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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천의봉 사무국장이 송전탑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천의봉 사무국장이 송전탑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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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000볼트, 위험 올라가지 맙시다.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 중문 앞에 있는 9번 송전탑에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이 나붙어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2중의 철조망이 얼기설기 45m 높이의 송전탑을 휘어 감고 있었다. 17일 밤 9시 두 남성이 철조망을 걷어내고 초고압이 흐르는 송전탑을 기어올라갔다.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36)씨와 천의봉(31)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그들이다.

그로부터 엿새가 지난 22일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송전탑에 매달려있었다. 천 사무국장이 올라선 20m의 송전탑의 3m 가량 아래에는 최씨가 올라서 있다. 2cm 두께의 합판으로 만든 2㎡가 안 되는 공간이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폭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올랐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는 비록 작지만 조종실이 있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9번 송전탑은 대각선으로 몸을 뻗어야 겨우 몸을 눕힐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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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의 바로 옆으로 지나는 동해남부선 철길로 기차가 지나갈 때면 미동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송전탑이 와르르 떨려왔다. 그래도 두 사람은 기차가 올 때가 기다려진다. 철도 기관사와 선로 점검 노동자들은 기적을 올리며 두 사람의 고공농성을 응원해준다. 그럼 두 사람은 손을 뻗어 성원에 화답한다.

기자가 찾은 22일에는 간간이 비까지 쏟아졌다. 밤부터는 제법 많은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합판 위는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저녁부터는 번개도 쳤다. 혹시나 송전탑이 낙뢰에 맞을까 싶어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다 봤다. 두 사람은 고스란히 쏟아지는 비를 맞고있었다. 춥고, 외롭고 무엇보다 위험한 상황. 그럼에도 두 사람은 절대 내려올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법원 판결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응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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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을 철탑으로 올려보낸 배경에는 현대자동차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길고 지루한 싸움이 있다. 대법원은 2010년과 2012년에 현대자동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송전탑에 올라서 있는 최씨가 받은 판결이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도 최씨의 복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여전히 최씨의 해고가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정규직이 될 것이라 굳게 믿어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2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인터뷰를 한 최씨는 단호했다. 최씨는 "대법원이 두 차례나 불법파견을 확인해줬고 2005년과 2010년, 2012년 세 번의 국정감사도 진행했지만 변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언제쯤 내려올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최씨는 "1~2년 해보고, 한두 번 해보고 안 돼서 올라온 것이 아니다, 8~9년 동안 해볼 것 다 해봤다"며 "이래서는 안 된다는 심정에서 올라왔다, 실마리가 풀리지 않으면 제 발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는 이미 2005년 한차례 철탑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2005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류기혁씨를 위해서였다. 당시 고공농성은 태풍과 저체온증 등으로 농성자들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어 미완의 마침표를 찍었다.

26일 현대차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 준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이 17일부터 울산 현대차공장 명촌중문 인근 9호 송전탑에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촉구하는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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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그때 만일 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연대하고 함께했다면 오늘 같은 일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그때 스스로 송전탑을 내려온 것이 "두고두고 한이 됐다"고 거듭 후회했다. 그 일이 있은 뒤 사측은 송전탑을 비롯해 고공농성이 벌어질 수 있는 회사 안팎의 모든 곳에 철조망을 휘어 감고 경비 인력을 배치했다.

17일 두 사람이 송전탑을 오를 때도 사측 경비직원은 두 사람을 쫓아 송전탑을 올랐다. 자칫하면 추락사고가 생길뻔했던 위기는 노조 정규직지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겨우 수습됐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고공농성. 심신이 지쳐가지만, 최씨는 주변의 성원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송전탑 위에서 트위터로 사람들과 만나는 최씨에게는 어느덧 1200여 명의 팔로워가 생겼다. 최씨는 "엿새만에 600명이나 늘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20m 상공에서 최씨외 천 사무국장은 SNS로 오는 26일 열릴 '울산공장 포위의 날'을 홍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손에 손을 잡고 에워싸버릴 셈이다. 지난해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한진중공업 희망버스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답장을 다느라 손가락이 아프다"는 너스레를 떨던 최씨는 "이 과정을 통해서 실마리가 풀리면 고생해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태그:#현대자동차,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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