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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철수) 연구소 창업한 이래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증여한 이후에는 주식을 거의 팔아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월급만 받고 살았던 사람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자산 가치로 치면, 안 연구소 주식 가격은 제가 얼핏 생각해도 굉장히 많기는 한데요. 그건 제 재산이라고 생각을 안 하다 보니, 그냥 일반 전문직들 월급 받는 것과 똑같이 살고 있는 거죠."

지난해 12월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성공한 회사를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줄 수 있을 정도면 솔직히 모아둔 재산이 좀 있지 않으신가요?"라는 한 패널의 질문에 이와같이 답했다. 이에 백지연씨가 "(모아둔 재산이) 별로 없다? 주식은 있느냐?"라고 되묻자, 안 후보는 "일반 전문직들이 그렇게 씀씀이가 헤프지 않고 열심히 모아놓은 그 정도"라고 말했다.

주식 절반 기부해도 남은 주식 가치 1129억 원

지난 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철수 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재단 설립 실무를 맡은 강인철 변호사.
 지난 2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안철수 재단> 설립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재단 이사장을 맡은 박영숙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재단 설립 실무를 맡은 강인철 변호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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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발언은 구설에 올랐다. 강용석 전 무소속 의원은 블로그 '찰스의 거짓말-월급편(현재는 비공개 처리)'에서 "찰스(안철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찰스연(안철수 연구소)에서 받은 배당금만 104억 원, 2005년에 무상증자로 늘린 주식 중 10만주를 팔아 최소 20억 원, 연구소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비상근)하며 최소 연봉 7000만 원, 2008년 현재까지 카이스트와 서울대에서 매년 연봉 2억 원 정도(부인 연봉 포함) 받았다"며 "저는 월급만 받고 살았던 사람"이라는 안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근혜·문재인 후보와 달리 선거에 출마하거나 공직에 오른 적이 없었던 안 후보의 재산 내역은 지금까지 공개된 바가 없다. 소유 주식, 부동산 등을 통해 그 규모를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안 후보 재산 대부분은 주식이다. 안랩(Ahn Lab, 안철수 연구소)은 지난 12일 안 후보의 지분이 286만주에서 186만주로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안 후보가 재산 사회 환원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작은 결심 하나를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면서 자신이 보유한 안랩 지분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종가 기준으로 안 후보가 보유한 안랩 주식 가치는 약 3000억 원이었다.

이후 안 후보는 '안철수 재단'을 통해 안랩 주식 186만주를 사회에 환원하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안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절반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7일 종가(6만 70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남은 주식의 가치는 1129억 200만 원. 주식 가치만을 놓고 봤을 때도 안 후보의 재산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21억 8104만 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10억 8671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11번 장내매도로 22억... 대표이사 사임 이후에도 억대연봉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재산 한 눈에 보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재산 한 눈에 보기
ⓒ 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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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이후부터 2005년 2월까지 안 후보 보유 주식은 286만 5339주. 2005년 3월 안랩이 무상증자를 하면서 안 후보의 지분은 382만 450주로 늘어났다. "주식을 거의 팔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주식 매각을 통해 22억여 원의 수익을 올린 적도 있었다. 2005년 10월 4일부터 11월 10일까지, 안 후보는 11번에 걸친 장내매도를 통해 10만 450주를 팔았고, 약 22억 원을 벌었다. 이 시기 안 후보는 안철수 연구소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미국 유학 중이었다. 이후 지난 2월까지 안 후보의 지분은 372만주를 유지했다.

<오마이뉴스>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안랩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안 후보는 2001년 9월 안철수 연구소 코스닥 상장 이후 총 8번에 걸쳐 모두 112억 7134만 5200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안랩은 2002년 첫 배당을 시작해 2003년, 2004년을 제외하고는 2011년까지 매년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배당금은 2002년 288원에서 2005년에는 400원, 2008년 500원으로 올랐다가 이듬해부터는 400원을 유지했다.

배당금 이외에도 안철수 후보는 안랩으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았다. 안랩이 공시한 '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에 따르면, 안철수 연구소가 코스닥에 상장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여 년간 안 후보가 받은 보수는 약 10억 9000만 원. 2001년 약 6000만 원이었던 연봉은 2002년 1억 571만 원으로 늘어났고, 안 후보가 '비상근 이사'가 된 2005년에는 1억 900만 원, 2006년 7300만 원, 2007년 6100만 원, 2008년 7200만 원, 2009년 6200만 원, 2010년 8500만 원, 지난해에는 2억 958만 원을 받았다.

2005년 3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안 후보는 2008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지냈다.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것. 때문에 안 후보가 2005년 이후에도 매년 안랩으로부터 억대 연봉을 받은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2001년~2003년 안랩 사업보고서에는 '당사는 비상근임원에게는 보수를 지급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2004년부터는 이러한 내용이 빠졌다.

안철수 연구소 관련 수입에 카이스트·서울대 교수로 지내면서 받은 급여, 64만 부가 팔린 <안철수의 생각> 인세, 현재 전세로 사는 시세 12억 원 상당의 용산구 주상복합 아파트,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하면서 받은 3억 8000만 원, 스톡옵션 행사로 벌어들인 4억 원을 합하면 안 후보의 재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냥 일반 전문직들 월급 받는 것과 똑같이 살고 있다"고 하기에는 분명히 많은 액수다.

