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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 대입원서접수 마지막 날이었다. 원서 쓰기 전 진학상담차 고등학교를 찾았던 나는 담임선생님과 대입진학배치표 앞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표준점수에 맞춰 짚어가는 손이 멈췄고 시선이 고정됐다.

"오, 인(in)서울 하겠는데?"

선생님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교 시절 내내 나는 열등생이었다. 선생님 입장에서 기대치가 낮은 학생에게 보내는 의외(?)의 칭찬이었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서울권 3개 학교 원서접수를 하고 결제 버튼을 클릭했다. 추워서 오들오들 떨던 겨울 날씨만큼이나 조마조마 떨렸던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결국 3개 중 2개는 떨어졌으나 다행히 예비 1번으로 서울 소재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집이 시골이라 그런지(우리 동네에서는 서울로 대학 간 친구들이 드물었다) 부모님도 대단히 좋아하시는 눈치셨다. "우리 아들 서울로 대학 갔다"고 전화 돌리시던 기억도 난다. 합격 후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학교에서 통지서를 받았다. 학교 홍보 브로셔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한다는 소집요청이었다. 슬슬 시험을 보러 서울로 올라갈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기초학력평가를 위한 시험장소로 명시된 곳은 경기도의 어느 도시였다.

어? 학교가 서울이 아니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과 경기도에 캠퍼스를 둔 이원화된 학교다. 내가 지원한 학과가 이공계인 탓에 서울 캠퍼스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경기도에 있는 캠퍼스에 적을 두게 되었다. '인서울'이 하나의 목표처럼 돼버린 현실에서 아쉬움이 컸다. 무던히도 서울을 동경해왔던 내가 아니었던가. '마소의 새끼는 시골로, 사람의 새끼는 서울로'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서울에 대한 동경심이 컸던 만큼 소외감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다니는 캠퍼스는 서울보다는 지방대 색채가 더 짙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분명 내가 다니는 학교는 대학 지방 분산과 맞물린 이원화된 학교이고,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제2캠퍼스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달랐다. 엄연히 독립된 학과를 가지고 있지만 본교, 분교 개념에 익숙한 이들은 서울에 캠퍼스가 있으면 본교라고 생각해 버린다.

"너 학교가 어디니?"
"저 ○○대학교요."
"그럼 개강하면 서울로 올라가겠구나. 방은 구했니?"
"아 저희 학교는 캠퍼스가 2개에요. 캠퍼스가 서울과 경기도에 각각 있어요."

예전에는 다 설명했다. 우리 학교는 캠퍼스가 2개고, 나는 경기도에 있는 캠퍼스에서 학교 다닌다고. 하지만 지금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하기도 귀찮거니와, 왠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동은 해를 거듭할수록 나를 속물근성에 빠져들게 했다.

대학생의 필수 덕목이 돼버린 봉사활동, 공모전, 대외활동 따위의 인프라는 주로 서울에 갖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뜻이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서울캠퍼스를 오가며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큰 결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중교통 한두 번 갈아타도 가기 힘든 물리적 거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표를 아주 잘 짜거나, 학기별로 나누어 수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 졸업학기에 서울캠퍼스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 지내는 학생들도 있다.

서울에서 자취하는 한 학생은 "서울로 학원을 다니거나 대외활동을 하려면 왕복 3시간 이상이 소요돼 너무 힘들다. 그 때문에 서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조금 더 자유로워 진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원화된 다른 학교의 경우, 과는 경기도에 있으나 실습실이 서울에 있어서 해당 수업을 들으려면 서울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양 캠퍼스를 오가는 교통편은 제공되지 않는다. 결국 1시간 30분 넘게 걸려서 서울캠퍼스에서 수업을 듣고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그 수업을 기피하는 학생들도 생겼다고 했다.

같은 이름 아래 묶여 있어도 누구는 서울에 있고 누구는 지방에 있어서 공부하기 더 힘들다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원캠퍼스의 특성과 장점을 살려 어디에 위치해 있어도 불편하지 않는 제도나 문화가 필요하다. 최근 본·분교 통합으로 대학 경쟁력 강화 및 갈등 해소를 기대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진정한 통합이라면 물리적 교류도 확실히 있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태그:#명지대, #자연캠, #인문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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