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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생해 사육한 소를 횡성으로 옮겨 일정기간 사육하다 도축했다면 '횡성한우' 브랜드를 사용해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이번 판결은 농림수산식품부의 원산지 판정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발생한 건에 한정된 것으로, 지난해 5월부터는 도축일을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사육해야만 특정 시·군·구명을 원산지로 표시할 수 있다. 즉 현재는 횡성한우로 표시하려면 횡성군에서 12개월 이상 사육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횡성지역의 단위농협인 동횡성농협의 김아무개 조합장 등은 '횡성한우' 브랜드가 고급 한우로 국내 소비자 인지도 1위 등 전국적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각종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자 '횡성한우'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직거래 판매사업을 계획했다.

이에 이들은 2008년 1월∼2009년 2월 공주시 등 횡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생하고 사육된 한우들을 구매해 바로 도축하거나 일정기간(20일 이상~20개월) 사육한 뒤 '횡성한우'로 이름 붙여 서울 및 수도권 일대 농협 직거래 판매처에서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출생지 등에서 이동된 농산물의 원산지 판정기준'에 대해 아무런 법령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후 2010년 2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2011년 5월부터 시행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요령'에는 소의 국내 이동에 따른 원산지 부분을 규정했다. 원산지를 표시하기 위해서는 시·군·구 도축일을 기준으로 12개월 이상 사육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소가 국내 출생지에서 이동된 경우의 원산지 표시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던 상태에서의 행위를, 과연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1심, "일정 기간 사육됐다" 무죄 판결... 2심에서 뒤집혀

1심인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지난해 2월 농산물품질관리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횡성농협 김아무개 조합장 등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사육되면 그 사육지를 원산지로 볼 수 있는지 등 축산물의 국내에서의 지역적 이동의 경우 원산지 전환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판매한 쇠고기는 최소한 20일 이상 20개월까지 횡성군에서 사육된 만큼 이를 횡성군에서 '생산'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원산지를 위장해 가짜 횡성한우를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관련자 모두 유죄를 인정해 김아무개 조합장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김아무개 조합과장과 장아무개 조합팀장에게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소비자들의 신뢰를 배신한 가운데, 횡성지역의 단위농협으로서 당연히 진짜 횡성한우만을 유통시킬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교묘히 역이용해 횡성한우 진품과 섞어서 많은 수량의 가짜 횡성한우를 유통·판매하는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유통질서와 신뢰관계에 미친 사회적 해악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농협을 표방해 소비자들을 기만한 불법유통의 범죄행위에 대해 응분의 법적 책임을 부과해야 할 것이며, 특히 동횡성농협의 조합장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가짜 횡성한우를 250마리 가량 불법유통시킨 범죄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 규정 없는 상황에서 위반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어"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동횡성농협 김아무개 조합장과 김아무개 조합과장, 장아무개 조합팀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대법원은 먼저 소의 출생 사육 지역과는 무관하게 도축만을 위해 이동된 지역(도축지)을 국내산 소의 원산지로 표시한 행위는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횡성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출생·사육된 소를 원주시 소재 도축업체로 이동시켜 당일 그곳에서 도축했을 뿐임에도 그 쇠고기를 '횡성한우'로 표시해 판매한 행위는 명백히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소가 출생지 외의 지역에서 사육되다가 도축된 경우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 사육되면 비로소 그 사육지를 원산지로 표시할 수 있는지에 관해 관계 법령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면 특정 지역에서 단기간이라도 일정기간 사육된 소의 경우 그 쇠고기에 해당 시·군·구명을 원산지로 표시해 판매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원산지 표시 규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원심은 횡성군 지역에서 출생 사육되지 않은 소를 횡성군 지역으로 이동시킨 후 도축까지의 기간이 2개월 미만인 경우, 모두 일률적으로 도축의 준비행위 또는 단순한 보관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해 이 부분까지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는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대한 해석과 법률적용을 그르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므로 이 부분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소의 국내 이동에 따른 원산지 표시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소의 출생·사육 지역과는 무관하게 도축만을 위해 이동된 지역을 국내산 소의 원산지로 표시한 행위는 법률에 따라 처벌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한편, 아직 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던 당시의 행위는 단순히 '도축 준비행위'인지 아니면 '사육'인지를 개별 사안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이 판결은 형벌법규는 그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임을 강조하면서도 개별 사안에서의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하고자 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횡성한우, #원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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