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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상고대. 2012년 첫 상고대가 대청봉에 피었다. 첫눈도 현재 내린다는 소식이다.
 대청봉 상고대. 2012년 첫 상고대가 대청봉에 피었다. 첫눈도 현재 내린다는 소식이다.
ⓒ 조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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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산정의 가을은 이미 끝났어도 여전히 그 아래 산자락은 단풍이 곱다. 이런 풍경 속에서 첫 상고대나 첫눈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은 성급하달 수 있겠다. 첫눈이 낭만적인 만큼 생활에도 좋게 작용하는 게 아니면서도 여전히 우린 첫눈을 기다린다. 나이 쉰이 다 된 지금도 여전히…

지난밤 하늘빛을 보며 은근히 기대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쓰던 도중 실시간으로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기웃거렸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사진은 가슴을 설레게 만들기에 족하다.

첫 상고대 소식이 올라 온 것이다. 득달같이 설악산장에게 전화를 넣었다.

설악산장에서 소청봉으로 나가는 길목인 중청봉 자락에도 상고대가 맺혔다.
 설악산장에서 소청봉으로 나가는 길목인 중청봉 자락에도 상고대가 맺혔다.
ⓒ 조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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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설악산장 조기용입니다."
"아, 조기용 선생님께서 직접 받으시는군요. 부탁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는데 혹시 지금 눈은 내리지 않습니까?"
"아, 눈도 내리고 있고요."
"네 다른 게 아니라 설악산 눈 소식과 상고대 이야기를 좀 하려는데 사진 좀 사용할까 허락을 받으려고요."
"그 부분은 여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본소로 연락을 해 보십시오."
"저작권자인 촬영자에게 직접 허락을 얻으면…"

난 사진을 촬영한 조기용씨에게 허락을 받으면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

"저희는 조직사회 아닙니까. 본소 홍보담당자에게 연락을 하시면 됩니다."

다시 전화를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사무소로 했다. 담당자는 이 사진 때문에 바쁜지 통화중이었다. 대표번호로 전화를 넣고 전화를 받은 직원에게 홍보담당자를 바꿔달라고 했다. 홍보담당자는 통화중이라며 연락처를 남기면 전화를 주겠단다. 내 전화번호도 설악산장과 중간번호만 다를 뿐 끝자리는 같은 번호다. 설악산 주봉 높이를 사용하니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전화번호를 부르는 도중 "잠시만요, 바꿔드리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돌려준다.

"오늘 홈페이지에 올라온 조기용 선생의 사진을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오색에 살고 있는데 그 사진을 사용해서 설악산 이야기를 써 알릴 생각입니다."
"네, 사용해도 괜찮습니다."

설악산 주봉 대청봉의 첫눈.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 일대는 지금 첫눈과 상고대로 겨울로 접어들었다.
 설악산 주봉 대청봉의 첫눈.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 일대는 지금 첫눈과 상고대로 겨울로 접어들었다.
ⓒ 조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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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락을 받고 사진을 빌려와 설악산의 첫눈과 상고대 소식을 전한다.

이제 하루가 다르게 설악산 아래로 상고대가 단풍이 들듯 번질 것이다. 처음엔 대청봉에서 시작해 서서히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어린 시절 학교엘 다녔다. 요즘은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산자락을 제대로 바라본 적이 드물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친구 박영석을 보내고 1년, 다시 눈 덮인 산정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곳의 설경도 안나푸르나와 다를 바 없이 가슴을 뛰게 하지."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4시 다음과 같은 말을 끝으로 박영석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목표지점인 A지점 도착 실패, 눈과 가스(안개)를 동반한 낙석으로 운행 중단(6300m 부근)한다. A.B.C(5200m)로 하산할 예정이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일상은 돌아갔고, 마산을 거쳐 청도를 다녀오고, 다시 남양주에 가서 매년 함께하는 이들과 박건호 시인은 떠났어도 여전히 시월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친구의 장례식을 지켜봤다.

첫눈 소식 덕분에 다시 1년 전 장례예식장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들추어 본다.

"친구 미안하네, 그래도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은 친구 얼굴을 떠올리곤 했다네."

잊혀진다는 건 슬픈 일이다. 이렇듯 첫눈 내린 날이라도 다시금 기억해주는 이들이 나에겐 얼마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설악산, #설악산 첫눈, #설악산 상고대, #설악산장, #박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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