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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등.
 산천어등.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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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에서는 지금 산천어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내년 1월 5일 축제를 개최하기에 앞서, 먼저 지난 8일 선등문화제 점등식을 갖고 선등거리의 '산천어등'에 환하게 불을 밝혔다. 그리고 지금은 12월 24일 개장을 목표로 얼음조각 전시장(얼음나라 투명광장) 등을 꾸미는 데 여념이 없다.

화천읍 전체가 축제 준비로 한창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서히 축제 분위기를 갖춰가고 있다. 산천어축제가 열리려면 아직 20여 일 더 기다려야 하지만, 화천읍은 이미 축제를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 분위기를 가까이에서 조금 더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화천읍 선등거리다.

선등거리 입구.
 선등거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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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으로 올라온 산천어 따라 신선의 세계로...

지금 선등거리에는 수천 개의 산천어등이 형형색색 제각기 다른 모양, 다른 색깔로 겨울 밤 어두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강을 떠나 뭍으로 올라온 산천어들이 색색의 밝은 불빛을 내뿜으며 밤하늘을 유영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검은 하늘 푸른 은하수 위를, 나는 듯 떠다니는 산천어들이 신비해 보이기까지 한다.
산천어 트리 밑을 감싸고 도는 산천어.
 산천어 트리 밑을 감싸고 도는 산천어.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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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천어들을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이 거리를 '선등 거리'라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된다. 산천어는 "선계에 사는 물고기"다. 선등은 곧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선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래서 이 거리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은 누구나 화천3락, 즉 신선이 되는 즐거움, 심신이 아름다워지는 즐거움, 복을 듬뿍 받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산천어등이 불을 밝히는 곳은 선등거리뿐만이 아니다. 화천읍내에서는 거리 곳곳에 산천어들이 떼를 지어 헤엄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화천을 장식하는 산천어는 모두 2만5천 개다. 2만5천이라는 숫자는 화천군 인구수가 2만5천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니까 산천어등 하나는 화천군민 한 사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2만5천이라는 숫자를 헤아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많은 산천어등은 또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산천어등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길거리에서 눈과 비를 맞으며 한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대충 만들 수도 없다. 당연히 일손을 모으기가 만만치 않다.

그 어려운 문제를 처음부터 군내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해결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들이 노인회관 같은 곳에 모여, 철사로 뼈대를 만들고 창호지로 살을 바르고는 거기에 채색까지 모두 다한다. 그 많은 산천어등이 모두 조금씩 다른 형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천에 똑같은 모양을 한 산천어등은 하나도 없다.

검은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산천어들.
 검은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산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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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산천어등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그건 기계로 찍어내서는 도저히 살릴 수 없는 재미다. 산천어등은 보는 사람만 즐거운 것이 아니다. 만드는 사람도 즐겁다. 산천어등을 만드는 마을 어르신들은 세계적인 축제를 준비하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에 용돈까지 벌 수 있어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산천어는 확실히 '복'을 부르는 물고기다.

산천어등 제작은 거의 일 년 내내 계속된다. 축제가 끝나면 거리의 산천어등을 모두 회수해 재활용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한다. 그리고 산천어등을 다시 제작하기 시작해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작업이 계속된다. 산천어등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산천어등을 거리에 내거는 작업 역시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방공호에서 중국인 조각가들이 '남대문'을 조각하고 있다.
 방공호에서 중국인 조각가들이 '남대문'을 조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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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압도, 두 배로 커진 얼음조각 전시장

얼음조각 전시장으로 쓰이는 방공호 입구. 그 앞에 얼음을 실은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얼음조각 전시장으로 쓰이는 방공호 입구. 그 앞에 얼음을 실은 트럭이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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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읍 서화산 아래에서는 얼음조각 공사가 한창이다. 12월 24일 개장일을 맞추기 위해 중국에서 온 얼음조각가 30여 명과 군청 직원들이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하고 있다. 화천군은 올해 얼음조각 전시장을 빙등광장에서 서화산 아래 방공호로 옮겼다. 방공호를 전시장으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독특하다. 이 방공호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의 공격에 대비해 만들어졌다.

화천군은 그동안 얼음조각 전시장으로 사용해온 빙등광장이 읍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바람에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방공호가 만들어지면서 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방공호는 크기가 길이 100m에 폭이 19m, 높이 19.5m다. 전시장 규모가 사람의 시선을 압도한다.

방공호를 이용하게 되면서, 올해 얼음조각 전시장은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정도 커졌다. 규모가 커진 만큼 전시 작품도 예전과 다른 내용과 규모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올해 전시되는 작품에는 한국의 남대문을 비롯해, 인도의 타지마할과 그리스의 파르테논신전, 그리고 중국의 진시황 병마총과 프랑스의 개선문 등이 있다.

개선문. 얼음조각 전시장은 한국관, 세계관 등으로 나뉜다.
 개선문. 얼음조각 전시장은 한국관, 세계관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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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산천어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겨울축제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 캐나다 윈터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 중에 하나로 꼽힌다. 강원도 깊은 산골에 자리를 잡고 있는 한 마을에서 시작한 축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데는 강원도만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에 힘입은 덕이다.

화천군은 강원도에서도 얼음이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두텁게 어는 지역이다. 그리고 물이 맑고 깨끗해 산천어 같은 청정어가 살기 적합한 곳이다. 그러니까 화천에서 산천어축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청정한 기운으로 가득한 곳이어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남대문 미끄럼틀.
 남대문 미끄럼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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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산천어축제를 즐기기 위해 차를 타고 수 십km, 수백 km를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다른 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왜 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그게 다 본능이다. 그들은 '깊고 험한 바다'를 떠돌다, 어느 날 문득 '어릴 적 고향'을 찾아서 긴 여행을 떠나는 연어와도 같이 화천을 찾아온다.

그리고 연어가 고향에 있는 강에서 다시 태어나 너른 바다로 되돌아가듯이, 화천을 찾은 사람들 역시 이곳에서 새로운 기운을 얻어 일상으로, 도시로 되돌아간다. 사람들은 낮에는 40cm 두께로 얼어붙은 초강력 빙판 위에서, 밤에는 선계로 헤엄쳐가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산천어등 밑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새로운 활력을 얻는 게 분명하다.

진시환 병마총. 얼음조각에는 이렇게 빛이 들어간다.
 진시환 병마총. 얼음조각에는 이렇게 빛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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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산천어축제를 즐기러 와서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화천에서는 밤마다 또 다른 축제가 열린다. 강을 떠나서 뭍으로 올라온 산천어들이 여기저기 어두운 밤하늘을 헤엄쳐 돌아다니는 광경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동안 화천산천어축제의 반밖에 즐기지 못하고 돌아간 셈이다.

화천산천어축제가 채 20일을 남겨두지 않고 있다. 올해는 축제 규모가 전체적으로 더 커진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화천산천어축제를 제대로 즐기려면 화천에서 하룻밤은 묵어가는 게 좋다. 그렇게 하려면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만큼이나 발 빠른 준비가 필요할 듯하다.

검은 하늘 위로 높이 솟아 있는 산천어 트리.
 검은 하늘 위로 높이 솟아 있는 산천어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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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천산천어축제, #선등거리, #산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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