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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서울사회적경제아이디어대회(위키서울)와 함께 공동기획 '여럿이 함께 하는 착한경제'를 시작합니다. 1%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의 대안으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여럿이 함께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생생한 사례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앞에는 이름과 닉네임이, 뒤에는 각기 좋아하는 여행사진이 프린트 돼 있다.
▲ 트래블러스맵의 명함 앞에는 이름과 닉네임이, 뒤에는 각기 좋아하는 여행사진이 프린트 돼 있다.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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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에 방영된 MBC 예능 <무한도전> '홍철투어편'을 보며 2006년이 떠올랐다. '홍철투어편'은 황당한 단체 패키지여행을 풍자해 큰 웃음을 줬다.

2006년 나는 중국 청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 여행과 가격이 비슷했다. 하지만 4박5일 일정 중 약 절반을 배에서 보냈다. 버스를 타고 내리면 관광지였고, 단체 사진을 찍은 뒤 다시 버스에 탔다. 대형 기념품 가게에서 네 시간 쇼핑을 했고, 버스에선 가이드가 효도 기념품이라며 차세트를 팔았다.

이렇게 '싼게 비지떡'인 단체 관광에 반기를 든 여행사가 있다. 공정여행 사회적기업 '트래블러스맵'(www.travelersmap.co.kr)이다. 트래블러스맵은 2009년 '여행협동조합MAP'으로 시작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3~4명이 '제값 주고 제몫하는' 여행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한 모임이었다.

공정여행을 상품화한 아이디어는 그해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기세를 몰아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게 지금의 트래블러스맵이다.

볼거리보다 '느낄거리'가 중요

트래블러스맵은 "여행자가 경이로운 세상을 만든다(Travelers Make An Amazing Planet)"는 뜻이다. 맵(MAP)은 이 영어 문장의 약자인데 '지도'라 오해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트래블러스맵은 다양한 공정여행의 지도를 그렸다.

여행 지역의 일손을 돕고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볼런티어(volunteer)투어, 국립공원의 생태를 체험하는 수학여행, 돌고래·코끼리·오랑우탄을 돌보는 에코투어 '위기의 동물 시리즈' 등 국내외 여행상품이 50개가 넘는다. EBS, MBC, KBS 등에 보도된 캄보디아 반떼이 츠마 마을을 방문하는 공정여행도 트래블러스맵이 시작한 상품이다.

지난 여름 강화도 에코볼런투어에 참가한 여행자들.
▲ 강화도 에코 볼런투어 지난 여름 강화도 에코볼런투어에 참가한 여행자들.
ⓒ 트래블러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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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의 세 가지 원칙은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여행지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트래블러스맵이 만든 여행상품은 하나같이 소규모 체험중심이다.

다른 여행사엔 흔한 대규모 콘도나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법도 없다. 공식적인 쇼핑 일정이나 강제 옵션이 없는 건 중요한 원칙이다. 여행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홈스테이, 대중교통 이용, 자전거 투어, 트래킹 등이 있을 뿐이다. 여행상품마다 모집 인원도 15명 내외로 제한한다. 1인 투어는 가능하지만 30인 투어는 없다. 규모의 경제 대신 고객 감동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트래블러스맵 이해광 여행사업부장의 말을 들어보자.

"신년 여행상품으로 15명 정원에 중국 호도협 상품을 판매했는데, 16명이 신청했어요. 하지만 그 지역은 인솔자와 16명이 한꺼번에 차를 타고 움직이기 어려워요. (결국) 인솔 직원을 두 명 파견해 8명씩 나눠 움직일 예정이에요.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우리 원칙이에요."

효율적인 마진보다 여행의 질과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에 대해 "너희 그렇게 해서 남는 게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답은 "남는 게 있다"다.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은 꾸준히 성장해왔다. 2010년 1월 노동부 인가를 받은 뒤, 2011년 사회적기업 최초로 공개투자유치에 성공했다. 2011년 18억 원 매출액을 기록했고, 올해는 7월까지 매출액이 14억 원이 넘었다. 올해 연말까지 연매출은 약 2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초창기 대표 이사 월급이 고작(?) 월 80만 원이었지만, 지금은 회사 최저임금이 110만 원 수준으로 향상됐다. 아직 외부와 협력 사업을 해본 적 없고, 여행업계의 가격경쟁이 임계치에 올라 있는 시장상황도 트래블러스맵에겐 호기다. 지금보다 더 싼 가격의 상품을 만들 수 없는 일반여행사들이 공정여행으로 눈길을 돌려도 시장의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그룹, 개별맞춤으로 여행 시장 구조가 바뀐다

트래블러스맵 임영준 마케팅 팀장은 일반여행사와 트래블러스맵의 차이를 유통구조의 혁신이라 표현했다.

