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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오후 전남 광주시청에서 열린 2012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오후 전남 광주시청에서 열린 2012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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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광주에서는 '외조의 여왕' 타이틀이 걸린 한판 싸움이 벌어졌다.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대통령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씨와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의 최대 격전지 광주를 찾아 표몰이 나선 것이다. 부인들을 내세워 대리전 형식으로 진행된 '호남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앞서 안 후보는 호남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5일 광주 전남대에서 전격적인 단일화 회동을 제안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이에 문 후보는 일정을 변경해 8~9일 1박 2일 동안 광주에서 지내며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호남의 딸' 김 교수가 8일 본격 대중 접촉 데뷔전 장소로 광주로 택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날 김정숙씨는 특유의 유쾌함과 활달함으로 광주 민심을 흔들었다. 또한 정치적 발언도 과감히 내놓는 등 '정치인 김정숙'의 존재감도 알렸다. 반면, 김미경 교수는 '호남 연고'를 앞세워 흔들리는 표심을 달랬다. 소외된 이웃 끌어안기로 안 후보의 '진보 색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서로 다른 전통시장과 노인복지센터를 찾은 김정숙씨와 김미경 교수는 이날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이들은 웃으면서 인사를 나눴고, 선거와 관련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 부인 김정숙씨] 유쾌함과 활발함으로 민심 끌어안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송정 재래시장을 방문해 밤을 구입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송정 재래시장을 방문해 밤을 구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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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 새우는 어떻게 해요? 다싯물을 만들려고 하는데. 아우 대추가 좋네."

물건 고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건어물·청과물 가게에서 대추를 만지작거리던 손이 금세 입으로 간다. "하나만 더 먹어도 돼요?"라며 주인에게 물으면서 다시 대추 한 알을 맛본다. 오징어포, 건새우, 밤, 대추를 고른 후, "이제 됐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자리를 떴다. 밤과 대추는 문 후보가 즐겨먹는 간식이다.

김씨는 문 후보보다 앞서 광주를 찾았다. 이날 오전 광산구 송정리 재래시장에서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선 김씨의 무기는 '유쾌함'과 '활달함'이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광주 민주당 의원들의 부인이 동행했다. 임내현·강기정·장병완 의원의 부인이 거들었고, 배재정 의원도 함께했다.

마침 5일장이 들어선 시장에서 김씨는 상인·주민 한 명 한 명을 놓치지 않고 인사하려 애썼다. 그의 자기소개는 "문재인 안사람"이었다. 그는 눈부터 마주친 후 눈길을 끝까지 놓지 않고 인사했다. 입가에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격하게 반기는 사람과는 포옹도 마다하지 않았다.

광주 민심 잡기 위해 종횡무진, '안철수 후보 팬' 손도 덥석덥석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인사하며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인사하며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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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1박 2일 동안 광주 곳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한다. '효도 신발'도 신었다. 그는 인사를 할 때 옷자락이 바닥에 끌리는 것에 개의치 않고 무릎부터 굽혔다. 앉아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시장을 휩쓸고 다니는 김씨에게 "무조건 될 겁니다, 진짜로 팬잉게, 여긴 신경 쓸 필요도 없는데 왜 돌아다녀, 힘들게"와 같은 격려의 말이 쏟아졌다.

김씨의 친화력은 안철수 후보의 팬에게도 보였다. 한 당직자가 잡곡을 파는 양순임(84)씨에게 "민주당 아시죠, 문재인 후보요"라고 말을 건네자, 양씨는 "에이, 난 변호사 말고 교수님 팬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에 김씨는 그 손을 잡고는 "에이 교수님 말고 변호사를 좋아해주세요"라며 콩 3000원어치를 샀다.

김씨를 반기는 시장 민심은 대체로 문 후보를 향해 있었다. 김씨와 악수한 후 "곱다"며 칭찬한 이계허(67)씨는 "투표 전에는 이리 저리 마음이 떠돌아도 막상 박스(개표함) 열어보면 아니더라"라며 "문 후보가 당이 있고 의원도 있으니 무소속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튀긴 과자를 판매하는 이덕호(37)씨 역시 "내색은 안 해도 여긴 민주당"이라며 "싹 바뀌어야 한다는 사람 중에도 정말 안철수 후보가 될 거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과일을 파는 한 상인은 "안철수는 젊은께 난중에 하고 나이 먹은 문재인이 이번에 하면 좋지, 둘 다 우리 편인데"라며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르신들에게 인기 폭발... "닳아지겠네, 엔간히 보듬으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인사하며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정숙씨가 8일 광주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인사하며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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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대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북구 효령노인복지타운에서 김씨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신재(68)씨는 "젊은 층은 안철수라는데, 여기는 문재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교댄스 강습장 등을 돌며 "이렇게 인사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손 한 번 잡아드려도 될까요"라며 일일이 인사를 다녔다. 어르신들과의 '스킨십'은 더욱 진득했다. 한 어르신은 "닳아지겠네 우짤까, 엔간히 보듬으소"라고 말했다.

김씨는 '당원 마음잡기'에도 나섰다. 그는 북구갑 지역구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문재인 후보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부터 숙였다. 뒤따른 말은 "미안하다"였다. 김씨는 "참여정부 시절 여러분들의 마음을 너무 아프게 해드린 것 알고 있다"며 "그런데 또 와서 아무 것도 해드린 것 없이 문재인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고 말씀 드리는 것은 면구스럽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7일 문 후보가 광주에서 참여정부의 호남 차별 등 과오에 대해 사과한 이후 또 다시 김씨가 사과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김씨는 "문재인 후보가 나를 변화시켰고 문 후보를 따르는 사람을 변화시켰다"며 "이런 문 후보의 진정성을 알고 대선 후보로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소리 높였다.

