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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통령선거 난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선 후보와 참모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약과 주장을 쏟아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날마다 후보와 핵심 참모들의 발언을 모니터해 신뢰할 만한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검증할 것입니다. 사안에 따라 누리꾼이 직접 참여하는 '함께 검증하는 뉴스'도 운영할 것입니다. 대선후보 사실검증 '오마이팩트'에 누리꾼 여러분의 적극적 참여(이메일 politic@ohmynews.com, 트위터 @ohmy_fact)를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한민국 여성혁명 시대를 선포합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고 쇄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큰 변화를 강조해도 이것보다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대한민국 여성혁명 시대를 선포합니다'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고 쇄신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큰 변화를 강조해도 이것보다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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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치지도자가 남성 정치지도자에 비해 월등히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이에 연루되지 않아서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10월 31일 현안 브리핑)

"더 무슨 말이 필요한가. 민주당이 제시한 여성지도자의 자격이야말로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는 것이다." (최수영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수석부대변인, 1일 논평)


지난달 31일,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박근혜 후보가 여성 지도자지만 여성 지도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일반적으로 여성 정치지도자에 대한 기대와 정치개혁에 대한 실질적 변화의 지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며 여성 지도자의 두 번째 덕목으로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이에 연루되지 않는 점 등을 들었죠. 결론적으로 박 후보는 이미 주변 인사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돼 깨끗한 정치를 지향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는 낙제점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최수영 수석부대변인은 다음날 논평에서 박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민주당이 제시한 여성 지도자의 자격이야말로 박근혜 후보가 갖고 있는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최 수석부대변인은 "박 후보는 고질병처럼 이어져오던 정치구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권력형 비리나 측근 비리 등을 철저히 근절할 방안을 모색하며 정치쇄신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죠. 그는 또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특별감찰관제 법안은 사상 최강의 부패방지법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성 정치지도자가 남성 정치지도자보다 깨끗하다?

양 당 모두 "여성 정치 지도자가 남성 정치 지도자에 비해 깨끗하다"는 명제를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박 후보가 여기 부합하는 인물인지, 아닌지 자격논쟁을 벌인 꼴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여성 정치 지도자가 남성에 비해 깨끗하다"는 평가는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 주장일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성 대통령이 나온 적이 없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국가수반의 지위에 오른 여성 정치 지도자의 예를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난 1960년 스리랑카에서 시리마모 반다라나이케가 세계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된 이래(기자 주 : 미국 위키피디아는 최초의 선출직 여성지도자가 1940년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탄누투바에서 나왔다고 기록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수적 전통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도 지난 1988년 여성 총리가 탄생했습니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의 대통령으로는 아르헨티나의 이사벨 페론이 1974년 집권에 성공했죠.

1893년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초로 여성들이 투표권을 행사한 이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비교적 활발했던 서구국가보다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더 일찍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출현했던 사실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2010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10년 11월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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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마가렛 대처 전 총리(재임 1979~1990),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2005~ ),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루틀란 전 총리(1981, 1986~1989, 1990~1996), 메리 로빈슨 아일랜드 전 대통령(1990~1997), 타르야 할로렌 핀란드 전 대통령(2000~2012) 등 주로 유럽 국가들의 여성 정치인들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세 차례 총리를 지내고 국제보건기구(WHO) 사무총장(재임 1998~2003)을 지냈던 그로 할렘 브루틀란 전 총리는 의사 출신, 트리니티대 법학 교수였던 메리 로빈슨 전 대통령 등은 전문직 출신 여성 정치지도자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가족 후광으로 정계입문한 아시아 여성 정치지도자 상당수 부정부패 연루

이에 비해 아시아의 여성 정치 지도자들은 대부분 아버지나 남편, 심지어는 오빠의 후광이 정치 입문의 자산이 되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합니다. 특히 이런 여성 정치인들의 경우 재임기간 중 본인과 측근의 부정부패로 정치적 혼란의 원인을 제공했던 예가 허다합니다.

인디라 간디 인도 전 총리(재임 1966~1977, 1980~1984)는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의 딸이고, 파키스탄 총리를 지낸 베나지르 부토(1988~1990, 1993~1996)는 대통령과 총리를 지냈던 줄피카르 알리 부토의 딸이죠.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 방글라데시 총리(1996~2001, 2009~ )의 아버지는 방가반드 셰이크 무지부르 초대 대통령입니다. 글로리야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2001~2010)도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이 아버지입니다.

암살 당한 남편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았던 여성 정치인들로는 시리마보 반다라나이케 전 스리랑카 총리(1960~1965, 1970~1977),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1986~1992)을 꼽을 수 있습니다. 칼레다 지아 전 방글라데시 총리(1991~1996, 2001~2006)의 남편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다가 또 다른 쿠데타로 목숨을 잃었던 지아 울 라만 장군입니다. 지난 해 태국 총리로 취임한 잉랏 친나왓(2011~ )은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이죠.

마르코스 정권의 선거부정에 맞서 '피플 파워'로 불리는 필리핀 민중혁명을 통해 집권했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이들 아시아 여성 정치인들은 집권 기간 내내 부정부패 스캔들에 휘말렸습니다.

