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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신당역. 넓은 환승구역을 통과한 널찍한 공간에는 <곤충 파충류 생태학습 체험관>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체험관의 운영업체인 부안곤충파충류영농조합법인은 2002년 곤충 사육을 시작하면서 전국의 크고 작은 과학 축전 행사 내 전시 업체로 참여하여 곤충체험전 및 생태 전시를 진행해오다가 지난 2010년 7월부터 서울도시철도와의 컨소시엄으로 신당역 6호선 역사 내에 800평 규모의 상설 생태체험장을 개장했다. 운영업체 측은 신당역 체험전을 '세계 최초의 지하철역 생태체험장'으로 소개하며, 이 곳이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교육시키는 학습 현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갇혀있는 동물을 보며 자연을 체험한다구요?

체험장 내에 마련된 미니동물원
 체험장 내에 마련된 미니동물원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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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체험학습장이라는 곳이 주최 측이 내세우는 취지대로 자연을 느끼고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하는 장소일까? 근본적으로 체험장 내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들의 모습은 자연 상태에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동물들은 겨우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좁은 우리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바닥재나 먹이, 기타 각 종별 습성에 적합한 환경 강화(enrichment) 조치 없이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와 같은 동물전시에서 주요 체험 프로그램으로 내세우는 것은 다름아닌 동물을 '만지는' 체험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익숙하게 접해보지 않았던 동물을 보았을 때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만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충동적 호기심을 무작정 충족시켜주기만 하는 것이 교육이 될 수 있을까?

한창 관람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하루 수십명 이상 관람객들이 뱀이건 토끼이건 뭔가 살아있는 동물을 만져보는 체험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 때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지면서 동물에게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고통이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키우던 동물을 기증받는다는 공지까지

좁은 수조에 전시되어 있는 안경카이만악어
 좁은 수조에 전시되어 있는 안경카이만악어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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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파충류와 곤충 위주로 시작했던 체험전은 방문자수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전시 동물의 종류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한동안 프레리도그, 패럿, 스컹크 등 희귀애완동물의 종류를 늘이는 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던 체험전시장에는 올해 초 개, 고양이와 같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반려동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키우기 어렵게 된 동물을 기증받는다는 공지가 체험관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되었다.

지난 9월 초 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는 개와 고양이는 보이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동물을 기증 받는다는 공지는 지금도 계속 올라와있는 상태이다.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길거리에 버려질 수도 있는 동물을 구해주는 곳이 바로 이 체험전시장이라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일말의 고민 없이 쉽게 사고 여의치 않으면 쉽게 반납할 수도 있는, 일종의 소모품과 같은 존재로 동물을 인식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체험전시장 내에서 동물들을 다루는 어린이들의 태도를 관찰해보면, 작은 동물일수록 살아있는 생명체라기보다는 움직이는 장난감으로 다루어지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체험 전시장의 경우 이러한 소동물의 전시와 만져보기 체험, 분양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된다. 동물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본적인 책임감 교육 없는 동물 분양은 방치나 유기, 그리고 더 나아가 동물학대로도 연결될 수 있을 만큼 위험하다.

동물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는 찾기 어려워

모래상자를 뒤져 장수풍뎅이를 찾고 있는 아이들. 동물을 통한 생태체험이란 사실상 만져보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모래상자를 뒤져 장수풍뎅이를 찾고 있는 아이들. 동물을 통한 생태체험이란 사실상 만져보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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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같은 동물체험전에 내재된 동물학대 이슈는 이것이 시작될 당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산발적으로 제기되는 항의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전시장 주최 측은 그럴 듯한 말로써 자연을 체험하고 동물에 대한 지식을 배워가라는 홍보 문구만을 내세울 뿐이다.

여전히 이러한 체험 전시장은 성업 중이며, 오히려 그 규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신당역 곤충 파충류 체험관 역시 지난 여름방학 동안의 한시적인 기간에 한해서였으나 인천 문학경기장역 내에 같은 형태의 체험전시관을 확장해 운영했었다. 더 나아가 유치원이나 어린이 교육시설, 공공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이동 체험장 예약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체험관 현장에서 발급되고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인증서
 체험관 현장에서 발급되고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인증서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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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러한 체험학습장 관람을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인정해주기까지 하고 있다. 어쨌거나 살아있는 동물을 다루고 있기에 환경 교육에도 포함이 된다. 전시장에서 발급해주는 인증서를 받기 위해 단체관람을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동물체험관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어느 기관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기니피그, 토끼, 팬더마우스와 같은 작은 동물들을 전시하는 우리는 오픈되어 있어 어린이들도 아무런 제한없이 동물들을 꺼내고 만져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기니피그, 토끼, 팬더마우스와 같은 작은 동물들을 전시하는 우리는 오픈되어 있어 어린이들도 아무런 제한없이 동물들을 꺼내고 만져볼 수 있게 되어 있다.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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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우리에 갖혀 달리 할 수 있는 일 없이 무기력하게 있는 동물을 보고 만져보는 것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처음에는 신기해서, 그리고 나름의 호감을 담아 쓰다듬고 안아보기 시작하지만, 동물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체험전시장에서 동물들이, 특히 작은 동물일수록 소모품처럼 아무렇게나 다루어지고 있는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체험전시장의 전반적인 운영은 교육적인 정보의 전달보다는 특이한 볼거리, 이를테면 보다 희귀한 동물을 전시하고, 자극적인 장면 연출 등을 통해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햄스터를 뱀에게 먹이로 던져주고 이를 관람객들이 관찰하게 하는 일마저도 있었다.

전시장 내에서는 기니피그, 고슴도치, 골든햄스터, 팬더마우스를 분양하고 있다. 동물들을 실컷 만지며 가지고 논 후에 맘에 들면 하나씩 사갈 수 있다는 것.
 전시장 내에서는 기니피그, 고슴도치, 골든햄스터, 팬더마우스를 분양하고 있다. 동물들을 실컷 만지며 가지고 논 후에 맘에 들면 하나씩 사갈 수 있다는 것.
ⓒ (사)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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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주제로 한 교육은 충동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동물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중하도록 유도하는 교육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태그:#동물전시, #체험학습, #생태체험,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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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물보호시민단체 KARA는 사람과 동물들의 아름다운 화음과 공명으로 가득 찬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명존중의식 제고, 반려동물식용 근절 캠페인, 동물실험 반대, 농장동물 복지와 채식권장, 동물보호법 개정운동 등을 합니다. 또한 동물을 위한 첫 선택(善擇)! 동물보호 책 <숨>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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