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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맞아요? 목사님이면서 왜 그렇게 기독교를 비판하세요? 그리고 교회 일이나 열심히 하시지 왜 그렇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으세요? 교인 적죠? 그러니까 부흥이 안 되죠."

<오마이뉴스>에 정치와 관련된 혹은 기독교와 관련된 기사를 썼을 때 자칭 기독교인이라고 하는 이들이 보낸 메일의 내용을 축약하면 위와 같다. 맨 처음엔 그런 말에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무덤덤하고, 그런 이들이 오히려 측은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구나, 목사라는 사람들이 교인들을 잘못 가르친 탓이구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내가 비판한 것은 기독교가 아니라 기독교의 탈을 쓴 '개독교'였으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은 현실 정치와 교인들의 삶이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교회의 부흥이란 교회건물이나 크게 짓고 교인들의 숫자나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내 신념이 작은 교회를 추구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내가 목사가 아니었다면, 혹은 기독교인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열을 내며 개독교를 비판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목사였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가짜들이 진짜라고 판을 치는 데 침묵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내가 가짜들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하면, 글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위와 같은 유형의 메일이나 댓글이 달리게 되고, 무덤덤해졌다고는 하지만 상처를 받는다. 결코, 유쾌한 글쓰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안에 대해 침묵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 때문에 기독교의 본질이 훼손되고, 가짜 기독교가 진실인양 활보하기 때문이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의 말을 빌리면, 나는 그동안 표층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이지, 심층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한 게 아니다. 오히려, 심층기독교를 추구했다고 하는 편이 옳다.

한국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던 기독교

책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
 책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
ⓒ 새물결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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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과 한국 개신교의 정치 참여-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 2012년 한국의 기독교인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다소 장황한 제목을 단 이 책은 신학자와 현장활동가, 목사, 교수 등 내가 생각하기에 기독교권에서 나름 건전하게 활동해 온 이들 16명이 대선을 앞두고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에 대한 의견을 모아 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을 읽기 전에 아직도 '교회의 정치참여'는 당연한데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의 성서에 따른 근거는 무엇인가 등을 다뤄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 같은 것이 들었다.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온 이후 단 한번도 기독교 혹은 교회는 정치와 무관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견해건 진보적인 견해에 서 있건 늘 교회는 '정치적'이었다. 단지, 권력에 편승한 기독교권은 자신들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을 한 것뿐이었고, 반대급부로 진보적인 기독교권에 대해서 정치참여를 한다고 비난했을 뿐이었다. 권력에 편승한 보수교회나 단체 혹은 목사에게 있어서 '정교분리원칙'은 민주화나 통일운동 등 현실참여에 적극적인 진보적인 기독교권을 비판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개교회의 양적인 부흥에 안주하지 않고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선교사역을 했던 이들이나 80년대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 등에 적극적이었던 이들을 권력자들은 빨갱이, 종북세력이라고 탄압했고, 거기에 권력 지향적인 보수 기독교권이 합세하며 힘을 실어주었다. 당연히, 진보적인 기독교 단체나 교회나 목사는 정부로부터 삼엄한 감시를 받았고, 반대로 정부를 대변해 주고, 그들을 위해 조찬기도회 등을 열어주며 자신들의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이들에게는 이런저런 혜택이 주어졌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이 광주를 짓밟고 정권을 찬탈했을 때에도 '조찬기도회'를 열어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고, 그들에게 복을 빌어주던 이들은 대형보수교회 목사들과 단체들이었다. 그들은 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으며, 조찬기도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또 하나의 교회의 양적인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 기도회는 안타깝게도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이런 권력 지향적인 정치참여는 정치참여가 아니고, 사회개혁을 위한 정치참여는 정치적이라고 비난을 받는 현실이 아직도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왜 기독교가 정치에 참여해야 할까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성서에 나타난 정치의 이념과 가치에 대한 것으로, 기독교인이 왜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가(김형원)애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와 구약성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공평과 의와 인애의 정치(김회권), 예수가 정치를 만났던 자리(차정식) 등을 다룬다. 성서에 나타난 정치이념과 가치를 다루면서, 결국 기독교, 교회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2007년 대선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가 왜 정치참여에 실패했는가를 진단한다.
이명박 후보가 장로라는 이유로 표층기독교인들과 표층교회(주로 보수대형교회들이었다)사이에는 무조건 그를 지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거기에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기독교인들도 한몫했으며, 서울시 봉헌 운운하던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이것을 아주 적절하게 이용했다. 진보적인 교회와 단체를 중심으로 그를 반대하는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왜 정치에 참여하느냐'는 비난의 화살이 돌아왔다. 결국, 장로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4년이 지난 지금 장로 대통령의 실정 때문에 4년 내내 이른바 '개독교' 논쟁은 더 심해졌고,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고, 신앙인들을 염려해야 하는 게 현실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2011년 3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 대통령 부부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2011년 3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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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2007년 대선에서 기독교인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돌아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3부에서는 2012년 대선,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는 제목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제안한다. 후보자들의 귀담아 들을 내용이며, 정책에 반드시 다뤄야 할 내용이다. 부동산정책, 통일정책, 환경정책, 역사관, 정치적 리더십 등에 대한 필자들의 바람을 담았다. 그런 바람에 들어맞는 대통령이라면 지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 정도가 과연 정치적인지, 아니면 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당연한 내용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행동을 굳이 정치적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을 대단히 정치적인 일인 것처럼 '정교분리' 운운하고 비판하면서, 공공연하게 권력 지향적인 정치참여를 하며 권력의 떡고물이나 바라보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교회는 정치참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한국 교회에 먹혀들여간다. 이게 바로 기독교의 현실 정치 참여의 실패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대선을 앞두고 왜 기독교가 정치 참여를 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신앙적인 결정인지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표를 주고도 일말의 회개할 마음조차도 갖지 못한 신앙인들에게는 더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치하는 교회 투표하는 그리스도인 - 2012년 대선과 한국 개신교회의 정치 참여

김근주 외 지음, 새물결플러스(2012)


태그:#정교분리, #정치하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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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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