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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대선 후보+진보 교육감 후보, 그 엄청난 폭발력

교육 현장의 교사로서, 그리고 교육 운동의 지도자로서 오랜 세월 뜨겁게 헌신해왔던 이수호 선생이 서울 교육감 선거에 나선다.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의 과정을 남기고 있으나, 그의 출마는 중등학교 교육현장의 산 체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의 등장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곽노현 교육감이 골조를 만들어낸 혁신 교육의 발전적 계승이라는 차원에서도 그의 출마와 당선은 중요한 진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안철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 국면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는 현재 관심권 밖의 사안이다. 그러나 일단 양 영역에서 단일 후보가 확정되고 대선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손을 잡고 함께 뛰게 되면 그 사안의 폭발력은 엄청나진다. 현실정치의 전폭적인 쇄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은 교육에도 마찬가지로 부과되고 있는 과제다.  여기서 우리는 두 영역이 가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대선과 교육감 선출의 공통 요구

첫째, 애초부터 대통령이나 교육감을 하겠다고 활동해온 인물이 아닌 사람들을 시대와 국민이 불러냈다는 점이다. 이것은 기존의 정치와 교육에 대한 깊은 반발과 개혁 요구가 전사회적으로,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동력"이 한 시대의 변화를 일구어낸다는 점이 이로써 확인된다. 이수호는 이런 동력을 구체화하고 있는 인물이다. 

둘째, 어쩡쩡한 개혁과 변화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대단히 근본적이고 확실한 노선과 방법을 가지고,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력과 분명하게 대치해서 문제를 풀라는 것이다. 애매모호하거나 적당히 타협하거나 하는 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왕 시동이 걸린 개혁적, 진보적 변화에 분명한 방향타를 잡고 나가라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놓인 과제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와 품격 있는 사회의 지향이다. 교육은 이러한 과제를 떠맡은 기본 영역이다. 이수호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운동에 평생을 바쳐왔다.

셋째,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이 요구가 가장 중요하다. 정치나 교육이나 모두 이 현장의 절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이론이나 정책도 제 아무리 좋다 해도 효력을 의미 있게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현장 경청 투어나, 대선 후보의 현장 행보도 모두 이런 요구와 직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교육 현장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한 교육감 후보는 역시 교육 현장 출신에, 그 목소리를 담아낸 운동을 해온 인물일 수밖에 없다.  이수호는 이 현장의 현실과 가치에 충실해온 인물이다.

"밑바닥의 요구와 분명한 변화,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

이렇게 보자면, 이번 대선과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그 의의가 서로 겹치고 함께 하면서 최대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밑바닥의 요구와 분명한 변화,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일으켜 내는 개혁의 바람은 청산해야 할 것을 청산하고, 바로 잡을 것을 바로 잡고 채워놓을 것을 채워놓는 사건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 각도에서 이수호의 교육감 출마는 현재 곽노현 교육감을 잃어버린 서울시 교육 정책의 공간에서 우리에게 다행이며 축복이다. 그가 최근에 내놓은 책 <다시 학교를 생각한다(한길사 출간)>을 읽고 나는 서평을 썼는데 그 한 대목이다.

"나는 수업하러 교실에 들어갈 땐 꼭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웬 오버? 그리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쉬는 시간이면 으레 교실은 시끌벅적하게 마련이고, 밥을 까먹는다거나 이상한 만화책을 돌려가며 보는 등 금지된 장난을 몰래 하기가 일쑤였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 문을 두드리는 것은 내가 왔다는 신호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에게 혹시 내가 봐서 안 될 짓이라도 하고 있다면, 그걸 멈추고 빨리 감출 건 감추라는 신호였다."

감시와 적발 그리고 처벌이 교육의 윤리와 법칙처럼 되어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인격과 자율권 그리고 청소년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자유를 지켜주려는 교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교육이 폭력이 되고, 교육이 출세욕을 부채질하는 도구로 전락하고 교육이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지옥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세계에 인격적으로 다가서는 교육자는 우리에게 귀중한 자산이다.

이수호의 인품이 주는 감화력

그를 알아온 지도 세월이 쌓였다. 그에게는 무엇보다도 인품이 주는 깊은 감화력이 있다. 그를 만나고 알게 되는 이들 모두가 느끼는 이수호의 힘이다. 교육 망국을 가져오는 정책과 확고하게 싸우지 않으면 아이들을 지켜낼 수 없다는 자세로 강성의 교육 운동을 해온 사람인가 싶게 부드러운 인격과 존경할 수밖에 없는 헌신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이수호는 페이스북에 자신이 느낀 일상의 생각들을 올려놓는다.  그러면 페이스북 친구들이 열심히 댓글을 단다. 그 가운데 한 글 꼭지에 대한 나의 감상을 여기에 적는다.

