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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을 40여일 앞두고 각 후보들의 정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대선에 나선 후보들의 노동정책을 만드는 참모들을 만나 각 캠프의 정책을 비교 분석하고 검증하는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다.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노동정책을 만드는 이용식 노동연대센터장이다. [편집자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노동연대센터장으로 합류한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안철수 후보는 착한 이명박이 아니다"며 "기득권 재벌 등 기득권층에 화난 안철수"라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노동연대센터장으로 합류한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 후보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안철수 후보는 착한 이명박이 아니다"며 "기득권 재벌 등 기득권층에 화난 안철수"라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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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이용식 안철수 캠프 노동연대센터장과 마주 앉았다. 전날 미리 준비한 질문지에는 '안철수 후보가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와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농성 송전탑 등 노동 투쟁 현장에 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할 수 없었다. 안 후보가 이날 오후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찾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안 후보는 또한 25일 오후 울산으로 내려가 농성 송전탑으로 향한다. 지금껏 안철수 후보에게는 노동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안 후보는 갑작스레 노동 투쟁 현장을 찾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22일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용식 센터장이 있다. 그는 안 후보의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현장에서 안 후보를 수행했다.

이용식 센터장은 "안철수 후보는 법과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정치·재벌권력의 문제가 드러나는 현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알게 되고,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노동 행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동당 최고위원과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당시 후보의 노동 특보를 맡았고, 지난 9월에는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과 함께 노동정치연대포럼을 만들기도 했다. 그를 비롯한 민주노총 전직 간부 34명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노동계와 진보정당 내에서는 "배신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당당하다. 그는 "현재의 진보 정치 상황에서 노동문제가 뒤로 밀리고 있다, 언제까지 손을 놓을 수 없었다"며 "안철수 후보가 노동 투쟁 현장에 가고, 대선 과정에서 노동 문제를 공론화시켜 해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안 후보의 노동정책을 만드는 중책을 맡았다. 그 스스로도 "미완결된 안 후보의 노동 정책을 완결하러 왔다"고 말했다. 특히,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대한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재벌 개혁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자의 양보나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는 착한 이명박이 아니다, 재벌 등 기득권층에 화난 안철수"라고도 했다. 이 센터장은 이어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상식적인 사회가 될 것"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가 송전탑에 올라가고, 대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고, 회계 조작을 통해 정리해고를 하는 현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와 이용식 센터장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이뤄졌다.

"안철수 후보는 기득권층에 빚진 게 없어... 재벌로부터 자유롭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노동연대센터장으로 합류한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선거캠프에 노동연대센터장으로 합류한 이용식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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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이 정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후보가 안철수 후보다. 노동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다. 노동운동이 법의 제정과 집행을 하는 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의 의사가 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없다. 민주노총이 1997년부터 대선 후보를 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이유도 이것이다. 안 후보를 통해 노동자의 의사가 법과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도 노동계 인사들이 많다. 왜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 후보를 선택했나?
"지금까지 기성정당이 국민의 정치 개혁 열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성 정당은 재벌 등 기득권 세력과 연결돼 있다. 안 후보는 그런 면에서 (기득권층에) 빚진 게 없기 때문에 국민 요구를 실현할 수 있다. 어떤 후보보다 재벌로부터 자유롭다."

- 민주노총 전직 간부들이 진보정당이 아닌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것을 두고, "노동을 함부로 팔지 말라", "배신자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진보정당들은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함께 할 수 있다는 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안 간 게 아니라 갈 수 없는 것이다. 현재의 진보 정치 상황에서 노동문제는 뒤로 밀리고 있다. 언제까지 손을 놓을 수 없다. 안철수 후보로 하여금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하는 송전탑에 가게 하는 것은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일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노동 문제를 공론화시켜 해결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2009년 2월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주노총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했다. 당시 민주노총이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석행 당시 위원장이 투옥 중인 상황에서 사무총장으로서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다만 제가 사퇴 시기를 놓친 것은 아쉽다. 피해자에게 아직도 죄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하지는 않았다."