김씨는 "이제 문재인 후보는 울지도 날지도 못하는 새가 아니다, 여러분이 대통령 후보로 만드신 후 큰 소리로 세상을 울게 하고 자기 소리를 내면서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며 "그러나 후보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민주당 여러분의 힘과 바람이 커다란 태풍으로 상승 작용한다면 문재인 후보는 정권교체를 이뤄 기쁨을 안겨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 '호남 연고'를 앞세워 표심 달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다 즉석에서 홍어를 맛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다 즉석에서 홍어를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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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천에서 태어났고, 여수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광주 살레시오 초등학교를 다녔다. 외갓집은 이곳 양동시장에서 방앗간을 했었다 (호남은) 마음의 고향입니다."

김미경 교수는 여러 차례 '호남의 딸'임을 밝혔다. 또한 길을 안내한 광주시민포럼 관계자들도 시민들에게 김 교수의 호남 연고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양동시장에서 호남 특산품인 막 썬 홍어와 홍어회를 직접 집어먹으며 "홍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건어물가게에서 새우·홍합·북어포가 들어있는 '탕감(탕을 끓이는 데 필요한 재료를 이르는 전라도 사투리)'을 사자, 주인은 "집에서 볶아서 드쇼잉, 아니 전라도 사람이니까 잘 알겠지요잉"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남편에게 맛있는 양동 음식을 먹이겠다"며 전을 사자, 가게 주인은 전을 듬뿍 담아줬다. 한 상인은 김 교수와 인사하며 "워메 시상에, 왔능가"라며 "겁나게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닝께, 걱정하지 말랑게"라고 말했다.

호남 연고는 어르신들 사이에서 호응이 더 컸다. 그는 남구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 "어머님이 전남여고를 나왔다, 어르신들 뵈니 엄마, 아버지와 같이 자라신분들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정말 푸근하다"며 "저를 딸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신기수(71)씨는 "광주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하니까, 광주의 딸 아니겄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만"이라며 "안철수 후보와 인상이 비슷하고 아주 선하고 참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가 영희입니다, '영희와 철수' 할 때 영희입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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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의 광주 방문은 유력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 사실상 첫 본격적인 대중접촉 '데뷔전'이다. 앞서 의료·보육 관련 행사에 간헐적으로 참석해, 축사를 하는 데 그쳤다. 그런 김 교수에게 대중접촉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 교수가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인 만큼, 얼굴에서 수줍음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수줍음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는 인사하면서 "영희입니다, '영희와 철수' 할 때 영희입니다"라고 말해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빛고을노인건강센터에서는 가수 최진희씨의 <사랑의 미로>를 부르기도 했다.

처음엔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지만, 적어온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불렀다. 김 교수의 노래에 어르신들은 모두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김 교수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넘기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후 그는 "오늘 노래를 못 불렀다, 다음에 올 때는 노래를 완성해오겠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교수는 시민들과 인사를 하면서 눈높이를 맞추려 애썼다. 어르신과 만날 때는 일일이 자리에 주저앉아 어르신들을 올려다봤다. 어르신들이 "앉자마쇼잉"이라고 말해도, 꿋꿋이 눈높이 인사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도 허리와 고개를 숙이면서 시장 상인의 두 손을 맞잡았다.

김명희씨는 "아들이 오늘 수능을 보는 날인데, 아침밥을 해먹인 후 고사장에 데려다준 후 김 교수를 만나러 왔다"며 "TV에서 보는 것보다 상당히 유하고 수더분하다, 교수님으로서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없다"고 전했다.

소외된 이웃 끌어안아... 5·18 유족 눈물 "안아줘 힘난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동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껴안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광주 동구 오월어머니집을 방문해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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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는 등 '힐링' 행보도 이어갔다. 그는 동구 동명동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그때 저희 외가가 광주에 있었다,  간접적으로 소식을 친척들을 통해 들었다, 많이 힘드시죠?"라고 물으며, 일일이 희생자 유족들을 안았다.

이에 5·18 당시 아들을 잃은 김길자(73)씨는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금껏 인간쓰레기 취급받고 살았다, 경찰이 '당신네들 감쪽같이 없앨 수 있는데 유족이라서 살려준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 천대받고 살았다"며 "이렇게 안아준 사람이 없다, 안아주니까 힘이 나고 눈물이 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야권 후보 단일화 요구를 많이 받았다. 유족들도 같은 주문을 했다. 김씨는 "열심히 해서 우리의 한을 풀어달라, 안철수·문재인 후보 두 분이 알아서 꼭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를 물리쳐 달라"며 "두 분이 같이 나온다고 하면 두 분이 책임져야 한다, 단일화를 안하면 박근혜 후보를 찍어불거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교수는 유족들로부터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남편 자랑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남편이 지금까지 결정해온 것에 대해 최선의 선택일 거라고 믿고 살았고, 틀린 적 없었다"며 "한 가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안 후보가) 본인을 위해서 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정숙(왼쪽)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오후 전남 광주시청에서 열린 2012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부인 김정숙(왼쪽)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씨,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부인 김미경씨가 8일 오후 전남 광주시청에서 열린 2012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나란히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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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정숙,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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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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