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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연합은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 2인의 공약을 비교합니다. 여성노동 관련 공약 분석 3회, 보육과 노인돌봄 각 1회, 여성인권 공약 1회, 총평 1회 등 총 7회에 걸쳐 관련 공약을 분석합니다. <기자주>

올해는 졸속으로 도입된 0∼2세 무상보육 확대로 인해 부모들은 갑작스런 정책변화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정책당국은 사회적인 논란이 되니 안절부절하고, 지자체는 재정부담 문제로 언론을 장식했다. 한마디로 보육으로 인해 한해가 시끌벅적했다.

보육정책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이 안전하게 생활하면서 질 좋은 사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동권' 측면에서 중요하다. 또 그동안 사회적 인식과 제도 때문에 일보다는 아이를 양육해야 했던 여성들이 보다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와 부모들의 일생활 양립을 위해서도 중요한 정책으로 부각되었다.

또 저출산이 사회적 위기 요인으로 인식되면서 지난 6년 동안 재정 규모도 대폭 확대되었지만,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대안 중 한 가지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다. 

여전히 부모들은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대기명단에 아이 이름을 기록하고 있다. 부모들이 염원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이번 대선 후보들이 제시하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계획을 살펴보면서 우리 아이는 언제쯤 이용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본다. 또한 아이와 하루종일 생활하는 보육교사의 노동조건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박근혜, 매년 50개씩 5년 동안 250개 확충...'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거거래소 내 KRX 푸르니 어린이집을 방문해 한 어린이로부터 "대통령이 되면 뭐가 좋아요"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거거래소 내 KRX 푸르니 어린이집을 방문해 한 어린이로부터 "대통령이 되면 뭐가 좋아요"라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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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은 국·공립어린이집을 몇 개 확충하겠다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취약지역에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언급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이미 중앙정부 시행하다가 폐기한 '영아전담어린이집 100개 확충'을 공약으로 제시한 이후,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매년 50개씩 임기 5년 동안 250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매년 50개는 적어도 너무 적다. 전국에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이 470개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는데 단순화하게 계산해 봐도 미설치된 지역 중 절반정도에 국·공립어린이집이 설치되는 것이다.

대도시에는 더 많은 국·공립어린이집이 필요한데, 너무 적은 숫자만 제시했다. 반면,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공공형 어린이집'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서울시가 시행하다가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 '서울형 어린이집'을 중앙정부가 벤치마킹한 것이다. 정책 요지는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 가정어린이집에 정부가 재정지원을 확대하여 보육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공형 어린이집 확대 공약에 대해서는 왜 서울시가 '서울형 어린이집'을 확대하지 않고 국·공립어린이집을 '동별 2개 이상'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문재인, 임기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 40%, 시설대비 30% 확충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사이언스어린이집을 방문, 어린이들과 블럭놀이를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8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 사이언스어린이집을 방문, 어린이들과 블럭놀이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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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는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이 최소한 30%는 되어야 현재와 같은 민간 중심의 보육서비스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유력후보 중 이와 가장 근접한 정책을 제시한 후보는 문재인 후보다. 현재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은 5%(2011년 기준)이다.

이를 30%까지 확충하겠다는 것은 현재 민간이나 가정어린이집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최소 6배를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어린이집 이용 아동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비율이 11%(2011년 기준)이니 지금보다 4배의 아이들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국·공립어린이집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설치비용과 다른 유형의 어린이집이 반대하면서 확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개선방안,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공약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두 후보의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공약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언제쯤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지 가늠이 되셨다면, 이제 보육교사와 관련한 공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박 후보는 처우개선비 지급, 문 후보는 준 교사 수준으로 고용조건 개선 

먼저 박근혜 후보는 보육교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낮은 임금을 높이기 위해서 '처우개선비'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처우개선비는 지금도 중앙정부에서 5만~10만 원 지급하고 있으며, 자치구(시·군구비 포함)에서도 평가인증 통과시설 에는 여러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원장이 교사를 직접 채용하는 구조를 유지하면서 교사 1인당 인건비를 상승시키겠다는 것이다. 보육교사의 경력을 인정하는 호봉 재산정 이나 등급별 호봉 차등화 방안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원장이 교사를 직접 채용하기보다는 시·군구의 돌봄사회서비스 센터에서 보육교사 인력풀을 관리하고 재교육하면서 준교사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 후보의 정책은 현재의 보육서비스 전달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고, 문 후보 공약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면 개편으로 볼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 실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고, 부모들은 불안하니까 교사의 인권에 대한 배려도 못한 채 폐쇄회로 TV설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모가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상황을 모두 살펴보기도 어렵다. 보육교사는 어린이집 비리를 외부로 알리면, 다시는 어린이집에 취업하기 어렵다.

부모와 교사, 원장 간의 상호 모니터링이 구조적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육교사의 채용과 재교육 등 고용조건에 대하여 정부가 일정정도 책임진다는 것은 어린이집 내부에서 일하는 보육교사가 어린이집 문제를 외부에 알릴 수 있는 구조적인 통로도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정책도 실제 시행될 때는 변형될 수 있다. 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니 기대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박차옥경은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사회권국장으로 활동중입니다.



태그:#한국여성단체연합 , #박차옥경, #보육,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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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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