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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윤환 목사가 이번에 그 시흥갯골을 <시흥, 그 염생습지로>(열린출판사)란 이름으로 네 번째 시집에 아로새긴 뒤 가을문화축제를 연다.
▲ 시인 김윤환이 펼치는 가을문화축제 시인 김윤환 목사가 이번에 그 시흥갯골을 <시흥, 그 염생습지로>(열린출판사)란 이름으로 네 번째 시집에 아로새긴 뒤 가을문화축제를 연다.
ⓒ 열린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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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맣게 저물어 가는 세상에도
여자가 되어, 어머니가 되어
어느 계절이건 
푸르게 살아
검게 찌든 하늘도
온전히 이고 가는가

그 자궁에 이 생명들
모두 자라나니
그대 가이 없는 가슴으로
모든 것을 품는가
안고 사는가.

땅이여,  어머니여
-'시흥, 그 염생습지-地(지), 여자여, 어머니여' 모두

경기도 시흥시에 시커먼 둥지를 틀고 있는 시흥갯골... 시흥갯골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보호습지로 서울광장에서 30㎞ 거리에 있다. 갯골이란 갯벌에 바닷물이 들었다 나갔다 하면서 만들어진 긴 물길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를 말한다. 경기지역에서 하나뿐인 이 갯골은 인구 41만 명이 살고 있는 시흥시 한가운데 고층 아파트단지와 공단 속에 파묻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이 도시 갯골을 20여 년 동안 아내나 어머니 품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시인이 있다. 그 갯골에서 살아가는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시와 성경을 들고 희망이란 씨알을 뿌리고 있는 시인 김윤환 목사가 그다. 그가 이번에 그 시흥갯골을 <시흥, 그 염생습지로>(열린출판사)란 이름으로 네 번째 시집에 아로새긴 뒤 가을문화축제를 연다.

11월 15일(목)부터 18일(일)까지 나흘 동안 시흥능곡도서관 다목적홀에서 열리는 '은강교회 가을문화축제'가 그 행사다. 이번 축제에서 시인 김윤환은 15일(목) 저녁 7시 30분 향토시집 '시흥, 그 염생습지로'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18일(일)까지 향토시화전을 가진다. 축하한다. 시집을 펴낸 뒤 출판기념회와 시화전을 한꺼번에 여는 행사는 사실 문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지 않은가. 

이 가을축제는 16일(금) 저녁 7시 30분 가수 징검다리 '초청공연'에 이어 18일(일) 낮 11시 전 KBS교향악 단장 김권식 교수 '초청예배', 같은 날 낮 2시 시인 김윤환 '시가 있는 인생에세이' 등이 잇따라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특히 시화전에서 거둔 수입금 모두를 미지원아동시설 연성아동센터를 돕는 일이어서, 찬바람이 부는 요즘 이 세상을 더욱 훈훈하게 데워준다. 

김윤환 시인은 11일(일) 저녁 6시 전화통화에서 "이번 향토시집은 서양화가 황학만 화백이 시흥을 스케치하여 함께 시화집으로 발간하게 되었다"고 귀띔한다. 그는 "이날 개막식에는 제1부 출판기념식이 있고, 제2부는 가수 징검다리의 시노래공연, 제3부에서는 초청문인 및 후원천사들의 시낭송회가 열린다"며 "이번에 전시되는 시화 30여 점과 시집 판매수익 전액은 아동센터 후원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혔다.

20여 년 눈물과 웃음 함께 한 삶의 자리이자 시창작의 산실, 시흥

"1989년에 문단에 나온 김윤환 시인은 20여 년 동안 소외되거나 익숙해서 놓쳐버린 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중견시인입니다. 이번 시집은 자연 그 자체로나 도시 생태학적으로 매우 특별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시흥'을 시적 소재이자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시인의 시적 영감과 삶이 괴리되지 않고 일치를 이룰 때, 시인의 눈이 아픈 곳을 향하되 그 대상을 공감과 희망으로 승화시켜 나갈 때, 시가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시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고장 '시흥'을 때로는 '모성의 자궁'으로, 때로는 '향기로운 영토'로 노래하며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넘어 문학적 영토를 확장해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시집이 자신의 고장 '시흥'과 돌보는 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사랑의 시편이라는 점은 작품만큼이나 감동을 줍니다. '시흥'은 아름다운 영토와 아름다운 시인을 지닌 '시흥(始興)이요, 시흥(詩興)'이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시인 도종환

다음은 11월 11일(일) 저녁 6시 시인 김윤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향토시집을 펴내면서 시화전까지 함께 열게 된 까닭은?
이번 축제에서 시인 김윤환은 15일(목) 저녁 7시 30분 향토시집 ‘시흥, 그 염생습지로’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18일(일)까지 향토시화전을 가진다.
▲ 시인 김윤환 이번 축제에서 시인 김윤환은 15일(목) 저녁 7시 30분 향토시집 ‘시흥, 그 염생습지로’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18일(일)까지 향토시화전을 가진다.
ⓒ 시인 김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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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시화집 <시흥, 그 염생습지로>는 그동안 발표된 작품 가운데 시흥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 최근 쓴 신작시를 모았다. 이번 시집을 낸 동기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등단 23년이 되었고, 문학을 전공한 시인으로서 '향토'라는 삶의 자리를 어떻게 문학적으로 승화해낼 수 있는가 하는 시인으로서 소명의식 같은 것이다.

