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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하며 한 상점에서 상인이 건네는 전복을 맛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14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방문하며 한 상점에서 상인이 건네는 전복을 맛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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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인근 길다방에서 만난 김택진(가명, 45)씨는 이웃 주민들과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에게 야권후보 단일화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자 "커피는 못 사주니 아가씨 돈으로 사먹어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나물에 그 밥이제. 다 똑같은 거 아인교"

함께 있는 이웃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김씨는 "뉴스 보니까 배운 학생들이 야당을 지지하던데,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며 "박근혜는 독재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권 단일후보로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해본 문재인이 안정적"

부두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남항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행한 북항 개발에 이어 문재인 후보가 항만 개발의 바통을 이어 받을 거라 기대했다. 

"나야 뭐 뱃일 하니까, 아무래도 문재인이가 낫지 않겠나. 안철수가 젊은층에선 '컴퓨터 대통령'이라 하믄서 성공한 사람이고 롤모델이라 카던데. 그거 갖고는 정치하기 힘들제. 그런 걸로 치면 문재인이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도 근무 해봤으니까 안 다르겄소? 그렇다고 정치에서 때 묻은 사람도 아니고."

옆에 서서 고개만 휘젓던 길다방의 주인 김윤선(가명, 55)씨는 "정치는 다 소용없다"며 아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씨가 요즘 고민이 많다. 길다방 맞은편 건물 2층에 커피숍이 생긴뒤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사람들은 라면은 그냥 먹어도, 커피는 음악도 나오는 좋은 곳에서 마시려 한다"고 말했다. 김택진씨는 고민이 많은 김윤선 사장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나는 모르겠다. 서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면 장땡인데."
"그라모 투표 해야할 거 아이가."
"아이고. 내사마 그런 건 머리 아파서 모르겠다니까."

김택진씨의 설득은 잘 통하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 안철수보다는 정당 기반이 확고한 문재인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거죠. 솔직히 말해서 안철수 후보가 위험해 보이긴 해요. 나라를 맡겠다는 사람인데 정치 경험도 없고, 기반도 없으니...."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서 복권집을 운영하는 박태진(49)씨의 말이다. 복권집으로 들어서자 박씨가 보고 있던 신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박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 하루에도 2~3개의 신문을 꼭 읽는다. 박씨의 복권집은 다른 자영업과 달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복권집을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대통령 후보가 제일 먼저 할 일로 "서민 경제 챙기기"를 꼽았다. 

박씨는 안철수 후보를 '로또복권'에 비유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사람 됨됨이는 좋지만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가능성은 로또복권 당첨만큼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 비해 안정적이고, 보좌하는 사람들 역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라 신뢰가 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그는 "누구든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는 후보를 선호할 수밖에 없으니 문재인 후보에게 기우는 게 사실"이라며 "부산 관련 정책에 신경을 쓰는 후보에게 눈이 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안철수 후보를 신뢰한다"

강서구 강동동 좁은 길로 자전거 한 대가 들어왔다. 자전거에 몸을 실은 노인은 잠시 페달질을 멈췄다. 노인은 그 자리에 서서 담배 한 대를 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한 놈 가지곤 되는 일도 안 되니까 즈그가 그라제. 흩어지면 죽는데 우짤끼고"

부산 강서구에 사는 서병국(69)씨는 비뚤어진 모자를 고쳐 쓰고 혀를 끌끌 찼다. 서씨는 "정치하는 사람 안 믿은 지 오래"라며 "그래도 굳이 뽑자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12일 오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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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씨는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안 보인다"며 "새로운 인물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철수에게 정치 경험이 없다는 걸 꼬집는 사람이 많던데, 나쁜 경험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구포역에서 만난 강도경(46)씨는 18살 딸과 함께 버스 타러 가는 길이었다. 강씨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정당이라는 틀에 갇혀 정책이 너무 뻔하다"며 "그보다는 진보-보수를 떠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안철수가 더 낫다"고 말했다.

"우리 딸들이 18살, 15살이라 그런지 교육 정책에 관심이 많이 가요. 문재인 후보가 가진 공약은 듣기엔 좋지만, 너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요. 반면에 안철수 후보는 입시 교육 문제를 고치겠다는데, 현행 제도와는 큰 변화가 없어 안심이구요. 딸이 수험생이라서 교육 제도가 크게 바뀌면 피해를 볼까 걱정이네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부산 시민은 문 후보의 국정 운영 경험과 정당 기반을 높이 평가했다. 반만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안 후보의 신선함과 이념에 좌우되지 않는 그의 철학에 호감을 나타냈다.

문, 지지도와 조직적 힘에서 안철수 후보 앞서

<국제신문>에서 부산·울산·경남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대통령 선거 2차 여론조사를 결과를 보면 민심은 문재인 후보 쪽으로 약간 기운 것으로 보인다. 여야 양자대결을 가정했을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1.6%, 문재인 후보는 43.2%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39.5%)는 박근혜 후보(51.8%)와의 양자 대결를 가정했을 때, 문 후보보다 적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단일화는 확실한 정권 교체를 위함인데 아무래도 안철수 후보는 불확실성이 있다"며 "국민들은 국정 운영 능력 등을 보면서 문재인 후보에게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지지 모임인 '내일 포럼' 김종현 상임대표는 "조사 단위가 작기 때문에 여론조사 결과로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를 따지는 건 무리가 있다"며 "후보 적합도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앞서지만, 본선 경쟁력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 상당수가 무당파여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으로 경쟁 구도가 이뤄지면 외연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며 "안철수가 국민 후보로 대선에 나서고 민주당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깊어가는 부산의 고민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고향은 부산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에서 오래 활동했다. 안철수 후보의 고향은 부산이다. 그의 부친은 최근까지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했다. 이런 탓에 야당을 지지하는 부산시민은 문재인-안철수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두 후보도 부산 관련 공약과 정책을 밝히고 민심을 얻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14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정책간담회를 열고 ▲부산 난개발 시정 ▲해양수산부 부활 ▲동남권 신공항 발전 ▲동남경제광역권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날 문 후보는 "수도권 중심 정책과 균형발전을 부정하는 새누리당에 정권을 맡기면 결코 부산·울산·경남이 자립적인 경제권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정권 교체 없이는 부산의 발전도, 부산의 영광도 되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1~12일 1박 2일 동안 부산에 머물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부산에서는 안 후보 지지자 모임인 '내일 포럼'과 '철수정책개발연구원'이 지역 정책 제안 역할 등을 담당하고 있다. '내일 포럼' 김종현 상임대표는 "부산 시민들의 여론을 취합해 안철수 후보가 주장하는 전국 균형 발전 정책과 부산 관련 공약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12일 정수장학회 소유의 <부산일보>를 찾아 이정호 전 편집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정수장학회 문제 중심에는 박근혜 후보가 있다"며 "그런데 박 후보는 자신의 모든 책임을 이사진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맞수'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대선이 약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부산 유권자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부산의 고민이 깊어간다.

덧붙이는 글 |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 기자단 3기 '오마이 프리덤'에서 활동합니다.



태그:#부산 민심,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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