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건양학원(이사장 구본정)이 재활치료를 위해 휴직한 후 복귀하려는 부교수(전문의)를 업무처리 능력이 떨어진다며 면직 처리했다. 지역 장애인단체에서는 내부직원인 장애인 교수에 대해서조차 배려가 없다면 장애학생 및 환자들을 애정으로 돌볼 수 있겠냐며 대학 및 대학 병원 측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건양대병원과 건양대학교(총장 김희수)는 최근 각각 인사위원회를 열고 소화기내과 A 교수(46)가 신청한 업무복귀 건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A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으로 일해오던 중 지난 2010년 5월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우측편마비 증세로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관계기관은 업무 연관성을 인정했다.
그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휴직계를 제출한 후 이를 악물고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A교수는 "재활을 위해 하루 약 7~8시간씩 치료와 운동을 해왔다"며 "포기하려 하다가도 같은 처지에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말했다.
건양대병원 측이 지난 8월 말 작성한 A교수에 대한 임상심리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언어능력, 기억력, 시공간 구성능력 등 인지영역이 평균이거나 이를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우측편마비로 언어표현의 유창성이 다소 부족하고 (왼손만을 이용해) 정보처리 동시 수행시 기민하고 유연한 문제대응능력 부족하다"고 밝혔다. 일상생활과 관련해서는 독립적인 보행과 샤워 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우측편마비로 오른손 사용이 자유롭지 못해 업무처리 속도 등이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상당 부분 회복된 셈이다.
A교수는 지난 8월 병원 측에 업무복귀신청을 하면서도 부자연스러운 오른손으로 인해 환자진료에는 자신이 없다며 건양대 등 관련 업무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병원 인사위원회는 '내시경검사 및 진료 등 임상교수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공을 대학 인사위원회로 넘겼다. 그러면서도 인사위원회 관계자는 A교수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원·대학 인사위원회 "일할 만한 업무 없다" 이어 대학 인사위원회가 열렸지만 '대학에서도 A교수가 일할 만한 업무는 없다'며 면직 처리했다. A 교수는 "다시 일하겠다는 열망 하나로 틈틈이 공부하며 재활치료에 전념해왔다"며 "대학에서라도 일 하고 싶다는 소망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A교수의 부인인 B씨는 "병원과 환자를 위해 헌신하다가 쓰러진 직원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배려가 있다면 병원 측이 남편의 소망을 이렇게 쉽게 내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업무처리 능력이 다소 뒤처진다는 이유로 내쫓는 것과 망가지면 버리는 폐품처리가 무엇이 다르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인사위원회가 절차에 따라 모든 상황을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말을 아꼈다.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성배 집행위원장은 "수 천여 명이 일하는 병원과 대학에서 장애인 의사가 감당할 업무가 전혀 없다는 것은 핑계에 다름 아니다"며 "장애 직원을 해고하는 병원이 장애환자들을 애정으로 돌보겠냐"고 비난했다. A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학교법인 건양학원은 1991년 충남 논산에 건양대학교 본교를 개교하고, 1999년 말 대전 서구 가수원동에 건양대학교병원을 준공했다. 또 2006년 2월에는 건양대병원 부근에 건양대 대전 캠퍼스를 인가받아 현재 13개 계열에 45개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