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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신뢰 프로세스'를 북이 신뢰할까?"
"문재인 후보의 문제는 너무 구체적인 것, 족쇄가 될 수 있다."

대선 유력 후보 두 사람의 대북정책에 대한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교수의 평가다. 서 교수는 정치학을 전공하고 북미관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남북관계 전문가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 관련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두 후보 모두 대북정책의 변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누가 당선이 되든지 다시 남북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고, 북 내부와 국내, 국제적인 정세도 파악해야 한다. 여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신뢰' 회복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평화'를 중심에 놓고 있다.

"당선자, 취임 전에 대화재개 제안해야"

서보혁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HK연구교수.
 서보혁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HK연구교수.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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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각 후보들의 대북정책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2013년 상반기에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한 북한과의 관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이를 위한 초기 조치를 강조했다. 당선자가 "남북관계 정상화 선언"을 하고 "취임 전 무조건적인 대화 재개를 제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 또한 "쌀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문제 해결에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로 이어져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 교수의 이러한 제안은 남북관계를 악화일로로 만들었던 현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에서 기인한다. 유력 대선 후보 모두 '변화'를 이야기 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에 있다. 거의 모든 점에서 정책을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일단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부정,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면 '차별화'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며 "대북정책뿐 아니라 정책전반에서 그런 태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북한을 인류사의 발전과정에서 없어져야 할 정치체제로 봤다. 따라서 남한이 미국, 일본과 함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정치체제로 판단했고, '비핵개방3000'과 같은 정책이 나온 이유"라는 것이다. 서 교수는 "문제는 거기에 기대가 섞인 판단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판단은 객관적으로 해야 하는데 자기 자신의 기대가 들어갔다. 기대가 섞이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전쟁 이후 남북이 가장 갈등상태에 놓였다"라며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서  부정적인 흐름을 주도해나간 셈"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유력 후보 두 사람이 정책적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남북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말하는 것 또한 이명박 정부에서 야기된 남북관계 악화에 같은 인식을 하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박근혜, 이명박과 대북관 다르지만 북핵문제 접근법은 같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제49주년 경우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에서 열린 제49주년 경우의 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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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인식은 일치했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안은 차이가 있다. 서 교수는 박 후보가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하며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계속 돼야 한다"고 밝힌 점을 높게 평가했다. 박 후보의 '신뢰 프로세스'는 '국민적, 남북간, 국제적'인 세 가지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대북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모든 대화상대와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당연한 말"이라며 "무엇보다 남북 간의 대화가 지난 5년간 중단돼 있는 상태에서 대화의 시작은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 후보의 정책이 현재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박 후보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호신뢰에 기반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보다 진일보한 자세다. 이런 전향적인 자세가 남북의 신뢰를 형성하고 관계를 개선하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대규모 지원에는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북핵문제를 상당히 우선순위에 두고 있기 때문에, 박 후보가 말하는 '신뢰 프로세스'가 실제로 얼마나 잘 될지 얼마만큼 진전될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 남북관계는 변수가 많다. 박 후보의 성향에 비춰봤을 때 어느 순간 대북 강경노선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정치철학이 극단의 보수였고, 지지기반 가운데 강경보수의 눈치를 많이 봤다고 평가한다. 박 후보의 지지기반도 강경보수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박 후보의 대북정책을 낙관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대북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 되고 있지만, 북핵문제를 핵심에 놓고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이야기 한다. 경제지원과 북핵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기존의 합의 방식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핵문제에서 남쪽의 발언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으로 가며 그 문제로 인해 남북관계가 다시 고착될 가능성도 높다. 북핵문제와 관련된 합의들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문재인 '평화' 프레임, 박근혜 '신뢰'보다 낫다...하지만 너무 구체적"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자리혁명·경제민주화·복지국가·새정치·평화와공존 등 '다섯 개의 문, 단 하나의 문'이라는 제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자리혁명·경제민주화·복지국가·새정치·평화와공존 등 '다섯 개의 문, 단 하나의 문'이라는 제목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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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후보의 정책은 박근혜 후보와 방법적인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박 후보가 '신뢰'라는 과정을 중요시 했다면 문 후보는 '평화'라는 결과를 상정하고 이를 위해 포괄적 방식의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평화가 곧 경제"라는 소위 '평화경제론'을 바탕으로 남북연합 이전의 남북경제연합을 실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문 후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일관됐던 대북포용정책을 업그레이드 시키려 하고 있다. 서 교수는 "문 후보가 '평화' 키워드를 잡은 것은 상당한 의미"라고 높게 평가했다.

- 문재인 후보 대북정책 키워드로 '평화'를 꼽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평화가 없이는 경제적 교류나 사회적 통합, 민주주의를 공고화 하기 어렵다. 평화롭게 살 권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인권을 지키는 조건이 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평화권'이다. 그런 점에서 문 후보가 '평화'라는 키워드를 잡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의 '신뢰'라는 프레임보다 의제를 담을 수 있는 추상적 범위가 넓다고 할 수 있다."

