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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자료' 동영상 중 일부 내용. 종북세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노조 파업 영상을 삽입했다.
 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자료' 동영상 중 일부 내용. 종북세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노조 파업 영상을 삽입했다.
ⓒ 박홍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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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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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지역 일선 초·중학교에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운동을 '종북세력' 활동으로 매도한 동영상을 상영하도록 권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동영상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운동 등을 북한의 사주를 받은 반정부시위로 묘사했다. 또한 유신에 반대한 민주화 운동도 종북세력의 사회주의 활동으로 매도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박홍근 의원(민주통합당)은 16일 부산·경남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국가보훈처가 색깔론으로 점철된 '종북세력의 실체'라는 자료를 전국에 배포해 이를 일선 학교에서 안보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가보훈처는 올 1월 '호국보훈자료'라는 동영상 자료집 1000여 개를 각 시도교육청을 비롯한 공공기관에 배포했다. 호국보훈자료는 총 10편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세번째 편의 이름이 '종북세력의 실체'다. 문제가 되는 대목은 '종북세력의 실체' 편에 속한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와 '위험한 반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다.

"종북세력, 지금도 양심적 민주인사처럼 행사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자료' 중 일부 내용. 1970년대 반유신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종북세력이 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확산을 기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의 '호국보훈자료' 중 일부 내용. 1970년대 반유신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종북세력이 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확산을 기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박홍근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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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누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가'라는 동영상에서 종북세력을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비판하며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종북세력의 정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노조 파업 집회, 촛불문화제 등의 영상을 삽입했다. 

특히 유신에 반대한 민주화세력을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 시위를 벌인 세력처럼 설명했다.

"종북세력은 1972년 유신체제하에서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채 반유신·반독재·민주화 투쟁을 빙자해 세력 확산을 기도했다."

이어 "2000년대에는 종북세력이 제도권과 정부 내부에 침투했다"며 "친북 사회주의 활동을 민주화·평화애호운동으로 미화하며 그 영향력을 국가 전반에 확대시켜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종북세력은) 지금도 정치권 진보인사, 평화애호세력 등으로 포장돼 양심적 민주인사처럼 행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위험한 반대 그 어두운 그림자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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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해군기지 반대운동, 전형적인 반정부 선동시위"

동영상 말미에서는 민주화운동을 '종북세력이 사회주의 사회 건설을 위해 내세운 목표'라고 경고했다. 

"종북세력의 지향목표는 쉽게 말해 공산주의에 입각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이고, 그렇기 하기 위해 내세운 것이 '외세축출' '민주화 쟁취' '민족 자주정부 수립'이다. 국제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종북세력의 악의적인 국정운영 방해로 귀중한 시간과 역량이 낭비되는 건 심각한 국력손실이다."

보훈처는 또 '위험한 반대'라는 동영상에서 국책사업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대안 없는 반대를 일삼고 끊임없이 사회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강정 해군기지 반대 운동과 관련해서는 "환경과 평화 애호를 가정한 이 운동은 일부 불순 외부세력 주도하에 전형적인 반정부 선동시위로 변질됐다"며 "이같은 시위와 반대활동이 단순한 사회참여로 여겨져서는 안 되며 검은 의도와 실체가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책사업을 반대하는 불순세력들에게는 대한민국의 분열을 노리는 하나의 공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비과학적으로 선전·선동하며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이후 실제 이해관계 당사자와 무관한 외부단체가 몰려들어 인권·환경·평화를 가장한 외침을 시작한다. 시위현장에서 폭력과 물리적 충돌을 유발해 공권력 개입을 유도한다. 이때 전문 시위꾼의 개입은 필수다. 이들은 민심을 동요시켜 갈등을 부추기고 대정부 불신감 조장을 극대화시킨다."

보훈처, 초·중학교에 동영상 상영 권고

국가보훈처는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보훈 특강'을 실시하면서 부산지역 초·중학교에 이 동영상 상영을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훈처가 이 문제의 동영상을 일선학교에 배포하도록 한 것이다. 부산지방보훈청은 지역 일선 학교에 보낸 공문에서 "청소년들의 건전한 국가관 확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은 "학생들에게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주입시키며 야당과 시민사회의 합당한 시위를 북한 사주를 받은 불순한 반정부 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은 정치적 고의성을 가진 심각한 문제"라며 "유신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벌인 인사들을 마치 북한의 지령에 의해 사회주의 반정부세력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조속한 해명과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은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점검해보고 편향적인 내용이라면 옳지 않다고 본다"며 교육중단 의사를 밝혔다.


태그:#국가보훈처, #종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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