신주인수권 '몰아주기'로 311억 평가차익 얻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9월 20일 오후 안철수연구소(안랩)을 방문,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직원들과 환송식을 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9월 20일 오후 안철수연구소(안랩)을 방문,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하고 직원들과 환송식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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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재산 기부 선언'은 대중에게 안 후보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착한 부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같은 '성공한 CEO' 출신이지만, 임기 말인 현재까지도 BBK, 도곡동 땅 등 재산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재산 형성 과정이 과연 착했는가를 놓고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부동산과 관련해서는 이미 서울대 의대 대학원 재학 시절인 1988년 사당동 재개발 지역 25평형 아파트 '딱지(입주권)' 매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2001년 부인 김미경씨 명의로 송파구 문정동의 아파트(41평형) 구입하면서 실거래가보다 2억 원 정도 낮은 가격으로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안 후보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된 일이고 국민들께 사과드린다"면서 "더 엄중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란 회사채에 해당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별도로 부여한 채권을 의미한다. BW를 보유한 채권자 입장에서는 원금·이자와는 별도로 신주까지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안철수 연구소는 1999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자금 조달을 위해 주당 발행가 5만 원에 5만주, 액면금액 총 25억 원의 BW를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BW의 이자율은 10.5%, 행사 기간은 1년 후인 2000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20년간이었다. 안철수 연구소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신주인수권을 안 후보에게 '몰아주기'로 한다. 안 후보는 3억 3950만 원을 납입하고 안철수 연구소가 발행한 BW를 전량 인수한다. 이자율을 역으로 계산해 25억 원의 13.5%만 지불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0년 10월 안철수 연구소는 원금 3억 3950만 원과 이자 3000만 원을 안 후보에게 조기 상환했고, 안 후보는 25억 원을 내고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 그런데 주당 인수 가격을 보면, BW 발행 당시 정해진 5만 원이 아닌 1710원이다. 1년 사이 안철수 연구소가 무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발행 주식수가 5만주에서 38만주로 늘어났고, 여기에 1/10 액면분할을 거치면서 주당 가격이 낮아졌기 때문.

이에 따라 안 후보는 2000년 10월 13일 주당 1710원에 안철수 연구소 주식 146만 9888주를 취득했다. 2001년 7월 안철수 연구소의 코스닥 등록 주간사인 ㈜미래에셋 증권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예비사업설명서를 보면, "(해당 주식수를) 희망공모가 17000원~23000원으로 환산할 경우 248억 5400만 원~336억 26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적혀있다.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 위해 지불한 25억 원을 빼면, 최대 331억 2600만 원의 평가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검찰 '공소시효 지나' 무혐의 처분했지만 논란 계속

예비사업설명서에 따르면, BW를 발행하지 않았을 경우 안 후보의 안랩 지분율은 27.6% 수준. 2000년 10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코스닥 등록 후에도 안 후보의 지분율은 39.9%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안철수 후보가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주식은 꾸준히 증가했다. 때문에 "오늘날 안철수 수천억 원대 재산의 상당부분은 1999년 10월 초 발행했던 BW에서 비롯되었다(황장수 미래연구소장, <안철수, 만들어진 신화>"는 주장도 나온다.

황장수 미래연구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BW는 안철수 후보 '부의 근원'이자 '악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2월 강용석 전 의원(무소속)은 안 후보를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BW를 헐값 발행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안 후보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안철수 연구소가 BW 발행을 의결한 지 4개월 만인 2000년 2월, 안철수 연구소의 대주주였던 ㈜나래앤컴퍼니는 안철수 연구소의 주식 1만 1500주를 주당 20만 원에 장외 매입했다. BW 발행 가격(주당 5만 원)의 4배다. 이와 관련해 정무위 소속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BW를) 이렇게 저가로 발행했다면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입힌 것으로 배임죄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한 "(안철수 연구소의 BW 발행)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오너를 위한 악성사채 발행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서 "안 후보는 저가 발행된 BW를 행사하며 311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만큼 결론적으로 증여세 포탈"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 캠프 측은 BW 발행가격이 외부전문기관 평가액보다 높은 금액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예비사업설명서에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당시 삼일 회계법인에서 상속세법 등 증여세법에 의거하여 평가한 3만 1976원과 동사채의 발행 직전 유상증자시 발행가격 5만 원 중 큰 금액으로 산정했다"고 명시되어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배임 의혹'에 대해서도 안 후보 측은 이사회와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거쳤기 때문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황장수 소장은 "'증여 및 상속에 관한 법'에 따르면 안랩처럼 장외거래가 거의 없었던 주식의 경우, BW 발행 전후 3개월간의 거래가 있다면 그것을 시세 기준으로 본다"면서 안랩이 BW를 헐값으로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은 "한 두 건의 장외거래가로 주가를 정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황 소장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BW 발행가격인) 5만 원보다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 장외거래 사례가 더 많다"며 공개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BW 발행과 행사가 이루어졌던 1999년 10월~2000년 10월, 안 후보의 부인인 김미경씨와 동생 안상욱씨가 각각 안철수 연구소 이사와 감사로 재직했던 것도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두 사람이 안 후보 측에 유리하도록 '입김'을 넣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안 후보 측은 1999년 9월 21일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김미경 교수는 BW 발행을 결정할 주총을 소집하는 이사회에 참석 자체를 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영향력 행사란 애초에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이사회 회의록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9년 9월 당시 등기부등본상 이사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산업은행 벤처지원팀장 강아무개씨가 이사회에 참석해 서명을 한 것이다. 황장수 소장은 "당시 등기부등본상 안철수 연구소 이사는 6명이 아닌 5명이었고 강아무개씨는 이사도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안 후보 측에서 공개한 회의록에는 이사 수가 6명으로 되어있고 강씨의 사인도 있다"면서 '회의록 위조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BW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국감장에서 "뭐라고 답변하기 어렵지만, 당시 통상적으로 기업들이 그런 식으로 많이 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종의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오마이뉴스>는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통화했으나 "당시 비상장 주식이었기 때문에 금감원이 관여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꼈다.


태그:#대선후보검증, #안철수 연구소, #재산, #안철수, #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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