그의 페이스북 글은 소소한 일상에서 깊은 반성과 지혜를 건져 올리는 따뜻한 글들이 풍성하다. 이수호의 인품과 인간, 사물에 대한 그의 푸근하고 겸손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글들이다.

"내 책상 옆 창가에 누가 가져다 준 예쁜 선인장 하나가 말라가고 있다. 물을 줘야지 하다가 또 다른 일에 묻혀 잊어버린다. 이젠 물에 담가놓아도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돌아보니 사무실 곳곳이 시체다. 고운 꽃의 생사여탈이 내 손에 달려 있어 내가 신인데 세상을 죽이고 있다."

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신이 되는 자리가 어디 하나 둘인가? 그런데 우리는 그 세상을 죽이는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이런 이수호와의 만남과 사귐은 나에게 늘 겸손하게 성찰하는 덕을 일깨워준다. 묵묵히 온몸으로 역사를 밀어가는 빛나는 용기를 배우게 한다. 자갈밭이건 가시덤불이건 또는 바위가 덮인 곳이든, 아니면 시퍼렇게 깊은 강이든 그는 필요하면 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아무런 망설임없이 맨발로 헤쳐 간다. 그런 그의 육성이기에 <다시 학교를 생각한다>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든다. 눈물로 고이게 하고,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때로 짐짓 짓는 미소에 담긴 결의는 이 시대의 모든 비겁해지려는 이들에게 양심의 경종이 된다. 결국 내려지는 결론은, 교육은 곧 인간이다. 인간되기를 포기한 교육은 야만의 제도화일 뿐이다. 교사 이수호가 있어 우리의 교육은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린 평생을 배우며 사는 "다.학.생"이지 않는가? 

이런 마음결을 지닌 그는 사실 시인이다. 그가 시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모두 알지만 대중들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시인이 교육자라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간을 대하는 것은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고, 상처 난 갈대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그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 마음을 일으키는 일과 같다.

이런 그의 교육감 출마의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의 일부세력이 개입해서 교육감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던 것이다. 이수호 선생의 전교조 경력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얼토당토 않다. 

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노력해온 선생님들의 노고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 기여를 잘 받아들여 새로운 교육의 미래를 만들려고 하지는 않고 정치공학적으로 교육감 선거를 대하는 자세야 말로 정치쇄신의 대상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의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 출마가, 그의 새누리당에서의 역할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까지 끼어들어 그런다면 말이 되는가?  정치쇄신의 임무를 감당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아예 묵살해버린 사건이었으니 민주당 일부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해도 당으로서는 백배사죄할 일이다. 

교수 출신 후보자의 단일화 과정에 개입했다는 건데, 그 대상이 된 교수들의 위신과 체면도 함께 모욕을 준 사건이 되었으니 당사자들도 얼마나 억울하고 모멸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는가? 다들 교육운동에서 존경받고 훌륭한 분들인데 민주당이 이런 분들에게 준 수모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치쇄신과 교육혁명의 결합, 그 축제의 장을 열자

이제 이런 일들 하지들 말라고 정치와 교육의 혁신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모두가 품격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자 힘을 합하라는 것이다. 

이명박 5년의 토건자본주의가 가져온 폐해와, 이를 방치하고 지원해온 박근혜 세력의 집권은 분명하게 저지되어야 한다. 모든 정치쇄신과 교육혁명은 이런 세력의 헤게모니를 해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니면 그 어떤 정책과 구상도 무용지물이 된다.

바로 그 일을 감당하자면, 분명한 교육철학과 교육현장에 대한 뜨거운 사랑, 그리고 실천력있는 추진력을 가진 인물이 서울시 교육의 최고 지휘체계를 맡아야 한다.  답은 분명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진보교육감 선출의 기회와 권리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아낌없이 써야 한다. 

11월 12일, 13일 양일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시의회에서의 진보교육감 단일화 경선이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앞선 축제가 되기를 열망해마지 않는다.


태그:#이수호 , #교육감 , #교육혁명, #정치쇄신, #다시 학교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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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기자는 경희대 교수를 역임, 현재 조선학, 생태문명, 정치윤리, 세계문명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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