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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간접광고인 오렌지주스 넣은 장면이다.
▲ 억지로 넣은 PPL, 오렌지주스 드라마의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 간접광고인 오렌지주스 넣은 장면이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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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현장을 살펴 볼 수 있는 SBS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 드라마의 1회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오렌지주스 때문이다. 극 중 제작사 대표 앤서니 김과 작가 정홍주는 드라마 '우아한 복수'의 마지막 회를 두고 의견 대립을 한다. 작가는 드라마의 예술성을 위해 오렌지주스 PPL을 대본에서 뺀다. 하지만 제작자인 앤서니 김은 3억 원이나 되는 오렌지주스 PPL 계약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장렬히 죽는 마지막 장면에 오렌지주스를 먹는 어색한 장면을 억지로 넣게 된다.

PPL(Product Placement)이란 영화나 드라마 속에 특정 상품의 브랜드명이나 이미지, 명칭 등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그 상품의 이미지를 심고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도록 하는 간접광고의 일종이다. 채널을 돌려버리면 그만인 15초짜리 상업광고에 비해 영화나 드라마 속의 PPL은 시청자들에게 큰 저항감 없이 무의식적으로 제품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PPL과 관련해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된 이후 상품 브랜드의 직접적인 노출이 가능해진 반면,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5% 이하, 화면 크기의 1/4 이하로 할 것'이라는 항목을 추가하여 광고의 남용을 제한하고 있다.

왼쪽은 '착한남자'의 19화 휴대전화 PPL, 오른쪽은 '착한남자'의 2화 치킨 PPL
▲ 흐름에 맞지 않는 PPL 사례 왼쪽은 '착한남자'의 19화 휴대전화 PPL, 오른쪽은 '착한남자'의 2화 치킨 PPL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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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PPL은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최근 종영된 KBS 수목드라마 <착한남자> 19회의 한 장면에서는 서은기(문채원 분)가 박 변호사의 교통사고 진범을 찾는 도중 특정 브랜드 휴대전화에 사진 메모를 하고 '이 사진 나한테 전송해주세요'라는 대사를 하곤 한다. 또, 2회에서 서은기가 병원에 입원한 장면에서는 특정 브랜드의 치킨을 먹고 있는 뜬금없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 직후 '착한남자'를 '치킨남자'로 바꾼 패러디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PPL은 잘못 사용될 경우, 극의 흐름을 해치고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프로그램의 흐름을 방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PPL을 넣으려고 하는 이유는 우선 프로그램에 필요한 제작비가 부족하고, 그 부족한 제작비의 무려 40%를 광고비로 충당해야만 하는 열악한 방송제작 환경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선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제품 PPL이 짧게라도 나온다면 시청자나 관객으로부터 높은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광고주는 제작자에게 자사의 제품 홍보를 위한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제작자는 제작비를 마련해야 되기 때문에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PPL 간접광고의 부정적인 측면을 해결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과거에는 단순배치가 전부였던 PPL과 다르게 요즘에는 인물이 그 제품을 사용하고 더 나아가 제품이 스토리텔링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PPL 사례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 중 김주원(현빈 분)이 사용하던 만년필은 내용상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서 극의 분위기를 한층 더 높여주었다. 이렇게 스토리의 흐름과 전개에 적절하게 부합한 PPL의 사용은 드라마의 시청률뿐만 아니라 동시에 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PPL을 넣었을 때 극의 흐름을 해치는 경우, 프로그램 도중에 나오는 PPL이 아니라 협찬광고나 자막광고와 같은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작가·제작자·광고주의 의견 조율에 달려 있다.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방향으로 생각한다면 융통성 있는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제작자와 광고주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보통 인기 있는 드라마가 아닌 경우에, 광고주는 제작자보다 물질적으로 우위에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하관계는 광고주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게 만들고, 무리한 PPL은 드라마의 분위기와 흐름을 망친다. 이것은 '윈-윈'이 아니다. 따라서 제작자와 광고주 사이의 평등한 관계를 보장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요구된다.

세 번째로 방송법으로 시행되고 있는 PPL 규제의 정도가 적절한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방송프로그램 시간은 대부분 60분 정도다. PPL 허용 시간을 따져보면 전체 방송시간 60분의 5/100인 3분이다. 3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3분을 길게 쓰는 것이 아니고 짧게 따로따로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화면 크기의 1/4이면 눈에 잘 띄는 작지 않은 크기이다. 방송을 보면서 옷에 새겨진 브랜드명이나 전자제품의 로고가 보일 때마다 저렇게 크게 나와도 되나 하고 느낀다. 시간이 길수록, 크기가 클수록 제품을 광고하는 느낌이 확연히 들기 때문에 PPL 허용 기준을 '어떤 경우의 광고는 얼마나,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지' 시간과 크기를 더 구체적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태그:#P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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