟁력이 필요하다. 다시 그의 말이다.

"물론 협동조합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낮고, 고장도 많다면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 있죠. 그렇다고 대기업들처럼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상대적으로 적지만 환경친화적이고, 품질도 좋고, 생산자에게 제 값을 인정해주고 다시 파는 윤리적 구매와 소비 등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어요. 소비자들도 이런 가치와 제품에 충분히 지갑을 열 겁니다."

- 한국은 올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국민들에게 약속을 했다. 서울시 등에선 협동조합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에도 노력하고 있는데.
"(협동조합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많은 다른나라에서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이 됐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은 1950년대만 해도 가장 못 사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에서도 가장 잘 사는 곳 가운데 하나가 됐다. 수많은 협동조합 기업들이 지역경제의 30% 이상을 맡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의 새 정부에서 협동조합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분유 시장을 장악한 초국적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자, 레가가 직접 나서 프랑스 생산자협동조합에 분유 생산을 요청해 가격을 반값으로 떨어뜨린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레가에 속해있는 볼로냐의 아드리아티카 소비자협동조합의 매장.
 지난 2004년 이탈리아 분유 시장을 장악한 초국적 유통업체가 가격을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자, 레가가 직접 나서 프랑스 생산자협동조합에 분유 생산을 요청해 가격을 반값으로 떨어뜨린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레가에 속해있는 볼로냐의 아드리아티카 소비자협동조합의 매장.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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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 등이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협동조합 시대에서 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나.
"협동조합의 핵심 중 하나가 독립성과 자주성을 갖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이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협동조합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support)라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정당한 대가(compensation)라고 할수 있다. 정부가 해야할 복지 등 사회적 서비스를 협동조합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협동조합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간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에서 민주성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조합원들이 직접 돈을 내 참여하고, 스스로 임원과 이사장을 뽑는 민주적 운영이 핵심이라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대신 "협동조합이 공정한 경쟁을 할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10년에도 유럽이나 이탈리아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작년에는 더 어려워졌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볼로냐 등은 어떤가.
"(웃으면서) 2년 전에 내가 뭐라 말했나?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유럽의 경제위기는 금융이 문제였다.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이 파산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탈리아 쪽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다. 에밀리아 로마냐에서도 은행이 파산한 경우는 아직 없다. 대신 공공부채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마니 교수는 정부의 실패를 꼬집었다. 정부 관료주의와 정책실패, 부정부패 등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협동조합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일반 기업에 비해 튼실하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협동조합이 덜 발달한 지역에선 실업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경제위기 고통이 심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다시 물었다. "한국은 이제 갓 협동조합에 첫발을 내딛었다. 정말 협동조합이 잘될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그와 함께 있던 자마니 교수의 부인인 베라 자마니 교수(그 역시 볼로냐대 교수다)도 함께 거들었다.

"역사는 항상 확신있는 소수로부터 시작해 발전해왔어요. 최초 협동조합은 영국에서 시작됐지요. 그때도 영국은 가난할 때가 아니었어요. 협동조합은 상대적으로 잘 사는 지역에서 활발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단지 가난한 농민 등을 잘 살게 하자고 하면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좀 더 나은, 풍요로운 삶을 제시하면 됩니다. 협동조합을 하면 훨씬 더 잘 살 것이라고 말해 보세요. 요즘 같은 위기 속에 (협동조합이) 분명 새로운 대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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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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