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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을 찾아서
▲ <서칭 포 슈가맨> 스틸 슈가맨을 찾아서
ⓒ Red Box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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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종로에서 지인의 추천을 받아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영화를 봤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역시 '입소문'이 날만한 영화였다. 이를 반영하듯 극장에 모인 관객들 역시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만큼 감동 있고 훌륭한 작품이었다. 나 역시 지인들에게 이 영화를 계속 추천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온 친구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힘들었어."

그 말인즉, 영화관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 10월 10일 개봉한 <서칭 포 슈가맨>은 14일 기준으로 전국 6개의 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다. 동네에서 쉽게 갈 수 있는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접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 그러니 '추천'만 믿고 영화를 찾아 헤맨 지인들은 한결같이 "(영화관 찾기가) 힘들었다"는 말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주로 낮 시간에 하루 1~2회만 상영되고 있었다. 당연히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이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입소문은 역시 이유가 있다
▲ <서칭 포 슈가맨> 스틸 입소문은 역시 이유가 있다
ⓒ Red Box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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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기도 안양에 사는 친구 하나는 <서칭 포 슈가맨>을 보고자 했다. 그런데 영화를 개봉하는 가장 가까운 극장을 찾아보니 서울 마포 'KT&G 상상마당'이 유일했다. 지하철로 1시간 30분 거리. 친구는 끝내 영화 관람을 포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영화가 좋아도, 서울 사람 아닌 이상 대한민국에서 이 영화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랑 똑같은 거야"라며 아쉬워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이 소위 '돈' 되는 영화에만 집중하는 것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투자자와 배급사의 이익을 고려했을 경우 이는 틀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관객의 선택권'이다.

현재 우리나라 영화계는 CJ·롯데·쇼박스 등 대형 배급사와 투자자가 제작부터 배급·상영까지 전체 시장의 9할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봐도 심각한 시장 독점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대형 배급사와 투자자에 의해 제작된 한 편의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전국에서 600~700개의 상영관을 점유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관객은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배급사에 의해 이미 선별된 영화만을 강요받게 된다. 뿐만 아니다. 다양한 영화제작 환경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결국 감독은 대형 배급사의 눈치를 보게 되고, 이는 '돈'과 '대중성'에만 집착하는 상업 영화만을 제작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만든다. 다양한 영화적 실험은 제한되고, 대중 역시 영화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꼴이다.

서칭 포 영화관
▲ 안양 멀티플렉스 극장 서칭 포 영화관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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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앞서 <서칭 포 슈가맨>의 관람을 포기한 친구의 말은 새겨볼만 하다.

"안양에만 멀티플렉스 극장이 세 곳이야, 극장마다 상영관이 8개에서 10개씩은 있으니, 총 서른 개 정도 있는 거지. 그런데 상영하는 영화가 총 네다섯 작품에 못 미쳐.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개봉했을 때도 베니스 시상식 직후였는데 하루에 1회 한 곳에서만 상영하더라고. 안타까웠어. 정말로 해결점이 없는 건지, 아쉽더라고."

이제라도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계 내부에서 이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상영관 수에 따른 영화 쿼터제'가 바로 그것. 상영관의 갯수에 따라 영화상영 독점의 행태를 제도적으로 막아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멀티플렉스 하나에 상영관이 10개라면, 여섯일곱 작품 정도를 최소 하루 2회 이상 상영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한 영화의 상영권 독식을 제한하고, 다양한 작품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 이는 친구의 바람처럼, 좋은 영화를 찾아 더 이상 '서칭 포 영화관'을 할 필요 없음을 의미한다.


태그:#서칭포슈가맨, #멀티플렉스극장, #영화쿼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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