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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사진 아래) 애플의 '아이폰4S'.
 (사진 위) 삼성전자의 '갤럭시S3. (사진 아래) 애플의 '아이폰4S'.
ⓒ 권우성/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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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대신 '특허'로 경쟁사를 누르려는 회사가 성장을 지속한 사례는 없다."

'애플 완승'으로 끝난 미국 법원 배심원단 평결 이후인 지난달 27일 삼성전자가 작심한 듯 내뱉은 말이다. 애플을 특허를 앞세워 경쟁사를 괴롭히는 '특허 괴물'에 비유한 것이다.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 보상은 물론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된 삼성으로선 애플이 그만큼 야속할 수밖에 없다.

삼성-애플 소송, 폴라로이드-코닥 꼴 난다? 

이를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애드리브(즉흥 발언)'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특허 전쟁이 기업의 흥망으로 이어진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실제 즉석카메라 시대를 연 폴라로이드와 코닥은 10년 넘게 이어진 특허 분쟁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도 했다.

500여 개 특허를 보유한 폴라로이드는 지난 1976년 4월 코닥이 즉석카메라 시장에 뛰어들자마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10여 년에 걸친 지리한 소송 끝에 승리한 폴라로이드는 8억 7300만 달러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받고 경쟁자도 물리칠 수 있었지만, 기쁨이 오래가진 않았다. 이후 디지털 카메라에 밀려 고전하다 지난 2001년 10월 파산 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공교롭게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든 코닥 역시 1100개에 이르는 특허를 앞세워 삼성, LG, 애플, RIM 등 휴대폰 제조사를 괴롭혔지만 2012년 1월 파산 신청을 피할 순 없었다.

폴라로이드와 코닥 모두 오랜 기술적 혁신을 통해 많은 특허를 보유했지만, 급변하는 IT(정보기술)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도태하고 말았다. 다만 두 기업 사례를 이번 삼성-애플 소송을 비롯한 최근 IT 공룡간 특허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국제특허법률 전문가인 정우성 변리사는 "삼성전자 주장은 주술 관계가 뒤바뀌었다"면서 "특허 소송을 했기 때문에 기업이 망하는 게 아니라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리사는 "코닥의 경우 기업이 어려워지니까 특허 같은 보유 자산을 정리해 자산 불리기에 나선 것"이라면서 "애플 제품이 시장에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도 아니고 오히려 삼성이 보유한 특허가 애플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IT 기업간 주요 특허 분쟁 사례
 IT 기업간 주요 특허 분쟁 사례
ⓒ 오마이뉴스 신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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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특허 분쟁, 로열티 협상보다 경쟁사 견제 목적 강해"

최근 소송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빅3' 대리전 양상을 보이는 것도 과거와 같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구글을 직접 공격하기보다 HTC,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략하고 있다. 구글 역시 지난해 인수한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통해 MS와 애플을 견제하고 나선 상황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1월 "IT 특허 분쟁을 시장독점권 유지와 경쟁 기업 견제를 위한 특허 분쟁과 로열티 수입을 목적으로 한 특허 분쟁으로 구분"하고, "최근 IT 특허 분쟁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분야를 둘러싼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결 구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열티 확보 목적으로 기업 M&A(인수 합병) 등을 통해 특허를 사들이는 이른바 '특허 괴물'(특허전문관리기업)도 느는 추세지만,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다. 

한 대기업 싱크탱크 연구원 역시 4일 전화 통화에서 "지금까지 특허 전쟁은 크로스 라이선싱 합의로 끝나는 게 보통이었는데, 애플의 경우 협상 여지 없이 끝까지 가보자는 입장"이라면서 "코닥이나 폴라로이드는 원천기술 특허를 일종의 자산으로 활용한 반면 애플은 시장에서 후발주자를 견제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애플 입장에서 봤을 때, HTC 제소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한 공격이었다면 삼성전자 제소는 하드웨어 제조사 간에 독창성 싸움으로 봐야 한다"면서 "소비자들의 정서에 호소해 경쟁사 이미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우성 변리사는 "최근 애플이 독일 만하임 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모토로라와 로열티 지급에 합의한 것만 봐도 무조건 비타협적인 건 아니다"면서 "나름 합리적인 계산을 하고 있는데 삼성 쪽에서 성과가 없으니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특허전쟁,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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