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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성탄절을 맞아 사회 곳곳에서 가족 혹은 지인들과 함께 따뜻함을 나누는 따뜻한 풍경이 그려졌지만 한편으로는 성탄절과 연말을 거리에서, 나아가 공중에서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간절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두터운 현실의 벽 앞에서 고통받고 있는 고공 농성 노동자들이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26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과의 릴레이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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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5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 현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아래)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10월 17일부터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 현장.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아래)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은 지난 10월 17일부터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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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노동자는 모두 각각 울산에서, 평택에서, 아산에서 기약 없는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인 최씨는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 불법 사용과 관련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까지 받았으나 사측은 무시로 일관, 이에 71일째 철탑 위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최씨는 "추위도 익숙해지니 이렇게 저렇게 바람을 맞으면서 잘 지내고 있다"며 "크리스마스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찾아와 주시고 많은 의원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외롭지 않았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평택에서 철탑으로 올라간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축복을 나눠야 할 성탄절을 맞아서 소외된 곳을 찾고 싶어하는 시민과 신앙인들이 많았다"며 "노동자들이 혹한보다 더한 탄압 때문에 죽음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노심초사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노조 파괴 컨설팅'의 목표가 된 것으로 알려진 유성기업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역시 유성기업 아산공장 앞 굴다리 난간에서 67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홍 지회장은 "67일이 지났지만 조합원들과 동지들이 밑에서 지켜줬기 때문에 마음 속으론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것 같다"며 "울산과 평택에서 저보다 더 높은 곳에서 투쟁하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이것은 추위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소회를 밝혔다.

"지금 박근혜에게 필요한 건 노동자 철학"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지난 19일 대선 투표도 하지 못했다. 공중에서 대선 결과를 들었을 때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현대차의 최씨는 "19대 국회 개원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당시 제일 처음 국회에 제출했던 것이 사내 하도급법이라는 것"이라며 "사내 하도급법을 만든다는 것은 현재 있는 불법파견 문제를 새로운 제도를 통해서 빗겨가 불법 파견 노동자를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지금 조금 암울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정규직 노동 정책 철학이 노동자를 위한 진정성 있는 모습과 어긋나 있다는 지적이다.

쌍용차 한 전 지부장은 "지난 5년 동안의 정부는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데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있다"며 "당선자는 시대의 화두인 양극화 해결을 위해 경제민주화에 관한 분명한 노동자 철학이 있어야 하고 새로운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분명하게 해줄 때 비로소 노동자가 더 이상 철탑에 오르지 않아도 되는, 소박한 꿈들을 이룰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는 부디 지난 5년 동안 소외된 노동자들의 소리를 들어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힌 것.

또한 유성기업 홍 지회장은 "대통령도 국민의 세금을 받는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유성은 아직까지도 2011년 직장폐쇄 이후 알려진 것처럼 창조 컨설팅의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진행 중에 있고 심지어 사측과 어용노조에 의해 미뤄진 2011년의 임금교섭이 아직까지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서 진전된 것 없이 끝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조속한 해결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계속되는 죽음 막아야 한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직장을 잃은 한상균·문기주·복기성 세 사람은 지난 11월 20일부터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옆 철탑에서 농성 중이다.
 2009년 쌍용차 사태 때 직장을 잃은 한상균·문기주·복기성 세 사람은 지난 11월 20일부터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 옆 철탑에서 농성 중이다.
ⓒ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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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차의 최씨는 "5일만 지나면 이 투쟁도 10년 차에 접어든다"며 "최소한 현대차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볼 때 비정규직을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 인정받고, 사과는 받고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약은 없지만 반드시 목표를 이루고 철탑에서 내려가겠다는 이야기다.

쌍용차 한 전 지부장은 "2012년에는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들이 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너무 멀리 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그것만이 계속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소박한 바람이 이뤄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성기업 홍 지회장은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면 노조 파괴 공작이나 민주노조 말살이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등 모두 다 자본에 의해서 벌어진 똑같은 성격의 일"이라며 "노동자들이 한 명, 두 명 자꾸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데,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같이 공감하고 문제의식을 동일시해 투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지회장은 "이 사회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좀 더 절실하게, 넓고도 탄탄하게 연대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태그:#이털남, #고공 농성, #최병승, #한상균, #홍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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