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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포럼이 발표한 2012년 젠더 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은 135개국 중 108위를 기록해 3년 연속 악화되었다. 여성의 경제참여나 기회는 116위, 교육수준은 99위, 건강과 수명은 78위, 정치력은 86위로 전반적으로 뒤처져 있다. 특히 한국 고용시장 안에서 여성의 임금수준이나 직위는 동일직종 내 남성에 견줘 턱없이 낮다보니 여성의 경제참여나 기회 측면에서 불평등지수는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은 50%도 못 미치는 여성 고용률로 대변되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여성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우선해야 할 과제로 '양질의 일자리'를 꼽는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고용 이슈가 우리나라 사회정책의 코어 이슈다, 여성 이슈가 해결되면 저출산 고령사회 이슈나 일가정 생활의 균형, 소득보전, 빈곤, 평등과 다양성, 육아 이슈 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지금 경제민주화가 한창 논의되고 있으나 정작 여성노동의 문제는 빠져있는 것도 문제이다. 여성고용이 풀리지 않으면 일-가정 양립이나 보육정책 또한 제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 대선후보들의 정책은 여성의 일자리 불안을 줄여주기에 미흡한 점들이 많다. 특히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여성의 현실을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정책의 우선은 '여성고용대책'... 경력단절 해결이 시급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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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여성고용의 큰 난관인 경력단절을 사전에 막는 방안을 중심으로 여성 일자리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를 감당하는 시기에 고용시장을 떠났다가 이후 재진입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성고용의 아킬레스건이다. 2000년과 2010년 여성의 연령별 경제활동참가율을 비교해보면 극명해진다.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00년 54.7%에서 2010년 65.5%로 10%p 이상 상승한 데 반해, 30대의 여성은 2000년 54.05%에서 2010년 55.25%로 1%p 내외 증가에 그쳤다. 2010년 30대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대보다 10%p 낮다. 자녀 출산과 양육기를 맞은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을 보여주는 'M자형 곡선'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여성 고용률은 정체되어 있다.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이 같은 일자리로 돌아오더라도 근속한 남성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여성의 임금과 승진에도 경력단절은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경력단절 이전과 이후에 해당하는 20대와 40대 여성 임금근로자들을 비교해보면, 20대 여성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46.2%이지만, 40대 여성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63.0%로 경력단절 이후 여성 임금근로자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훨씬 높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30대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경제활동을 이어가도록 돕는 정책이 절실한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제시하는 세부 정책 내용은 후보별로 수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후보, 여성 경력단절 해결보다는 보육에 초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한 강연회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도 아이를 키워야하는 문제로 떠나야 하는 경력단절의 여성들이 많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되느냐 고민을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여성정책 구호는 '여성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나라 만들기'다. 그러나 여성정책의 상당이 보육에 맞춰져 있고, 임신기간에 단축근무를 제한하는 정도에 그쳐있다. 여성의 경력단절을 미연에 막을 대안은 빠져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40여 명의 온라인 여성카페 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 고용률이 아주 낮은데 그것은 그만큼 우리의 사회적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라며 "M자 곡선이라고 부르는 중간 경력 단절 문제, 출산과 보육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일자리를 떠나게 되는 문제를 막아주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문 후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정책에 가장 잘 담았다. 문 후보는 근본적으로 성평등을 제도화하기 위해, 여성발전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하고 성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했다. 근본적으로 여성일자리 확대를 위해 고용상 성차별을 해소하고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불이익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의 임신과 출산후 계속고용지원금을 2배 인상하는 안을 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며 여성고용 문제를 언급했다. 여성 고용대책으로 육아휴직수당 및 보육시설 재정지원 확대, 직장 보육시설 설치 지원, 여성 경력단절 방지 위한 재고용·계속고용 활성화 등이 담겼다. 또한 그는 성인지 예산제 등을 언급했다.

육아기 근로자 대체인력과 재취업 지원 필요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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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대선주자들 중 문 후보의 정책이 가장 눈에 띄지만, 여성들이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강제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현실을 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대선후보들이 말하지 않았지만, 경력단절을 근절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들이 있다.

