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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전투복을 입은 박 후보의 모습
▲ 전투복을 입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박사모 카페에 올라온 전투복을 입은 박 후보의 모습
ⓒ 박사모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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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각까지, 최후의 1인까지.

전투부대의 구호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팬클럽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 에 올라온 활동 독려 글이다. 그럼 이건 어떤가.

'해피', '미래', 변화'.

10월 12일 처음으로 문을 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S(이하 '해피스')' 홈페이지 분위기다. 비장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이 없었어요. 청춘콘서트때부터 각자의 재능을 기부하며 강연과 대화 콘서트를 도왔던 자발적 분위기가 '해피스'로 그대로 옮겨 온 것이죠. 회원 중 PD지망생이 안 후보의 강연 동영상을 제작하고, IT기업에 근무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앱을 만들었죠."

오태양 사무국장이 밝힌 '안철수와 해피S(이하 해피스)'  탄생스토리다. 해피스는 현재 대표도 없고, 운영체계도 임시적이다. 다만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오 사무국장이 해피스의 제안자로서 그 실무 역할을 맡았다.

'해피스'는 안 후보의 청춘콘서트 강연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함께 한 100여 명의 청년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 이들은 4·11 총선에서도 투표참여 독려 운동을 펼치거나 지역별 독서모임을 개최하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안 후보의 대선출마 소식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의기투합했다.

안철수 당선? 그보다 '정치변화'를 열망한다

 <안철수와해피스> 홈페이지.
ⓒ 안철수와해피스

이들은 오는 11월 3일로 예정된 '안철수와 해피S 그랜드 오프닝' 행사 이후 회원들의 민주적 논의를 통해 공식적인 운영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운영진을 선출한 후, 본격적인 선거운동 연결고리를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으로 첫 발을 내디딘 해피스는 SNS사용에 익숙지 않은 4050세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모바일 세대의 특성에 맞게 앱(애플리케이션)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 홈페이지 문을 연 이후 10여일 남짓한 기간동안 1000건이 넘는 참여댓글이 달렸다.

오 사무국장에 따르면, 현재 해피스에는 2030세대를 주축으로 40대와 50대를 합해 3000여 명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2030세대가 70%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발만 담가도 더러워질 것 같던 정치였지만..."

 해피스 회원들이 24일 양재동의 카페에서 모임중이다.
ⓒ 이동철

지난 24일 서초구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해피스' 번개 수다모임이 열렸다. 이곳에서 만난 회원들은 '놀 궁리'에 여념이 없었다. 20대에서 40대까지 직장인이 주를 이룬 회원들은 11월 3일 오프라인 공개모임인 '안철수와 해피S 그랜드 오프닝' 행사 계획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안 후보님이 음치라던데 노래를 시키고 댄스타임을 갖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가기로 한 주변 친구들이 그날 한 번 신나게 놀 거라며 기대가 커요. 이웃 가족들과 함께 가기로 했는데 카풀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두 눈에 안 후보에 대한 하트가 뿅뿅 가득 찼다"고 놀림을 받는 닉네임 '똥강아지'가 11월 3일 정기모임 행사에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안 후보의 참가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해피스'는 "안철수 후보의 당선과 상관없이 이번 대선을 정치개혁의 축제의 자리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정했다.

"정치는 더러운 것이란 생각이 강했어요. 왠지 발만 담가도 더러워질 것 같은. 그래서 안 교수님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좋지만은 않았죠. 망가지는 모습을 어떻게 봐요. 안 교수님 강연을 듣고 정치관련 책도 보고 토론에도 참여 했어요. 그 전에는 투표참여 필요조차도 못 느꼈다면 지금은 적어도 지지할 후보가 한 명은 생긴 거죠.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향'이라는 닉네임의 20대 여성 회원은 팬클럽 참여의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오태양 사무국장은 "기성정치에 실망해 정치변화를 갈망하는 젊은 무당층이 대다수"라고 '해피스' 회원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실제 번개 모임에서 만난 '해피스' 회원들은 "개인적으로 안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모두 좋아한다"면서도 민주당이라는 기성정당에 대한 실망으로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 기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저 또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죠. 그렇지만 현실을 봐요. 20~30년 정치를 해온 사람들이 우리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지를.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개인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자신의 옳은 신념을 굽힐 것이라 생각지 않아요. 그러나 당이라는 틀이 있잖아요. 그 안에서 본인 마음대로 뜻을 펼 수 없다는 정치생리를 알고 나서는 안 후보 쪽으로 마음이 더 굳어졌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마을을 찾아 날개 벽화 앞에서 두팔을 활짝 펴고 취재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6일 오후 경상남도 통영 동피랑마을을 찾아 날개 벽화 앞에서 두팔을 활짝 펴고 취재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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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후보단일화 난관...안철수가 안 된다면?

'해피스'는 안 후보의 진심캠프와는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회원들의 십시일반 모금으로 재정문제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직 선거법은 현실적 제약이다. 선관위는 정치인 팬클럽을 공직선거법 87조에 따라 개인 간의 사조직으로 본다. 따라서 사전선거운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팬클럽 이름을 걸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정치인 팬클럽이 후보자를 초청한 대담이나 좌담, 정견발표를 개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선거운동기간위반죄)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딱딱하고 일방적 강연보다는 수평적인 토론 자리를 원하잖아요. 문화공연이 안 된다는 것도 아쉬워요. '해피스' 회원들 중에 음악과 공연에 재능있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안 후보를 모시고 청년들과 함께 즐거운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

재기발랄한 청년들이 공직선거법이라는 틀 안에 묶여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오 사무국장은 푸념했다. 공직선거법이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실질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것.

해피스에게 남아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난관이 있다. 바로 야권 후보단일화 문제다. 후보단일화가 된다는 가정 하에 해피스의 전망에 대해 조심히 물었다. 오 사무국장은 난감해 하면서도 "단일화 이전에 민주당이 국민 불신을 극복하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단일화 이후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번개모임에서 만난 해피스 회원들도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기성정치에 실망한 중도층 후보를 끌어올 수 있는 안 후보가 적임자"라는 생각이 다수였다.

"안철수 개인보다, 안철수 현상에 나타난 에너지를..."

'해피스'의 향후 계획은 조금 추상적이다. 오 사무국장은 "11월 3일 행사 이후 공식적인 운영체계를 갖추고 선거법 내에서 안 후보 지지 활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시키는 것도 우리의 몫이지만 당선 이후에도 지켜봐야 해요. 안 후보를 다독여주기도 하고 비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닉네임 '만자'는 지속적인 격려와 감시가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오태양 사무국장 역시 정치인 팬클럽으로서 '해피스'가 나아갈 방향을 "안철수 개인보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된 '안철수 현상'에 주목하여 그 에너지를 우리 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민과 청년의 눈으로 건강한 정책비판과 정치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해피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산타 복장의 안철수 후보
 해피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산타 복장의 안철수 후보
ⓒ 해피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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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스' 페이스북에는 안 후보가 산타복장을 한 장난스런 사진이 올라와 있다. '안철수와 해피S'라는 이름은 안 후보와 함께 18대 대선에서 정치를 바꾸고 '해피 크리스마스', 그리고 '해피 뉴이어'를 맞이하자는 뜻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해피 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를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 취재팀입니다.



태그:#안철수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스, #박사모,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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