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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홈플러스 함정점 입점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시장'이 열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모습
 25일 홈플러스 함정점 입점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시장'이 열린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모습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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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에 반대하는 '촛불시장'이 열렸다.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에 반대하는 '촛불시장'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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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넷, 셋, 둘, 하나, 모두 소등!"

25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망원-월드컵 시장에 모든 불이 동시에 꺼졌다. 아직 폐장 시간까지는 한참이 남은 상황. 200여 미터의 긴 시장 안 도로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을 때다. 불이 꺼지고 각 상점 진열대 위에는 촛불이 여러 개 켜졌다. 부추와 고추를 쌓아놓은 사이에, 돼지족발 옆에, 어린이용 신발들 사이에, 국내산 삼치 옆에도 촛불이 놓였다.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을 막기 위한 시장 상인들의 '촛불시장'이 문을 연 것이다.

상인들은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철회를 위한 천막농성 77일을 맞아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이들은 합정역 인근 입점 예정 건물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매주 금요일에는 시민사회 단체와 촛불집회를 열어왔다. 이날 촛불시장은 단순히 촛불만 켠 것이 아니라 각자 가게의 특성을 살린 전시품을 만들어 복도에 진열했다.

약한 불빛 아래서 짜증이 날 법도 하건만 오가는 손님들에게서는 그런 표정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촛불이 켜진 시장 안 풍경을 사진으로 담거나 노상 분식점에 서서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색다른 모습을 즐기는 듯 했다.

시장 인근에서 장을 보러 나온 40대 여성은 "불어 꺼져서 걷기 좀 힘들고 물건이 잘 안 보이기도 하지만 크게 불편한 건 없다"며 "시장이 가까워 이곳에서 자주 장을 보는데 홈플러스 입점으로 상인들이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여기서 차를 타고 가면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플러스까지 5분이면 갈 수 있는데 왜 또 생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장 인근에는 현재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시장 바로 건너편에 홈플러스의 SSM(Super Supermarket)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까지 들어와 있다.

망원시장에서 6년째 정육점을 운영 중인 마포축산의 장계동(44)씨는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막자는 시장 전체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촛불 시장을 준비했다"며 "기존에 홈플러스 매장이 두 개나 있는데 또 바로 지척에 대형마트를 들이겠다는 건 여기 상인들을 다 죽이겠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손님들 중에서도 이런 건 상생이 아니라고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의 가게 앞에는 '브라우니, 홈플러스 물어'라고 적힌 최근 인기 개그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강아지 인형이 놓여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심상정 "홈플러스 합정점 취소해야 경제민주화"

25일 오후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반대 '촛불시장'이 열린 망원시장 생선가게.
 25일 오후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반대 '촛불시장'이 열린 망원시장 생선가게.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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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장'이 열린 망원시장을 찾아온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
 '촛불시장'이 열린 망원시장을 찾아온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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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홈플러스 합정점은 지역 상인들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계속 입점이 미뤄지는 상태다. 반대 여론이 지역 전반에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도 쉽게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다. 최근 국회 지식경제부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의원들은 홈플러스 측에 입점 철회를 촉구했다. 이러한 반대여론 속에 홈플러스는 지난 9월 2일로 예정된 개점일을 연기했지만 "법적으로 입점에 문제가 없다"며 아직까지 철회는 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에서 의뢰해 한누리창업연구소에서 조사한 상권 영향 분석자료에 의하면, 이번 홈플러스 합정점이 개점을 하면 반경 1km 이내 소매업 545개 점포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반경 500m 이내 142개 소매업 중 슈퍼나 편의점 등 140개 점포와 가공식품과 농수축산 식품을 판매하는 69개 점포 등이 30% 이상 매출 하락이 예상되고, 평균 영업이익 감소율은 66.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촛불시장에 맞춰 시장을 찾은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홈플러스 입점철회'라고 적힌 분홍 보따리를 목에 두르고 상인들을 만나 격려했다. 심 후보는 "지난 2005년 최초로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입법을 했다"며 "골목상권을 지키는 것이,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의무휴일을 지키게 하는 것이 경제 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선후보들은 홈플러스 합정점을 입점 취소시키는 게 대통령 후보로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또 "최근 지식경제부 장관과 홈플러스를 비롯한 유통업계 사장들이 모여서 상생을 이야기 하며 확점 자제와 의무휴일 준수를 이야기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며 "지난 2007년에도 똑같은 자리가 있었지만 그 후로 대형마트는 300개가 더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SSM의 입점을 허가제로 바꾸고 의무휴일을 지키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태그:#홈플러스, #망원시장, #심상정, #촛불, #월드컵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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