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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장에 있는 한 도자기 캐릭터 인형 작업실. 작업실 이름은 '위드 오'(With Oh). '오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란 뜻이란다. '오'가 누구길래? '오'는 이 작업실의 주인 오중석 작가를 말한다.

요즘 차고 넘치는 게 캐릭터 인형이다. 하지만, 오중석 작가가 만든 캐릭터 인형이 특별한 건 순전히 작품 재료 때문이다. 오 작가는 도자기 흙으로 도자기 기법을 이용해 캐릭터 인형을 만든다.

도자기와 캐릭터 인형의 만남

오중석 작가의 손에 들려진 오바마 슈퍼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캐릭터화 해서 만든 도자기인형이다. 사람들은 이런 도자기인형을 자신의 얼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온다고 한다.
▲ 오바마 슈퍼맨 오중석 작가의 손에 들려진 오바마 슈퍼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캐릭터화 해서 만든 도자기인형이다. 사람들은 이런 도자기인형을 자신의 얼굴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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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잘 안다. 도자기 하나를 세상에 선보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섭씨 1200도의 불을 견뎌내고 나서야 만들어진다는 것을. 그것도 초벌이 아닌 재벌을 해야 한다는 것을. 또, 수없이 많은 도자기들이 깨지고 버려지고, 뭉개진다는 것을.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살아남은 게 작품으로 세상에 드러난다는 것을 말이다. 이처럼 도자기 하나가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은 산고를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그냥 흙으로 만든 캐릭터 인형과 도자기 캐릭터 인형,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그것은 속이 차고 비어 있음의 차이일 것이다. 흙으로 만든 인형은 속이 흙으로 꽉 차 있다. 반면, 도자기 인형의 속은 텅 비어 있다. 왜 비어 있을까. 그건 1200도의 고온에도 견뎌내기 위함이다. 꽉 찬 흙은 가열하면 뭉개지고 터지기 마련. '욕심을 버린 사람이 시련을 잘 견뎌낸다'는 가르침을 깨달을 수 있다.

도자기 인형은 조각 인형과도 다르다. 조각가들이 만든 인형은 작품에만 몰입한다. 그 작품 하나가 멋있게 나오도록, 거기에만 신경 쓴다. 반면, 도자기 캐릭터 인형은 제작을 하는 모든 과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온에 견뎌낼 것, 고온을 통해 작품의 모양이 변형되는 것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이야기. 도자기 인형이기에 때로는 표현의 한계도 있다는 것을 오 작가는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캐릭터 인형을 구우면 눈에 띄게 작아지죠. 재벌을 하면 더 작아져요.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죠.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땅의 흙이 아닌 전혀 다른 성분으로 바뀌어요.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거기에 함유돼 있는 물질도 함께 빠져나가는 겁니다. 그렇기에 도자기는 1000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게 되죠. 누군가 파손만 하지 않는다면..."

아하, 그래서 고려청자와 이조백자가 가치가 있는 것이구나. 1000년을 살아도 변질이 되지 않는다는 점, 깨지기 쉬운 것이 깨지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점 등이 가치를 만드는구나. 그럼, 이 도자기 캐릭터 인형도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거야 말로 전통과 현대, 그리고 미래가 만나는 퓨전이다.

도자기 캐릭터 인형, 이렇게 만들어진다

그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캐릭터인형 얼굴들이다. 지구별에 한 사람도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없기에 이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오중석 작가. 그는 도자기캐릭터인형과 사랑에 빠졌다.
▲ 캐릭터인형 얼굴 그가 만들어 놓은 수많은 캐릭터인형 얼굴들이다. 지구별에 한 사람도 똑같은 얼굴의 사람이 없기에 이 분야는 무궁무진하다고 하는 오중석 작가. 그는 도자기캐릭터인형과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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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과 버락 오바마(미국 대통령)는 전혀 상관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손을 거치면 '오바마 슈퍼맨'으로 탄생한다. 그것도 도자기로 만든 오바마 슈퍼맨. 이 특이한 캐릭터 인형이 탄생하는 순간은 이렇다.

먼저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 특징을 살려 종이 위에 캐리커처 한다. 길거리에서 작가들이 해주는 바로 그 캐리커처 말이다. 대상의 특징을 살려 단숨에 그려낸다.

이 때,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그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외모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잡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 사람의 성격·태도·분위기 등을 한데 모아 캐릭터를 잡아낸다. 사실 여기 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후 이 캐릭터를 흙으로 빚어야 한다. 캐리커처한 얼굴의 특징을 제대로 묘사해야 한다. 이때도 무턱대고 얼굴 모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섭씨 1200도의 불을 염두에 둬야 하는 건 기본이다. 초벌과 재벌, 색칠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낸 작품이 바로 '오바마 슈퍼맨'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꿈으로

그는 지금 도자기캐릭터인형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어느 순간보다 집중한다.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조각칼도 그가 만든 것이며, 그동안 그가 만들어낸 노하우는 1000가지나 된다고 그는 말한다.
▲ 오중석작가 그는 지금 도자기캐릭터인형 만들기 삼매경에 빠졌다. 그는 이 순간만큼은 어느 순간보다 집중한다.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조각칼도 그가 만든 것이며, 그동안 그가 만들어낸 노하우는 1000가지나 된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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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설명했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이라 시행착오도 참 많았다. 서양에도 동양에도 도자기 캐릭터 인형은 생소한 분야. 오 작가 독학으로 개척해나가는 길이다.

그렇다. 국내 유일이라고 하면 과장이겠지만, 그럴 정도로 생소한 분야가 바로 이 분야다. 이 예술 분야를 가르쳐주는 대학도, 기관도 없다. 도예과를 나와 도예를 업으로 삼던 오 작가가 일궈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이 세계에 뛰어든 때는 8년 전. 어느 날, 한 유치원 교사로부터 유치원 학생들의 얼굴을 도자기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서부터다. 만들어줬더니 좋아하더란다. 그때부터 오 작가는 무료 봉사를 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도자기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젔단다.

그 후로 오 작가는 도자기 캐릭터 인형과 사랑에 빠졌다. 캐릭터에 관심 있다는 것은 사람의 얼굴에 관심이 있다는 것. 그는 지하철을 타든 어디를 가든 사람 얼굴을 관찰하고는 했단다. 그는 "세계의 6억 인구 중 똑같은 얼굴은 없기에 무궁무진한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의 꿈은 길거리서 사람들을 상대로 이 작업을 하는 것. 그 자리서 캐리커처를 한 뒤 캐릭터 인형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꿈을 빠른 시일 내에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제작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목표란다. 오늘도 오 작가는 그의 공방에서 수많은 얼굴을 그리고, 빚고, 구워내며 행복한 '산고'를 느끼고 있다.


태그:#도자기캐릭터인형, #오중석,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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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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