우선 업무 공백에 따른 기업과 근로자 서로 간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육아기 근로자의 업무공백을 다른 인력으로 대체해주는 지원이 필요하다. 공무원의 경우 육아휴직에 들어간 여성 공무원 수를 감안해 새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도 일부 활용하고 있다. 일반 직장에는 대체인력을 지원하고, 계속고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여성근로자의 퇴사를 종용하는 회사에는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해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일도 중요하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자리를 다양화해야 한다. 우선 센터 수 자체가 부족한 문제를 개선하고, 여성 개개인의 욕구에 맞게 다양한 일자리로 연계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편 대선후보들은 부모휴가를 확대하고, 지원급여를 높이자고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부모휴가의 사용자를 전 부모로 확대하고, 정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부모휴가 현실화, 정부가 예산 확보해야

박 후보는 남성의 출산휴가를 한 달로 지정하고 100% 유급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제안해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 후보는 아빠의 출산휴가 2주를 유급으로 지정해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려 한다. 게다가 그는 육아휴직급여를 현행 40%(상한 100만 원)에서 70%로 확대하는 방안도 담았다.

그러나 부모휴가에 사용될 재원을 고용보험으로 한정하면서 실효성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첫째, 현재 고용보험기금에서 산전후휴가비나 육아휴직급여를 지원하기도 벅차다. 여기에 남성의 출산휴가를 유급으로 지원하고, 육아휴직급여를 높인다면 필요한 재원은 급속도로 불어난다. 국회예산처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은 2007~2010년간 2조 9000억 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업급여계정에 기반한 모성보호급여가 급증하고, 실업보험의 증가로 재원은 2013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국고지원은 100억 원대로 제자리라, 모성보호급여 지출에서 국고지원 비중은 2015년에 1.7%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처럼 부모휴가지원을 위한 고용보험기금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고, 동시에 국고 지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둘째, 부모휴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모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제도임에도 대상의 폭이 넓지 않다.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인의 상당이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이 제도의 선택권한에서 배제되어 있다. 문 후보는 저소득 여성근로자를 위한 사회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대상을 최저임금의 130%로 확대하고 지원율을 80%로 높이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분위기다. 현재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근로자는 3%가 채 되지 않는다. 돌봄의 주된 역할이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남성이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따가운 시선이 존재한다. 그나마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는 일반직장보다는 공무원인 경우가 많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마련된 부모휴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가 예산을 확보하고, 혜택범위를 모든 부모로 대상을 확대하는 전향적인 안이 나와야 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는 의미 있지만, 남성이 육아기 전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꿔 그야말로 일과 생활이 병행되도록 해야 한다.

취약보육에서 시급한 건 '종일제 보육 정착'

대선주자들은 부모의 선택을 넓히고 정부의 종일제 보육료 지원으로 인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시간제 보육서비스 도입을 대선정책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현재 취약보육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시간제 보육이 아니라 종일제 보육의 정착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분야가 보육서비스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돌봄의 사회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일을 하고 싶어도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이용할만한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현재 보육은 종일제 운영으로, 오전 7시반부터 오후 7시반 운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이 운영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어린이집을 집 가까이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민간어린이집이 집 근처에 많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제 시간에 문을 여는 곳은 드물고, 오후 3~4시면 대다수 아이들이 하원을 하는 상황이다. 소수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남는 상황에서 더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맡기려면 부모는 눈치를 봐야 한다.

지금과 같이 어린이집 대기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맞벌이 가정의 아이가 어린이집을 이용하기는 더 곤란하다. 이 때문에 맞벌이는 노부모들의 도움을 받거나, 늦은 등원과 이른 하원을 위해 도우미를 활용한다. 이로 인해 이중부담이 생겨나고, 여성은 일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박 후보는 맞춤형 보육을 내세우며 종일제의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정책으로 냈고, 문 후보는 보육시간의 이원화를 말하며 시간제 도입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종일제 보육이 정착되지 않은 현실에서 보육서비스 시간마저 후퇴시켜 여성의 경제활동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시간제 보육만을 위한 별도의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낫지, 이를 기존 종일제 보육에 시간제를 혼합할 경우 본래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혼란만 높일 수 있다.

물론 일과 생활의 병행을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너무도 많다. 근본적으로 성평등 의식이 확산되고, 일자리에서 여성과 남성 간의 불평등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의 격차가 해소되고, 보육과 얽힌 문제도 풀어야 한다. 산재한 과제들 중에서도 여성고용 현실에서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경력단절 사전 방지, 부모휴가 현실화, 종일제 보육 정착 등은 보완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정은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태그:#여성정책, #일가정양립, #보육정책, #2012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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