"현대차 압박 받을 수 있지만, 울산 송전탑 간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찾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한 뒤 해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찾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한 뒤 해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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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찾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한 뒤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촉구하는 노조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도움을 원하지 않고 진실을 원한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며 "힘드시겠지만 희망 잃지 마시고 열심히 노력하시고,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찾아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분향한 뒤 김정우 쌍용자동차 지부장을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를 촉구하는 노조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도움을 원하지 않고 진실을 원한다는 말이 가장 와 닿았다"며 "힘드시겠지만 희망 잃지 마시고 열심히 노력하시고,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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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 쪽과는 언제부터 접촉했나?
"안철수 캠프에는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들이 많다. 함께 하자는 공감대는 이전부터 있었고, 적극적인 제안이 있었던 것은 보름 전이다. 이후 회원 500명의 노동정치연대포럼 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포럼에는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원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논의 끝에 안철수 캠프에 힘을 모으자고 결론을 내렸다."

-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 등에서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 편에서 서야 한다', '최저임금은 평균 임금의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해고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따뜻한 자세와 문제의식도 가지고 있다. 안 후보가 노동 현장 경험은 없지만, 노동철학에 대한 상식을 갖춘 만큼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폭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 안 후보는 24일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했고, 25일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하는 송전탑을 방문한다.
"대통령 후보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농성하는 송전탑에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표 계산을 하고 여론을 의식하다보면, 잴 수 있다. 그럼에도 앞장서서 법과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정치·재벌권력의 문제가 드러나는 현장을 방문한다. 안 후보는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절하게 투쟁하고 있는 현장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실태를 정확히 알게 되고,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노동행보를 하게 될 것이다."

- 송전탑 방문으로 현대차나 재계와의 긴장이 조성되지 않겠나?
"현대차의 압박이 있을 수 있다. 전경련 역시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 '편형적인 것 아니냐'라고 비판할 수 있다. 보수 언론의 공격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안 후보가 결심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착한 이명박? 재벌 등 기득권층에 화났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공농성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한 뒤 농성장을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울산 북구 현대차 공장 명촌중문 앞 송전탑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후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고공농성장을 찾아 이들을 격려한 뒤 농성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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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는 21일 내놓은 고용노동공약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하게 되면, 노사 모두 양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나?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회적 대타협 논의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캠프 책임자급에 신뢰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98년 김대중 대통령 때 민주노총은 목숨과도 같은 정리해고제를 내줬는데, 무엇이 돌아왔나.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다. 양보는 신뢰가 선결돼야 한다. 상식적인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노동자들이 결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에게 양보와 합의를 요구하면 실현되기 힘들다."

- 상식적인 요구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포함되나.
"그렇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달에 100만 원, 1년에 1200만 원씩 덜 받으면서 일하지 않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 명에 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자본이 연 국가예산의 1/3 수준인 96조 원을 일방적으로 갈취하는 것이다. 이 구조가 용인되는 이 사회에 어떻게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겠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임금을 더 줘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상식이 통용돼야 한다."

- 재벌개혁도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재벌은 사회적 자정능력은 상실했다. 법과 상식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고용의 90% 이상을 중소기업이 맡는다. 중소기업들은 재벌과의 불평등한 관계 속에 있다. 대기업이 이익을 다 가져가면, 중소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있겠나."

- 민주노총은 21일 안철수 후보의 고용노동정책을 두고 "착한 이명박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안철수 캠프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완결되지 않은 안 후보의 노동 정책을 완결하기 위해서다. 안철수 후보가 가지고 있는 노동 철학과 현장의 요구들을 결합할 것이다. 지켜봐 달라. 안 후보는 착한 이명박이 아니다. 재벌 등 기득권층에 화난 안철수다. 기득권층은 법과 상식을 지키지 않고, 사회적 도리를 다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횡포를 부리는데, 어떻게 화가 안 날 수 있나."

-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노동현실은 어떻게 바뀌나?
"상식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송전탑에 올라가 싸우는 현실, 대기업이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는 현실, 회계조작을 통해 해서는 안 될 정리해고를 하는 현실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과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등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태그:#이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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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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