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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초등학교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 고모(23)씨가 31일 경찰에 붙잡혀 수사본부가 꾸려진 나주경찰서로 압송되면서 한 시민의 공격을 받은 뒤 고개를 숙인채 이동하고 있다.
 전남 나주 초등학교 어린이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 고모(23)씨가 31일 경찰에 붙잡혀 수사본부가 꾸려진 나주경찰서로 압송되면서 한 시민의 공격을 받은 뒤 고개를 숙인채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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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아동음란물은 그 자체가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이면서 동시에 잠재적인 아동 성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제2의 조두순 사건'으로 불리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 온라인 아동음란물 확산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성폭력 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제도의 한계와 문제점도 대두됐다.

세대를 초월한 각종 성범죄와 '묻지마 폭력'을 막기 위해 경찰 인력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모두 탁상공론식 접근에 그칠 뿐,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으로 아동음란물 유통 속도·규모·범위 확장

2006년 김본좌, 2009년 정본좌, 2011년 서본좌.

수만 건의 음란 동영상을 온라인에 유포시킨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 이른바 '야동 종결자'들이다. 특히 이들이 유통한 음란물에는 수천 편의 아동음란물이 포함돼 있어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의 만화코너에는 초등학생 성폭행 만화가 게재되었다가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1일 발행한 정보소식지 <이슈와 논점>에서 "온라인 아동음란물은 P2P 등을 통해 유포와 동시에 반복 유통됨으로써 비약적으로 확대재생산 될 수 있다"며 "더구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 확산에 기반해 온라인 아동음란물 유통의 속도·규모·범위가 크게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음란물은 아동을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아동 성범죄와도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여 왔다.  

이 소식지에 따르면, 아동음란물은 50%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되며, 러시아(14.9%), 일본(11.7%), 스페인(8.8%), 태국(3.6%)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한국도 전 세계 아동음란물 생산의 2.16%를 차지하는 주요 제작국가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 유통보다는 해외 사이트에 아동음란물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주된 형태이지만, 국내 유통 확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인터넷에는 1초에 260개씩 새로운 음란사이트가 등장하고 있고, 인터넷 다운로드의 35%가 음란물이다. 국내의 경우 P2P사이트에 음란물이 2분에 1개씩 업로드 되며, 이 사운데 최소 10% 이상이 아동음란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 심의에서 아동음란물 관련 시정 요구를 내린 사례는 2009년 52건, 2010년 93건, 2012년 상반기 31건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아동보호국제기구인 국제미아착취아동보호센터의 2010년 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온라인 아동음란물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국가로 분류돼 있다.

또한 현행법상 한국에서는 일반 음란물 유포자의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 아동음란물 유포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아동음란물을 다운만 받아도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 미국 등에 비하면 경미한 처벌에 그친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슈와 논점>에 따르면, 온라인 아동음란물과 관련 '아동'에 대한 국가마다 상이한 기준, 범죄와의 연결성,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실시간 단속이 어려운 기술적 한계 등이 주요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 소식지는 "지금까지 아동음란물이 큰 사회적·정치적 관심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유통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온라인 아동음란물의 제작과 유통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뿐만 아니라, 처벌의 가중화 등 법·제도적 대처방안의 마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자발찌 피부착자 범행 사실 알아도 초동 수사 지연 불가피

사진은 지난 2011년에 제작된 4세대 전자발찌를 착용해보는 모습.
▲ 관심 커진 '전자발찌' 사진은 지난 2011년에 제작된 4세대 전자발찌를 착용해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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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서울 광진구에서 발생한 가정주부 성폭행 살해 사건의 경우, 성폭행 전과가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 저지른 범죄라는 점에서 국민의 충격이 더욱 컸다.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범죄를 저지르려는 상황에서라도 피해 발생 전 검거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슈와 논점>은 "최근 발생하는 범죄는 범행 방법이 잔혹하고, 범행 목적이 제한되지 않으며, 범행의 대상이 아동,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이거나, 안면이 전혀 없는 일반 시민을 무차별적인 공격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안이 커가고 있다"며 전자발찌 제도의 법·제도적 개선을 주문했다.

전자감시제도(electronic monitoring system)는 법에 정한 감시대상 범죄자의 손목 또는 발목 등에 전자감응장치(전자팔찌 또는 전자발찌)를 부착시켜 착용자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이동 경로를 탐지함으로써, 범죄자를 원격 감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보안처분을 의미한다.

한국은 2008년 9월 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8월 23일 현재 전자발찌 피부착자 누적인원은 총 2108명, 현재 인원은 1025명이다. 문제는 전자발찌 착용 후 재범 건수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이다.

23일 현재 동종재범 건수 30건 중 1건을 제외한 29건이 성폭력 전과자의 동종재범으로 나타나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발찌 부착제도가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효과적인 제도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태생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발찌 부착 법안)에 따르면, 전자발찌 피부착자의 판결문, 전자발찌로부터 발신되는 전자파 수신자료 등은 피부착자 주거지 관할 보호관찰소장이 관리하게 되고, 특정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관할 검찰청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관찰관이 전자발찌 피부착자의 범행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경찰 출동 등 초동 수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범행을 저지르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상황을 통제할 수 없고, 경찰 등 수사기관과의 연계 체계도 긴밀하지 않아 관할 경찰서 등은 전자발찌 피부착자의 관련 정보를 전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슈와 논점>은 "'전자발찌 부착 법안'은 특정범죄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심리적 압박을 통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부착자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까지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실제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자를 검거하기는 어려운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발찌 부착 후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호관찰이 더욱 내실화될 수 있도록 전자발찌 피부착자를 관할하는 경찰서에 신원정보를 알려 평상시에도 우범자가 관리될 수 있도록 하고, 실제 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황이 있는 경우 관할 경찰서에서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간의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1월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대상범죄 확대, 피부착자 재범 장지를 위한 수사기관과의 협조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발찌 부착 법안'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지난 18대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슈와 논점>은 "범죄 발생 방지를 위한 감시 이외에도 성범죄와 같이 정신적 질환요소가 가미된 범죄로 분류할 수 있는 유형에 대해서는 범죄자에게 내제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 등을 통한 전문적 치료, 재범방지 프로그램 개선, 필요시 약물치료 등 의학적 치료와의 연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소식지는 또 "지난 27일 정부는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통해 사회안전저해 범죄 관련 대책을 발표하였으며, 각 정당에서도 성범죄 방지 등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현실적 한계에 의해 곳곳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지만, 제도적, 입법적 보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 <이슈와 논점>은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발간되는 최신 국내외 동향 및 현안에 대한 정보 소식지이다.



태그:#나주 성폭행, #초등학생 성폭행, #전자발찌, #아동음란물, #묻지마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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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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