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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멘토 면접
▲ T-SKY 3기 멘토면접 마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열린 멘토 면접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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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KY(Teenager's Sharing Knowledge with You)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 학생재능기부단체이다. 현재 마포구, 관악구, 금천구에서 100명 정도의 중고등학생 멘토들이 초등, 중등 저소득층 멘티들을 가르치고 있다. 조영선(대원외고 1학년), 서다영 (하나고 1학년) 학생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3명의 지부장들이 지부의 멘토와 멘티를 관리하고 있다. 3년전 서울시 희망누리 활동을 통해 만난 이들은 청소년 공신을 꿈꾸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고, 그 활동이 T-SKY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2년 12월 29일 마포 청소년 수련관에서 T-SKY 3기 멘토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아가봤다. 100명의 멘토를 모집하는데 190명의 중고등학생이 지원하여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면접이 진행되었다. 지도교사 2명을 제외하고는 안내자부터 면접관까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고 있었다.

"명덕외고 1학년 한지수(가명) 학생 실기면접하겠습니다."
"아~ 어떡해, 떨려~."

한 여학생이 스케치북과 껌봉지를 손에 꼭 쥔 채 상기된 얼굴로 면접장소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 펼친 스케치북에는 준비해온 수학 문제가 있었다. 그녀는 이내 큐빅 모양의 작은 껌을 꺼내 면접관에게 도형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영어 수업을 위해 전지에 피자를 그려온 학생, 초등학교 6학년 수학책을 가져온 학생, 구연동화를 하며 동화책을 흥겹게 읽어가는 학생이 면접을 보고 있었다.

인성 면접실에서는 T-SKY 학생대표가 지도교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을 면접하고 있었다.

"멘티랑 친해지는 게 먼저인가요, 수업 진도 나가는 게 먼저인가요?"
"멘티가 수업에 자꾸 빠지면 멘토로서 어떻게 대처할 건가요?"

현장에서 있을법한 실제적인 질문들이 쏟아지자 순간순간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한 학생은 "저는 게임을 접목시켜 멘티가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하게끔 하는데 자신 있어요"라고 당차게 대답했다. 면접한 학생들 모두 자신을 어필하며 이 일을 하고자 하는 열의를 보였다.

멘토를 뽑기 위해 T-SKY 인성면접을 하고 있다
▲ 인성면접 하는 학생들 멘토를 뽑기 위해 T-SKY 인성면접을 하고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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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과도한 공부와 빡빡한 현실에서 이런 재능기부 활동이 가능한 일일까? 대충 몇 번 하다 마는 것은 아닌가? 이들을 만나기 전 나는 여러 우려의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면접하는 과정과 T-SKY 멘토들을 만나보니 학생들의 진지함이 어느 회사 면접 못지않고,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운영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 공부하는 것도 바쁠 텐데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서다영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어 좋구요. 저소득층의 열악한 교육현실에 대해 실감을 하게 되었어요. 요즘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활성화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두 명의 학생이 멘토링을 하기위해 찾아가면 봉사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요. 학생들도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 어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입시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통한 학생들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동안 수업을 들은 멘티들에게 학업과 정서적인 면에서 변화가 있었다. 5분도 집중 못하던 아이가 가만히 앉아 수업에 집중을 하고,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읽는 변화도 있었고, 시험점수가 30점 이상 향상된 아이도 있었다. 멘티들의 이런 변화들을 실제 바라보면서 학생 멘토들은 자부심과 보람을 맛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T-SKY는 그동안 각계의 여러 전문가들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어른 멘토들은 이들의 기특함에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고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인연이 되어 현재 T-SKY 지도교사로 도움을 주고 있는 ㈜런포코리아 정혜경 연구실장은 "학생들이 정말 기특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우리도 재능기부로 도움을 줘야죠. 이런 문화가 전국적으로 퍼져갔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었다.

T-SKY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토요일마다 4시간씩 5회 사전교육을 받아야 정식 멘토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멘토가 되어 수업을 한 뒤에는 반드시 멘티의 '성장일기'를 작성해서 T-SKY 카페에 올려놓아야 하고 3회까지 안올리면 더 이상 멘토로 활동할 수 없다. 이러한 이들의 활동은 구청과 협력을 통해 봉사시간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어 청소년들의 호응이 좋다.

일대일로 실기면접을 하여 자질을 확인한다
▲ 실기면접하는 학생들 일대일로 실기면접을 하여 자질을 확인한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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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부족한 시간을 내고 없는 돈을 쪼개서 꾸려가기에는 투박해 보이거나 설익어 보일 때도 있다. 처음에 같이 활동하다가 학업등의 이유로 멘토를 그만 둔 친구들도 있다. 멘티 관리를 소홀히 하여 복지관 담당자들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너희들 공부나 제대로 하라는 질책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생길 때 마다 포기하지 않고 버텨나가니 어려워 보이는 것들이 하나씩 해결이 되고 그 안에서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고 하였다. T-SKY는 지난 2012년 일산 킨덱스에서 열렸던 창의체험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학생들의 힘만으로 행사를 끝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내기도 하였고, 제13회 서울 청소년 자원 봉사대회 동아리 부문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자기중심적이고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는 세상 분위기 속에서 자기 공부에만 빠져 있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즐겁게 나누어 주는 청소년들, 힘든 일에도 불평하기보다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해나가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왔다. T-SKY 멘토들이 만들어갈 청소년들의 새로운 문화에 희망을 가지고 기대를 해본다.


태그:#T-SKY, #청소년, #재능기부,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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