- 문재인 후보의 노선은 아주 구체적이고 분명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특사를 보내고 취임식에 사절을 오게 하겠다는 식이다. 남남갈등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은데.
"문재인 후보 정책의 특징은 너무 구체적이라는 것이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다. 대북통일정책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타 후보와 차별성을 이 분야에서 뚜렷하게 보이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두 가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남한의 새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지연전술을 쓰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려고 전술을 취해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 복원과 전략이 흐트러질 수 있다.

또 임기 초에 잘못된 관계의 틀을 다시 잡아놔야겠다고 드라이브를 걸다 보면 국민통합과는 멀어질 수 있다. 문 후보도 노무현 정부 때 남남갈등이 심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하되 남에서, 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염려되는 부분에 대해 고려하면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정책을 제시할 때 구체적인 숫자, 세세한 일정표를 제시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대화 이끌어 내는 중추자 역할이 중요하다"

서보혁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HK연구교수
 서보혁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HK연구교수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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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정책에는 북한의 반응 예측이나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특히 중국과 미국 등 북한문제에 당사자 격인 국가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시간과 여건 상 세세한 정책을 담을 수 없는 환경일 수 있지만 이는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이런 지점이 고려돼야 각 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도 전망해 볼 수 있다. 서 교수는 박 후보에게 "북핵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자세와 신뢰할 수 있는 이행전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고, 다른 두 후보에게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외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느 후보가 당선 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한은 어떻게 나올 거라 예상하나.
"박근혜 후보는 최악인 현재 상태를 복원하는데 초기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 간의 대화를 평이하게 이야기 하는 수준이다. 북의 어떤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다. 문 후보는 당선되면 인수위부터 적극적인 방안을 내놓고 있다. 북은 남쪽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 매번 안달이 나게 하는 전술을 썼다. 협상력을 높이고 몸값을 끌어 올리려는 방안이다. 문 후보가 됐을 경우 경제협력, 북핵문제, 평화체제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것이다. 세 가지가 한꺼번에 걸려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안 되면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고려해서 북의 반응을 살펴야 할 것이다."

-두 후보 정책의 실현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나?
"박 후보가 내놓은 '신뢰 프로세스가 현실성 있기 위해서는 북핵문제에 전향적인 자세와 기존합의 이행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현재 상태로는 신뢰 프로세스를 북이 신뢰하기 어렵다. 문 후보의 경우 대북정책 내용자체는 전향적인데 이를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국내적인 지지와 한미 간의 긴밀한 정책협력, 중국과의 공조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그동안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정치권과 국민여론 사이에 많은 엇갈림이 있었다. 여기에 일정한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을 가지고 초당적으로 지지범위를 넓히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남한 정부가 해야할 외교적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을 놓고 보면 남북미 셋이 선순환 하는 관계를 가졌던 것은 김대중-김정일-클린턴으로 구성됐던 1998년에서 2000년까지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태우-김일성-부시(아버지) 때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중요한 것은 남쪽이 남북관계에서 중추자(pivot) 역할을 할 수 있는지이다.

그런 역할 을 한 것이 2005년에서 2007년까지 노무현-김정일-부시 시기였다. 이때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었다. 남한이 대화의 중추자 역할을 하면서 6자회담을 진전시키고 그 틀 안팎에서 북미 대화도 진전이 있었다. 미국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 중추자 역할을 하지 않는다. 남한이 북미, 북일 대화를 주선하고 그 관계 속에서 남북대화도 이끌어내는 역할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미얀마 방문에서 처음 북한을 언급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8개월 만에 언급이라고 하는데, 집권 1기 때 북한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가 평화진보의 길을 선택하면 손잡겠다'고 했는데 이 말의 수신자는 평양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남한의 새 정권, 중국의 시진핑 주석일 수도 있다. 북한 문제에 공조를 하자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고 싶다.

북이 움직이지 않았지만 한국, 미국, 일본, 중국은 대화를 해왔다. 최근에 북일대화도 있었다. 내년이 정전협정 60주년이기 때문에 한국전쟁 미군유해발굴 사업을 재개하고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식량지원 상황을 보러 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남쪽의 새 정부 등장과 함께 내년 상반기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외적인 조건은 분위기가 있다고 보는데 내적인 조건은 아직 심각하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우리 내부의 줄다리기가 있을 것이다."

서보혁 교수는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후보직 사퇴로 단일화가 이뤄진 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정책에서 차이가 나는 부분은 북인권정책 부분이었는데 이는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문 후보 쪽이 안 후보의 정책을 대부분 수용한 것을 알고 있다"며 "또 이견이 있었던 남북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차이는 문 후보의 방향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았졌다"고 말했다.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있어서는 안 후보의 의견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이 피격사건과 관련해 사고재발방지를 말했다고 해도 그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이고 지금은 지도자가 바뀌었다, 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받은 게 아니다"라며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다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대선, #대북정책,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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