"일반여행사의 여행상품은 회사 간 비즈니스의 결과물이에요. 예를 들면 '가'여행사의 여행상품에 숙박은 무조건 A, 가이드는 B, 현지 교통은 C, 항공은 D 등등 부분별로 다른 회사가 책임지는 식이죠. 결국 각 회사마다 마진을 남겨야 하고, 전체 상품은 싸야 해요. 그래야 팔리니까요. 각종 옵션같은 불공정거래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죠. 우리는 출발지에서 여행지까지 모든 과정을 원스톱으로 책임져요. 하나 하나 확인하고 검증을 거치니 느리죠. 그래도 중간 마진이 없어지니 가장 현실적이고 공정한 가격의 여행상품이 만들어지죠."

트래블러스맵 회사 게시판에 붙은 팬의 쪽지.
 트래블러스맵 회사 게시판에 붙은 팬의 쪽지.
ⓒ 박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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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러스맵을 이용한 사람들은 재구매율이 높다. 지리산 여행을 했던 사람이 다음엔 강원도 곰배령 여행에 참여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인솔하는 직원과 손님 사이에 유대감이 생긴다. 여행지 가이드와 직원 사이 관계도 끈끈하다.

"여행을 모집하면 혼자 신청하는 사람이 많아요. 공정여행에 대한 관심은 비슷하겠지만, 혼자 왔으니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죠. 인솔자는 참가자들이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여행지든, 출발지든 서로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경험이니까요."

여행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지의 사람과 문화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간직한다. 트래블러스맵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기는 대부분 현지인과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다. 현지인의 이름을 적으며 감사를 표하는가 하면, 캄보디아를 다녀와 앙코르와트 유적보다 반떼이 츠마 마을이 인상 깊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유대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반떼이 츠마 마을에 도서관도 건립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도서관 인건비도 지원했다. 여행지와 여행사, 여행자 모두 '윈윈윈(win-win-win)'하는 여행이었다.

트래블러스맵은 여행상품 하나도 전직원이 함께 고민해 만들었다. 특히 초기에는 전직원이 모여 각자 기획한 것을 발표하고, 상품별로 문제점에 대해 토론했다. 현재도 팀별로 회의를 하고, 반드시 내부 회의를 통과해야 여행이 실시된다.

트래블러스맵에는 토론의 효과를 높이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서로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부른다. 호칭도 사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변형석 대표는 '변'이라 불린다. 하지만 나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말을 사용한다.

또 직원을 뽑을 때 '일대다' 면접을 본다. 팀장을 새로 뽑아도 일반직원이 면접에 참여한다. 서로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가치를 공유하고 협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닉네임 '아치'로 통하는 이해광 부장은 "현재 직원 28명 중 근속연수가 3년 넘는 직원은 9명"이라고 밝혔다. 2009년에 회사가 설립된 걸 감안하면 근속연수가 긴 편이다.

공정여행 대안학교, 로드스꼴라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지도에는 없는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제가 열린다.
▲ 제1회 로드스꼴라 영화제 오는 8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지도에는 없는 이야기'를 주제로 영화제가 열린다.
ⓒ 트래블러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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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여행문화 확산을 위해 트래블러스맵은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주말여행학교인 '지구별여행자'와 비인가 여행대안학교인 '로드스꼴라'가 그것이다. 지구별 여행자는 주말과 방학 때 여행과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으로 11~13세와 15~22세를 나누어 모집한다.

로드스꼴라는 실제 학교 개념으로 여행문화전문가 양성이 목표다. 입학기수에 따라 6학기 과정으로 진행되며, 한 기수당 15명 내외로 선발한다. 학기 중에는 외국어, 문화, 지역, 인문학 관련 강의를 듣고, 방학마다 1달씩 국내와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이 과정은 모두 학생들의 기획에 따라 문집이나 CD로 남긴다. 3기 학생들은 '제1회 로드스꼴라 영화제'를 기획했다. 이 영화제는 오는 8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2시부터 열린다. 여행이 공부를 만나고, 공부가 여행을 만나 만들어낸 '지도에는 없는 이야기'가 주제다.

로드스꼴라를 졸업한 학생들 중 두 명은 트래블러스맵에서 로드스꼴라 보조교사와 여행사업부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길 위의 여행을 고민하다 세상을 바꿀 여행교육자, 여행기획자가 된 셈이다.

이런 졸업생과 여행학교는 트래블러스맵이 단순한 '공정여행 부분 사회적 기업'만이 아닌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드는 심장처럼 보이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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