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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어느 신문사나 마찬가지겠지만, 편집부의 아침은 바쁘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 잠시 휴식을 취하던 손가락 관절을 재가동해야 한다. 시민기자들이 밤새 쏘아 올린 기사들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기사는 급하게 시의성을 타는 기사들이다. 이 중에는 당연히 스포츠 기사들이 있다.

전날 벌어진 프로야구 경기서 어느 팀이 이겼는지, 누가 홈런을 때렸는지 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는 조금만 늦어도 기사 생명이 사라져 버리기 마련. 이렇게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스포츠 기사 중에는 '천천히 처리해도 되지만, 반드시 내보내야 하는' 기사들도 있다. 바로 주장이나 분석이 담겨 있는 스포츠 기사들이 그렇다.

<오마이뉴스>에는 스포츠계의 동향을 깔끔하게 분석하고, 중요한 지점들을 콕콕 짚어주는 시민기자가 있다. 9년 전부터 <오마이뉴스>와 인연을 맺은 이준목(seaoflee) 시민기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기사를 편집하다 보면 '단순히 너무 잘했다 혹은 너무 못했다로 귀결될 수 있는 기사 내용이 어떻게 이렇게 정리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응원하는 팀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극히 주관적으로 변질될 수 있는 스포츠 기사. 하지만 그의 기사에는 합리적인 비판이 담겨 있고, 냉철한 분석이 담겨 있다. 이런 스포츠 기사는 어떻게 쓸 수 있는 걸까.

"<오마이뉴스>에 기사 보내기? 어렵지 않아요"

이준목 시민기자는 "시민기자 활동의 시작 과정은 보통 누리꾼들이 댓글 놀이를 하며 온라인 세계에 처음 빠져드는 과정과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이준목 시민기자는 "시민기자 활동의 시작 과정은 보통 누리꾼들이 댓글 놀이를 하며 온라인 세계에 처음 빠져드는 과정과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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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습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오프라인 세계에서는 길을 가다가 언제 한번은 만나봤음 직한, '나 저 사람 어디서 봤어, 누구랑 닮았어' 같은 말을 태어나서 2158번쯤은 들어본 지극히 평범한 사회구성원이고요. 온라인 세계에서는, 문화 현상이 있는 곳을 찾아 옮겨 다니는 '문화 유목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즐기며 살고 있는 누리꾼입니다."

- <오마이뉴스>에 오래 전부터 기사를 송고하고 있는데요. <오마이뉴스>에는 어떤 계기로 기사를 송고하게 됐나요.
"제가 2030세대치고는 인터넷 세상에 굉장히 늦게 입문한 편입니다. 컴퓨터를 켜고 끄는 법도 잘 몰랐을 정도니까요. 우연히 웹서핑이라는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시기와 비슷하게 시민기자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런 것도 있네.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원래 글을 쓰는 걸 좋아했어요. 시민기자 활동 시작 과정은 보통 누리꾼들이 댓글 놀이를 하며 온라인 세계에 처음 빠져드는 과정과 비슷했지요."

- 스포츠 기사를 많이 쓰는데... 특별히 이 분야를 택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요?
"꼭 선택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네요. 스포츠가 가장 친숙하고 빈번하게 접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고, 언론 매체에 올릴 만한 기사로서의 형식이나 시의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가장 무난하니까요."

- 그동안 쓰셨던 기사를 한 번 살펴봤는데... 활동 초창기에는 영화·드라마 관련 기사도 작성하셨더군요. 현재 이 분야의 기사를 안 쓰는 이유가 있다면?
"그때야 시간이 많아서 그랬겠죠. 별로 바쁜 일이 없다 보니... 그때는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으면 영화평을 쓰고, 책을 읽으면 서평을 썼어요. 하루에 기사를 서너 개씩 올린 적도 있어요. 그 당시의 개인적 일상과 관심사가 오롯이 녹아있는 거죠. 요즘 대중들이 습관적으로 SNS에 글을 올리는 것과 비슷했어요. 의미 없이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나중에라도 뭔가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요.

지금은 그때처럼 여유롭진 않지만, 대중문화에 관련된 집필은 틈날 때마다 계속하고 있어요. 다만 기사 형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글이 많아서 오마이뉴스에는 따로 올리지 않을 뿐이죠."

스포츠의 매력은 '스토리 텔링', 기사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승부를 넘어선 '스토리 텔링'에 있다고 봅니다. 영혼이 없는 결과나 기록의 나열은 무의미하죠"라는 이준목 시민기자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승부를 넘어선 '스토리 텔링'에 있다고 봅니다. 영혼이 없는 결과나 기록의 나열은 무의미하죠"라는 이준목 시민기자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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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스포츠 기사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죠. 대개 경기 결과를 알려주는 기사보다는 분석이나 전망, 그리고 주장이 담긴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런 기사를 쓰게 된 배경이 있나요?
"경기 결과만 알려주는 기사는 재미가 없잖아요. 소위 스트레이트 기사 같은 건 예전에 타 매체에서 일할 때 많이 써봤어요. 전문 스포츠 기자가 목표인 사람이라면 거쳐야 할 기초 과정이겠지만, 제게는 지루했어요.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승부를 넘어선 '스토리 텔링'에 있다고 봅니다. 영혼이 없는 결과나 기록의 나열은 무의미하죠.