둘째는 시흥은 제가 20여 년 동안 눈물과 웃음을 함께 해 온 삶의 자리이자 시창작의 산실이기 때문에 지역 관련 작품을 따로 모을 필요가 있었다. 셋째는 시흥시 민관협력기구인 <맑고푸른시흥21실천협의회(시흥의제21)>의 '마을명소찾기 시민실천단' 단장으로 봉사하면서, 지역탐방과 전해 오는 이야기,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가 많았다. 시흥이 주는 문화적, 정서적 특징을 시로 노래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시흥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넷째는 목회자가 되어 다시 시흥으로 돌아온 저는 지역을 섬기는 사역으로 아동복지시설인 연성지역아동센터를 2011년에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미지원시설이라 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어 후원사업이 필요했다. 이번 시집과 시화들을 통해 뜻있는 분들의 지역사랑, 아동사랑, 문화사랑을 함께 나누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인이 삶의 터전을 시로 노래하는 일은 언제나 있어왔고, 필요한 일이다. 다만 저는 그것을 좀 더 다양한 도구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와 시인을 무엇이라 여기는가?
"시는 그 자체가 목표나 목적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언어적 예술이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주변을 좀 더 깊이 돌아보게 하는 매개로 삼아 시로 말미암아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깊이 인생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 소재와 배경이 자신이 살고 있는 바로 거기 그리고 오늘을 노래한다면 이 또한 시인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고향이 안동이다. 시흥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가?
"그렇다. 안동을 떠나온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이제는 시흥이 내 고향 안동과 같은 곳이라 여긴다. 고향보다 더 오래 사는 곳이 진짜 고향 아니겠는가. 이 시화집이 아름다운 고장 시흥을 자랑하고 시흥 사람의 삶을 노래하는 작은 편지가 되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지역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며 사랑의 삶을 살 수 있는 좋은 방편으로 시창작에 임하겠다."

시인은 다문화고향을 어떻게 품을까?

시인 김윤환은 나(글쓴이)를 닮았다. 목사가 된 것만 빼고. 시인 김윤환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나도 나를 태어나게 하고, 젊은 날까지 나를 아무런 탈 없이 잘 키워주었고, 지금까지 시를 품고 살게 하는 내 고향 창원이 떠오른다. 내가 1986년 여름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으니 나도 고향을 떠난 지 너무 오래 되었다.

그래. 나도 한때 서울에서 출판업을 하다 집까지 몽땅 경매당하고 내 고향 창원 그림자를 도둑고양이처럼 살짝 밟은 때가 있었다. 나는 그때 창원, 울산, 부산, 경주, 순천 등지를 각설이처럼 떠돌며 식의주에 매달리다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 뒤 중랑구 면목동에 있는 반 지하방을 세 번이나 떠돈 끝에 겨우 용마산 아래 3년째 연약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나 또한 시인 김윤환이 시흥을 새로운 고향으로 삼아 피붙이 살붙이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처럼 중랑구를 새로운 고향으로 보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과 10월에 용마산과 미아리공원에서 '만해 한용운 문학제'와 '박인환 낙엽문학제-사색의 길을 걷다', 시비순례 등을 열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시인 김윤환이 지닌 깊고 폭넓은 시흥사랑,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힘겨운 아동에게 베푸는 큰 사랑에 견주면 지푸라기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쯤해서 시인이 쓴 시를 한 편 더 읽자. 이 시를 읽으며 다문화가족처럼 자꾸만 늘어나는 다문화고향을 어떻게 품는 것이 가을바람이 억새를 흔들며 은빛구슬을 톡톡 터뜨리는 것처럼 빛나는지 되짚어보자. 

짠물을 순화하는
풀꽃이 갯벌에 피다
칠면초, 갯개미취, 퉁퉁마디
갯쑥부쟁이
그리고 갈대

개조게, 길 잃은 새끼게가
풀꽃 향기에 취해
썰물을 잊다

뭍과 바다가 만나
한 줄기 한 줄기
제 빛을 드러내는
생명의 군락이여.

살아서,
살아서 향기로운 영토여.

-'갯골 가는 길-生(생), 살아서 향기로운 영토' 모두  

시인 김윤환은 1963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1989년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릇에 대한 기억>(2004), <까띠뿌난에서 만난 예수>(2009), <창에 걸린 예수이야기>(2010)가 있으며, 논문집 <한국현대시에 나타난 종교적상상력>, <박목월 시에 나타난 모성하나님>, 자기계발서 <희망으로 리드하라>를 펴냈다.

지금 단국대에서 '수필창작론', '동양고전과 문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사)한국작가회의, 한국평화문학포럼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생활교양지 <월간 소금창고> 발행인, 시흥 <은강감리교회> 담임목사, 아동복지시설 <연성지역아동센터> 대표, 시흥YMCA 이사, 시흥의제21<마을명소찾기> 실천단장, 경기신문 필진.

덧붙이는 글 | [문학in]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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