인디라 간디 전 총리는 인도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리는 아들의 부패 혐의로 정치적 곤경을 치렀고,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역시 온갖 이권에 개입해 잇속을 채웠던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와 함께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서로 정적 관계에 있는 방글라데시의 셰이크 하시나 와제드 총리와 칼레다 지아 전 총리도 부정부패에 관한 한 오십보백보 차이입니다. 잉랏 친나왓 태국 총리의 오빠 탁신 친나왓 전 총리도 부정부패 혐의로 궐석재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해외를 떠돌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과연 여성 정치지도자가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남성 정치 지도자보다 월등히 깨끗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오히려 부정부패는 정치 지도자의 성별차이보다는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는 그 사회의 반부패 시스템과 문화,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 아닐까요.

또 홍사덕 전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등 측근들의 공천비리 의혹, 동생 박지만씨 부부의 삼화저축은행 연루의혹 등 박 후보를 둘러싼 인사들의 각종 의혹들은 부정부패 근절을 선언한 박 후보의 다짐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핀란드 국민들로부터 '국민 엄마'(무민 맘마, moomin mamma)로 존경 받고 있는 타르야 할로넨 전 대통령의 충고는 '여성 대통령론'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 사회가 경청할 만합니다.

복지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도 있는 그는 남녀평등과 동성애자 차별 금지 등 인권과 소수자에 대한 배려로 핀란드 국민의 지지를 얻어왔습니다. 할로넨 대통령은 지난 2000년 핀란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었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12년의 임기 대부분 그의 지지율은 평균 80%대를 유지했죠.

지난 달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방한했던 할로넨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여성과 남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내용이고 그가 걸어온 방향이다. 다만, 한국에도 유력 여성 후보가 있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그만큼 선택지가 넓어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부패에 남녀간 성별차이 존재" 연구결과들도

반면, 여성의 정치·경제 참여율과 투명성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다수의 논문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 논문들은 정부의 여성 참여비율 증대가 국가의 투명성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지난 2002년 한국 여성개발원 개원 19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부패에 있어서의 성별차이에 대한 실증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부패에 있어 남녀간 성별차이는 존재한다고 하는군요.

이제 독자 여러분들께 여쭙겠습니다. "여성 정치지도자가 남성 정치지도자에 비해 월등히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이에 연루되지 않아서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말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오마이뉴스> 사실검증팀 안에서는 여성 정치 지도자가 월등히 부정부패에 강하다는 말을 일반화시키기 어렵다는 데는 대체적으로 동의했습니다만, 이를 어떻게 판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 의견(판정)과 그 근거(논문이나 통계 등)를 기사에 댓글로 달아주시면, 의견을 취합해서 최종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판정은 '진실', '대체로 진실', '논쟁', '대체로 거짓', '거짓' 5가지 중에서 선택해 주세요.    

[검증 그 후] '여성 지도자가 남성 지도자보다 깨끗한가?' 결론 안 나
지난 7일 <오마이뉴스>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여성 지도자가 남성 지도자보다 깨끗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함께 판단해 달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생산적 논의를 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여론 조사 결과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여성 후보가 등장한 사상 최초의 선거가 바로 이번 대선이지만 본격적으로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당초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27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여성혁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행사에 참석해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와 쇄신"이라고 밝히면서부터였습니다. 이틀 후인 29일엔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이 "여성 대통령 배출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라고 주장했죠.

그런데 이후 여성 대통령론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여야의 소모적 정쟁 속에 설 곳이 없었습니다. 새누리당이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자체가 변혁이고 정치쇄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면, 민주당은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고 남성성만 있다"고 반박하는 형국이었습니다. 급기야는 한 심리학자의 "생식기만 여성" 발언이 나와 논점은 점점 더 엉뚱한 곳으로 옮겨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성 정치지도자가 남성 정치지도자보다 부정부패에 대한 저항이 강해서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지난 달 31일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이 처음 꺼낸 이 말을 놓고서도 여야는 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을 했습니다만, <오마이뉴스>는 진실여부를 검증해볼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여성대통령론에 대한 생산적 논의의 토대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기사를 쓰게 된 동기였죠.

그런데, 판단을 내리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해외 사례들을 찾아보니 여성 정치지도자들의 명암이 엇갈렸고, 성별과 부정부패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다수의 논문들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판단해 보기로 했던 것이죠.

기사가 나간 후 모두 50여 분의 독자분들이 댓글로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몇 분은 자신의 경험을 들어서 '여성이 더 청렴하다', 혹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셨습니다. 청렴도는 개인의 차이일 뿐 성별과는 무관하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기사 작성 의도 자체가 박 후보를 폄하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습니다. 당초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자했던 의견과 근거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내부 논의를 거쳐 '여성 정치 지도자가 남성에 비해 깨끗하다'는 견해에 대한 판정은 유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대선 후보에 대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는 검증'은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각 후보의 '피노키오 지수'를 보시려면 위 이미지를 클릭해주세요.



태그:#여성 정치지도자,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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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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