제가 쓰는 글은 정보 전달 목적의 뉴스(News)라기보다는, 오피니언(Opinion)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무슨 기자랍시고 굳이 대단한 기사를 쓴다는 의식도 없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독자 의견'에 좀 더 격식을 갖춘 것이라고나 할까. 그게 제가 생각하는 시민기자로서의 정체성입니다."

- 최근 스포츠계의 동향을 담은 기사가 많아요. 그만큼 '뉴스 감각'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뉴스 감각,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제가 묻고 싶네요. 그런 건 도대체 어디 가면 배울 수 있나요? 저는 글쓰기나 기사 작성, 취재 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 훈련된 사람들보다 오히려 감각적인 면은 떨어지겠죠.

다만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제 나름의 기준은, 언제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대중이 알고 싶어하는 뉴스'와 '대중이 알아야 할(것 같은) 뉴스'. 저는 기사형식을 빌릴 때 항상 그 두 가지에 부합하는지 고민해요. 그러다 보니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보다 좀 더 대중적인 소재에 가까워지지요."

- 스포츠 기사를 쓰시는 분들 중에는 자신이 자신 있어 하는 종목이 있곤 합니다. 근데 이준목 기자님은 축구·야구·농구 등 다방면으로 기사를 쓰시죠. 가장 애착을 두고 있는 스포츠 종목은 무엇인가요?
"'다방면'이라는 표현은 참 호불호가 갈려요. 독자 입장에서는 '이 인간은 대체 전문분야가 뭐야?' 이럴 수도 있는 반면, 글을 받는 매체 입장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활용할 수 있으니 좋다'고 볼 수 있죠. 근데 제 입장에서는 어차피 다 좋아하는 스포츠라서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우열을 가릴 수가 없네요. 그리고, 제가 스포츠 기사를 쓰는 것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기 때문에'가 아니라 '재미있고, 알고 싶은 분야기 때문'이죠."

- 그런데, 실제 운동하시는 것도 좋아하나요?
"구기종목은 다 좋아합니다. 잘하는 게 없어서 문제지... 이상하게 단체 종목을 뛰면 저는 괜찮은데 함께하는 사람들이 꼭 다치더라고요. 축구를 할 때, 공을 보고 찼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면 항상 사람이 저만치 누워 있죠. 그러다 보니 제가 더 두렵더라고요. 마라도나에게 '태권 축구'를 한 허정무 감독의 마음을 이해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요즘은 직접 하기보다는 즐겨보는 걸로 대리만족을 하고 있죠."

"골수팬·현역 스포츠 기자, 이런 사람들이 위험할 때도 있죠"

- <오마이뉴스>에는 이준목 기자님을 비롯해 수많은 스포츠 시민기자가 있습니다. 이분들께 기사 작성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기술적인 조언은 제가 할 몫이 아니고요. 다만 스포츠를 정말 사랑한다면, 먼저 스포츠 자체에 대한 경외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국민 모두가 스포츠 전문가를 자처하는 시대고,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비판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사실 때로는 지나치게 편협하고 일방적인 비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는 기준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때론 스포츠 골수팬을 자처하거나, 현역 기자라는 사람들이 되레 자신의 애정이나 지식을 무기 삼아 스포츠의 순수한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망스러운 일이죠. '전술이 어쩌니저쩌니' '내가 해도 그보단 잘하겠다' 등의 발상은 사실 굉장히 무모한 겁니다. 구단주가 구단의 주인이라고 감독이나 선수의 고유 영역을 침범할 수 없듯, 팬이나 언론이 스포츠의 주체라고 할지라도 그 주인의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스포츠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손쉽게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선수나 감독도 20~3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서 그 경지에 오른 '프로페셔널'이라는 사실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 그리고 편집부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없어요. 각자의 삶 속에서 다들 '오래 살아남으시기'를 바라요. 꼭 목숨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편집부나 시민기자냐를 떠나 생활인으로서는 또 각자의 영역이 있을 텐데, 비록 일면식이 없더라도 동시대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다는 건 인연이겠죠. 70년쯤 지나서 우연히 경로당에서 마주쳤을 때 '저 영감, 인터넷 초창기에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활동도 했었다며?''할멈은 <오마이뉴스>에서 일했었다며?"라고 역사를 공유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만들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지 않겠어요?"

☞ 이준목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 가기


태그:#찜E시민기자, #이준목,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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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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