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단체협약 원상 회복,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전국합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가 1722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재능교육은 8월 28일 노조측에 최종합의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전국합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회사측의 반론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1722. 하루하루 농성판에 날짜를 바꿔 붙이고, 농성일지에는 숫자가 하나씩 늘어가더니 7일에는 1722라는 숫자를 맞이했다.

지난 2007년 5월, 재능교육은 단체협약 체결에서 임금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수수료'가 대폭 삭감됐다. 계속 똑같이 일했는데도 수십 만 원, 많게는 백여 만 원이 삭감되는 수수료 제도를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으로 돈키호테처럼 무모하게 이 싸움을 시작했다. 개악된 수수료제도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야했다면 1999년 그 추운 겨울, 단전·단수가 된 재능교육 도곡동 사옥 강당에서 노동조합을 인정받겠다고 33일을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

왜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나

제122주년 세계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단체협상 원상 복귀와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유명자 재능교육 지부장이 "자본에 굴하지 않고 떠나간 열사와 동지들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하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해결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행진을 시작해 재능교육 농성장과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까지 행진을 벌였다.
 제122주년 세계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단체협상 원상 복귀와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유명자 재능교육 지부장이 "자본에 굴하지 않고 떠나간 열사와 동지들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하며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해결과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며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행진을 시작해 재능교육 농성장과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희생자 분향소까지 행진을 벌였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특수고용'은 물론 '비정규직'이라는 이름도 낯선 그때, 무엇인가 많은 것들이 부당하고 그 부당함을 우리가 함께 뭉치면 바꿔낼 수 있을 거란 무모한 용기 하나로 전국을 누비며 학습지교사의 열악한 현실을 알려내는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지한채로 일하는 사람이 뭉치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고, 그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살맛나는 일터를 위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3년을 지켜왔다.

그러나 이명박이 당선된 이틀 뒤인 2007년 12월21일. 개악된 '수수료제도 전면 재개정'을 위한 재교섭을 요구하며 천막 하나 치려했던 우리들은 "야! 이 자식들아! 세상이 바뀌었어"라는 노무팀 이사의 비아냥거림과 선배와 동료라 불렀던 사람들이 구사대로 변해 무참히 가해지는 집단 폭력을 온몸으로 당하며 이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하였다.

1999년 33일간의 총파업 투쟁 이후 노동부로부터 노조필증을 받은 합법적 노동조합을 사측이 왜 이제는 와서 노조가 아니라고 하는지, 2000년, 2001년, 2004년, 2007년 체결해왔던 임금·단체협약을 왜 이제 와서는 절대 이행 할 수 없다고 말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길들여진 노동자가 되라는 것이다. 절대 저항 말고 무조건 굴종하며 자본의 이윤만을 위한 도구가 되라는 것이 우리를 향한 저들의 메시지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린 노동조합은 투쟁하는 조직이며, 자본과의 타협이 아닌 노동자 투쟁으로 쟁취하고 지켜 가는 것이 '민주노조'임을 믿고 그렇게 실천하며 버텨왔다.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12인)복직'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단지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의 몇 명의 복직과 몇 가지 제도 개선만을 위한 단체협약 체결이 아님을 자본은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완강하게 투쟁의 원칙을 지키며 비정규직 노동자로,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1722일을 쉼 없이 싸우며 버텨왔다.

지난달 28일, 재능교육은 14차 교섭에서 '대승적인 문제해결 관점'이라며 일방적인 최종안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교섭에 임하였고 고심한 끝에 문제해결을 최우선으로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런 회사가 제시한 최종안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한 '과대· 허위 광고'와 다름없었다. 노동조합이 1700일 넘게 투쟁하며 요구했던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단체협약 원상회복, 해고자 전원복직'요구를 기만적으로 변질시킨 우롱이었다.

또한, 회사는 최종안에 대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교섭 장소에서 나온 노동조합 교섭위원들이 조합원과 소통도 하기 전, 기만적이고 저열한 언론 플레이를 하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각 언론(진보 언론 제외), 종교계 그리고 모든 노동단체들에게 퀵 배달로까지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어이없고도 한심한 행태를 보였다. 그렇게 자신 있다던 매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최종안을 제시하고도 무엇이 그리 두렵고 급한 것일까?

회사가 제시한 '최종안'은 다음과 같았다.

1. 회사는 합의서 체결 즉시 11명 전원과 위탁사업계약을 체결하고 계약해지 이전 소속지국으로 배치한다.
2.회사는 위탁사업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을 시작한다.
3.회사는 현 사태와 관련한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처벌불원 탄원서를 제출한다.
4. 회사는 해지교사 11명에게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 기금으로 1억5천만 원을 지급한다.

"해고자는 12명... 단체협약 체결해야"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는 '해고자의 전원 일시복직'을 요구해왔다. 12명의 부당해고자를 말하는 것이다. 회사는 11명을 말한다. 6개월여의 투병생활을 꿋꿋이 하였지만 끝내 암이라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 1월 짧은 생을 마감한 고 이지현 조합원이 제외됐다. 그도 부당해고자이다. 투쟁 첫 날 구사대에 의한 집단 폭행으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고도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피고인이 되기도 했다.

