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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60주년 서울수복 기념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2010년 9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까지 육사 생도들이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6.25전쟁 60주년 서울수복 기념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2010년 9월 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까지 육사 생도들이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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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교장 박종선 중장)가 사관생도들 주소지 이전과 관련된 허위문건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육사는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2008년 10월 7일자 업무보고 문건('생도 주소지 이전 관련 검토 결과')에서 육군본부 법무감실 법제과로부터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과 관련해 법률 검토를 받았다고 적시했지만,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당시 육사는 이러한 법률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육사쪽은 "당시 유선을 통해 육본 법무감실의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의2에 따르면, 국가기관이 거짓서류를 국회에 제출할 경우 본회의나 해당 상임위의 의결로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2011년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와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각각 281명과 275명 등 총 556명의 생도들이 주소지를 이전했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육사 생도들, 재보선․총선 앞두고 주소지 대거 이전).

육사에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문건 표지. 학교장 결재란이 비어 있다.
 육사에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문건 표지. 학교장 결재란이 비어 있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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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작성 문건에 육본 법률검토 결과 실려

육사는 최근 전해철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업무보고 문건을 제출했다. 업무보고 문건의 제목은 '생도 주소지 이전 관련 검토 결과'로 지난 2008년 10월 7일 작성된 것이다. 이 문건에는 "학교발전과 민·관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을 검토한 결과가 담겨 있다.   

업무보고 문건 표지에는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 검토가 "학교장님의 지시사항에 대한 복명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다. 육사 교장의 "지시사항"을 받드는 차원에서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는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에 육사 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음을 보여준다.

육사는 이 문건에서 "해당 행정구역내 인구증가로 행정기관의 재정자립도 향상", "노원구 지역에서 투표권 행사 가능 ☞지자체에 대한 육사 지원 적극 요구 가능", "(주민세 미부과 등) 각종 세금 관련 (혜택)" 등을 들어 생도들의 주소지를 이전해야 한다고 적었다.

특히 육사는 이 문건에서 이러한 주소지 이전 검토가 법률검토을 거친 뒤에 이루어졌음을 강조했다. 문건은 육군본부 법무감실 법제과에서 진행했다는 "법적 검토" 결과를 이렇게 적시해놓았다.

○주소지 이전 여부는 개인의 자유
○주소지 이전 권유에 대해 불응하는 인원에 대한 불이익 부여는 법적으로 불가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은 헌법이 보장한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생도 자율에 의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는 생도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육사는 이렇게 육군본부 법무감실의 법률검토를 거쳐 2008년 10월 10일부터 주소지 이전을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09년 3월 477명, 4월 18명이 주소지를 이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육사가 이 문건을 작성할 당시에는 육군 본부의 법률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육사는 2008년 10월 7일 작성했다는 문건에서 육본의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육사는 2008년 10월 7일 작성했다는 문건에서 육본의 법률검토를 받았다고 밝혔다.
ⓒ 구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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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본에 법률검토 의뢰한 것은 2009년 4월... 허위문건 작성했나?

육군본부 법무감실의 한 관계자는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 관련 법률검토는 2009년 4월에 육사로부터 질의를 받아서 같은 해 5월 회신했다"며 "법률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렸고,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관련 부서로부터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육사는 지난 2009년 5월에서야 육군본부 법무감실로부터 공식적인 법률검토 결과를 회신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육사는 그보다 7개월 앞선 2008년 10월 7일에 작성했다고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문건에 의뢰한 적도, 회신받은 적도 없는 법률검토 결과를 적시해 놓았다. 육사가 허위문건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김정식(소령) 생도대 인사과장은 25일과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08년 생도들의 주소지 이전을 검토할 때 유선(전화)을 통해 육군본부의 법률검토를 받았다"며 "좀더 자세한 사실은 관련자료들을 확인한 뒤에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게다가 '뒷북 법률검토 의뢰'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3월에 477명(정원의 약 51.3%)의 생도들이 주소지를 이전한 뒤인 같은 해 4월에서야 육군본부에 법률검토를 의뢰한 것이다. 김정식 과장은 "2009년 3월 21사단의 한 병사가 주소지 이전과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해 사관생도들도 거기에 해당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법률검토를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문건 표지의 학교장과 행정부장 결재란조차 공란으로 비어 있다. 전해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학교장의 지시에 의해 주소지 이전을 검토했고, 그 결과를 문건으로 작성해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장의 결재란에 사인이 안돼 있었다"며 "그래서 육사쪽에 원본대조필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과장은 "문서 보존기한이 1년인데 업무보고 문건은 2008년도에 작성된 것이어서 확인하고 있다"며 "다만 국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문건은 2008년도에 작성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언급한 육군본부 법무감실의 한 관계자는 "사관학교 설치법 시행령 제2조 3항에 의해서 훈육기관에 재학중인 사관생도는 준사관에 준한 대우를 받고, 제8조 1항에 의해 사관학교는 4년제 대학에 준한 교육기관"이라며 "일반대학에 재학중인 대학생도 기숙사 주소로 주민등록 이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사관생도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태그:#사관생도 주소지 이전, #육군본부 법무감실, #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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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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