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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강원도청 노숙농성장 모습.
 강원도청 노숙농성장 모습.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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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잔디 위에서 '탁!' 하고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늘로 솟은 골프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깃발이 꽂힌 잔디 위에 사뿐히 떨어진다. "나이스 샷!" 웃음소리가 들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발걸음을 옮긴다.

이들이 골프를 치고 있는 땅은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었고 주민들이 밭을 일구며 대를 이어 살던 땅이었다. 수많은 생명의 무덤이 되어버린 골프장은 자연에 대한 폭력이며,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자연을, 가진 자들을 위한 땅으로 바꾼 자연에 대한 독점일 뿐이다.

1년 넘긴 강원도청 앞 노숙농성

강원도청 앞. 검은 차양으로 덮힌 움집 모습의 천막이 일 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이 노숙농성을 하는 곳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에도, 한겨울의 추위에도 자리를 지키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돌보며 밭을 일구어야 할 사람들이 노숙 농성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느날 느닷없는 골프장 건설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 이들은 갈 곳을 잃었고, 골프장 건설 현장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황망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주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처음 골프장 이야기가 오갈 때만 해도 주민들은 참으로 순진했다. 자신들이 반대하면 골프장은 건설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잘못된 것을 알리면 그릇된 일이 바로잡힐 거라 여겼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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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들도 문제가 있다면 골프장 건설을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하소연은 허공을 맴돌았다. 돈과 권력으로 뭉친 세력을 주민들이 상대하는 건 애초부터 어려운 일이었다. 골프장 건설은 거침없이 추진됐다.

현재 강원도에는 골프장 50개가 있다. 건설중인 곳은 21개, 새로 추진되는 곳은 13개로 이들을 모두 합치면 84개 1544홀이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32배, 축구장 크기의 1만1815배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이렇게 골프장 개발이 강원도에 집중 되는 까닭은 뭘까. 일단 이명박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이 쉬워진 배경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인허가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법과 탈법의 묵인, 주민이 아닌 건설업자 편을 드는 지자체의 행정 편의주의 원인이 크다. 

주민들이 겪는 불이익은 하나둘이 아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이런 일 당하고 누가 가만히 있을까 싶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조상의 무덤을 파헤친다. 친환경농사를 짓던 마을은 골프장 농약 피해로 친환경농업을 포기해야 한다. 골프장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물 부족으로 농업용수는 바닥을 친다. 당신이 이런 일을 겪으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계속 농사 짓고 싶은 땅의 사람들

주민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많은 보상금이 아니라 농사지으며 대를 이어 살아온 땅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올바른 과정을 거쳐 골프장이 건설돼도 억울한 상황. 하지만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서 사업자는 사전환경성검토서와 환경영향평가서, 산림조사서, 재해영향평가서, 토지적성평가서 등을 부실하게 만들어 제출하기 일쑤다. 지자체를 비롯한 환경청, 산림청 등도 법에 기초한 절차를 부실하게 처리하기도 한다.

홍천 북방면 산요수웰니스카운티 골프장 건설 현장 모습.
 홍천 북방면 산요수웰니스카운티 골프장 건설 현장 모습.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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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강원도 골프장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골프장이 지역경제와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안다.

강원도는 남한의 허파이자 야생동식물의 주요 서식처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멸종위기 1, 2급으로 지정된 하늘다람쥐, 삵, 무산쇠족제비, 까막딱따구리, 담비 등에게 숲은 삶터이자 삶의 전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산림생태계를 훼손하면 도민들의 삶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골프장 건설 반대 운동을 하면서 주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땅을 일구던 농민의 손에는 삽이 아닌 골프장 건설 반대 피켓이 들렸고, 이웃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던 입에서는 거친 구호가 나오고 있다.

한 강원도민의 긴 하소연은 왜 이들이 장기간 노숙농성을 하는지 잘 말해준다.

"강원도청 앞에서, 강릉시청 앞에서, 홍천군청 앞에서 골프장 반대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겨울 준비로 바빠야 할 지역주민들이 농성장에서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조상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산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산을 푸르게 덮었던 나무들이 잘려나갔고 깃들어 살던 생명들이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생명의 무덤이 되어버린 그곳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곳에 깃들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뿌리 채 뽑혔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가 잘려지기 전에 되돌려 주십시오. 우리들의 작은 꿈, 내가 살던 곳에서 농사지으며 살게 해달라는 작은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되돌려 주십시오. 우리들은 정의가 뭔지 잘 모르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줄은 압니다. 우리들은 복지가 뭔지 잘 모르지만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게 올바른 삶이라는 걸 압니다.

내 가족, 이웃과 함께 오랫동안 살아온 삶의 터전을 지키고 싶습니다."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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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박그림님은 설악녹색연합 대표,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공동대표입니다.



태그:#골프장, #노숙농성,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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