그를 해고자로, 범법자로 그렇게 남겨둘 수는 없다. 그를 복직대상자 명단에 포함시키고, 재능교육 교사였다면 당연히 적용되어야 했던 경조비, 진단비, 치료비, 사망보험금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부모님께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12차례의 교섭에서 회사가 주장한 근거는 단 하나였다. '학습지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는 2006년 대법원 판례. 회사는 냉철한 머리를 바탕으로 노조의 요구사항에 대해 근거와 검증된 데이터를 제시하였지만, 이에 대해 노조는 타당한 근거나 답변을 하지 못하고 원론적인 주장만을 반복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재능교육과 노동조합은 1999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래 네 차례에 걸쳐 임금단체협약을 갱신 체결해왔고, 2007년에는 바로 그 대법원 판례가 나온 직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과는 사뭇 다른 입장과 태도를 보이며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회사가 이와 같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바꿔, 일방적으로 파기한 단체협약을 원상회복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울러 사측은 네 차례의 단체협약 갱신 체결을 하는 동안 온갖 핑계와 이유를 대며 번번이 정해진 시한을 어기기를 밥 먹듯이 하고, 조합비 가압류, 노동조합 간부 고소고발 등 갖은 탄압을 자행했다. 이에 맞서던 전 위원장 정종태 동지가 거듭된 단식 후유증으로 마흔의 나이에 위암을 얻어 세상을 떠났고, 수술비가 없어 병마에 시달리는 아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간부조합원과 아이의 돌 반지를 팔아 생활해야 했다. 그 수많은 조합원들, 전셋집에서 쫓겨나 월세방을 전전했던 우리의 동지들을 생각하면 "위탁사업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을 시작한다"는 회사의 주장은 말 그대로 '양치기 소년'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회사가 진정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당장을 모면하려는 얕은 술책을 부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합의 시점부터 2년을 유효기간으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고소고발 취하는 생색내기, 본질을 흐리는 것"

지난 2010년 9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가 부당한 해고와 단체협약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0년 9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가 부당한 해고와 단체협약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사측은 그동안 조합원 개개인에게 수천만 원 가압류, 신용불량자명부 등재, 부동산 압류신청, 임금 100% 압류, 20억 원 손해배상 소송제기, 묻지마 고소고발을 자행했다. 대한민국 노사분규 사상 최초로 노동조합 물품과 살림살이, 개인차량 압류경매처분까지 해가며 해고자들과 조합 간부들의 목을 죄어왔다. 그런 재능교육이 노동조합을 믿지 못하겠다면서 회사 비방행위 등의 재발방지를 위해 가처분을 남겨두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꿔 "신뢰구축" 차원에서 가처분결정까지 취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순전히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합의서를 체결하면 굳이 회사가 가처분결정에 대하여 취하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노동조합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하며 가처분결정 취하신청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이른바 선제조치 운운하면서 온갖 생색을 내며 기만행위를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가처분결정을 둘러싼 회사의 입장 역시 "신뢰구축"은커녕 노동조합과 연대 단위 동지들을 우롱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더욱이 회사는 일부 언론은 물론 연대 단위에게 노동조합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형사처벌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마치 '범법자'들에게 "화해와 포용"을 베푸는 듯 하고 있다. 이러한 회사의 행위가 명예훼손 등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대상인 것은 제쳐두더라도, 노동조합 간부들과 조합원들에게 내려진 형사처벌은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자행된 심대한 인권탄압과 민주주의 말살, 노동자 탄압에 발맞춘 혜화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의 편파적인 법집행과 공권력 남용의 결과물인 것이다.

여성조합원 한 명에게 여러 명의 구사대와 용역깡패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사진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 재능교육 본사 건물에 17대의 CCTV를 설치했으면서도 동영상 한 번 제대로 제출하지 않은 채 재능교육이 조합원들을 고소한 사건은 사실관계와 증거여부를 떠나 무조건 기소가 됐다. 반면 노동조합이 고소하는 사건은 상해진단서를 첨부하고 재능교육 구사대에게 짓밟혀 있는 사진까지 제출을 해도 "혐의 없음(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사정이 이러하기에 재능교육이 고소하여 기소된 사건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일명 '재능교육 사건'이라 지칭되었고, 노동조합은 변호사 없이도 일반사건들의 무죄율 보다 십여 배 넘는 무죄판결을 받아 냈다. 판사들조차도 증인으로 나온 재능교육 직원들에게 "이러고도 회사가 운영이 되나요?", "나한테 아이가 있으면 재능교육은 절대로 시키지 않겠다"라는 말까지 스스럼없이 할 정도였다. 또한 경찰과 검찰조차도 도저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는 사건들로 인해 재능교육 임직원들 다수와 용역깡패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결국 회사는 돈과 권력으로 조합원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이고, 직원들마저 구사대로 내몰아 전과자를 만들어 놓고도 일말의 반성과 재발방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현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해고기간의 임금 지급은 당연한 것"

회사가 부당하게 해고한 해고자 모두에게 각각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또한 회사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는 전임자 2인에 대한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농성 첫날부터 반복하여 파손하고 강탈해 간 노동조합 물품 및 개인물품에 대하여 원상회복 조치하거나 혹은 배상해야 한다. 지난 1700여 일 동안 자행한 탄압으로 인하여 발생한 물적, 정신적 피해에 대하여도 배상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회사의 비인간적이고 악랄한 인간성 말살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이며 그나마 실효성이 있는 재발방지책이자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조합원 개개인들의 인간관계 파괴·정신적 피해에 따른 후유증․심각한 건강상태에 대한 정당한 배상요구이다. 따라서 회사가 '생활안정지원금과 노사협력기금' 운운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왜곡하는 것이고, 사정이 이러하기에 결코 생활이 안정되지도 않을뿐더러 노사협력은 더더욱 이루어질 수 없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싸워왔던 것처럼 학습지교사들이 부정영업에 고통 받다 부당하게 해고되고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조합원 동지들과 함께 목숨 바쳐 지켜온 단체협약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700여 일 동안 흘렸던 눈물과 땀과 피의 대가가, 지난 10여 년 동안 바친 동지들의 목숨 값이 고작 '최종안'만큼이라고 우리들 가운데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국합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지부장입니다.



태그:#재능교육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이 기자의 최신기사오케이 대통령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