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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린에서의 여유 덕분에...

노르 피오르의 도시 스트린
 노르 피오르의 도시 스트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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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른인달에서 스트린까지는 길이 비교적 좋아 20분 정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음식이 다 차려져 있다. 우리는 너무나 빨리 음식이 나온 것에 대해 의아해 하면서도 시간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 게 고마워 바로 식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 오 분쯤 지나 매니저가 와서는 다른 팀의 것을 우리가 먹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보다 먼저 예약한 손님들이 아직 도착을 안 한 상태에서 우리가 도착하자 매니저가 착각을 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벌써 음식을 상당 부분 먹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도 없다. 결국 우리는 식사를 빨리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시간적인 여유까지 얻게 되었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30분 정도 스트린 마을을 돌아보며 오래간만의 망중한을 즐길 수 있었다.

손으로 짠 모자들
 손으로 짠 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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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 관광안내소를 찾아 노르웨이와 피오르 관련 책자와 자료들을 입수한다. 대표적인 책이 <노르웨이의 피오르. 여행가이드 2012> <노르 피오르. 여행가이드 2012> <송네 피오르>이다. 이들 책에는 지도와 사진, 관광지 정보가 정말 잘 정리되어 있다. 이 자료들이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동안 정보가 되고 지침이 되었다. 나는 자료를 보면서 스트린을 한 바퀴 돈다.

스트린은 노르 피오르의 가장 내륙에 위치한 도시다. 인구가 2200명 정도이며, 농업, 목축업, 과수재배, 모피업, 가내수공업, 관광업 등을 통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선지 시장에서 치즈와 꿀, 모피 등을 파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치즈와 꿀을 파는 노점상을 만나 흥정을 한다. 마침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가 있고, 사과 배 등 과수의 꽃에서 채취한 꿀이 있다.

스트린산 꿀
 스트린산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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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젖으로 만든 치즈가 양젖으로 만든 치즈보다 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염소젖에 관심을 보인다. 한통에 10€라고 한다. 그리고 꿀은 7€라고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크로네가 사용되는데, 이곳에서는 다행히 유로를 받는다. 그런데 유로를 내도 거스름돈은 반드시 크로네로 준다. 나는 지폐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저액면가가 5€다. 그래서 15€에 치즈와 꿀 두 개를 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그 주인장, 흔쾌하게 주겠단다.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꿀과 치즈를 구입한다.

치즈에는 '진짜 염소 치즈(Ekte Geitost)'로, 진하고 강렬하다고 쓰여 있다. 과거 네덜란드에서 염소 치즈를 구입한 적이 있는데 정말 진하고 맛이 강렬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꿀에는 여름 꿀(Sommarhonning), 유실수 꽃에서 딴 진짜 노르웨이산이라고 쓰여 있다. 꿀은 바로 이곳 스트린에서 생산된 것이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맛을 보니 치즈고 꿀이고 정말 맛이 있다. 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현지 특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스트린은 노르 피오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스트린에서 요스테달에 이르는 길을 표시한 지도
 스트린에서 요스테달에 이르는 길을 표시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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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린은 노르 피오르의 가장 깊은 곳에 있지만 정기 페리가 운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주변 산으로의 하이킹과 트레킹 코스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 코스가 무려 16가지나 된다. 그 길은 숲과 산 그리고 호수를 따라 이어진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코스가 15번 코스로 스트린의 도심인 토닝에서 토닝스새트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여름 스키센터가 있어 여름에도 크로스 컨트리, 알파인, 텔레마크 스키,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다.

1번 코스는 낮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적당하고, 4번 코스는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적당하다. 1번 코스는 해발 434m의 룬데스새트라 주차장에서 시작 601m의 호그덴산, 591m의 스바르스타드베텐산을 오르도록 되어 있다. 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4번 코스는 해발 595m의 뵈아새트라산에서 시작, 1032m의 그뤼타산까지 오르는 것이다.

작곡가 페르 볼스타드 기념비
 작곡가 페르 볼스타드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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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으면 이런 곳을 한번 하이킹해봐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나는 아내와 스트린 도심에 있는 공원으로 간다. 그곳에는 돌과 동판으로 만들어진 두 가지 눈에 띄는 구조물이 있다. 하나는 청동기 시대 돌에 그려진 그림을 갈색의 대리석에 복제해 놓은 것이다. 그림에 표현된 것이 태양과 대지, 태양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표지 등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페르 볼스타드(Per Bolstad, 1875-1967) 기념비다. 볼스타드는 오슬로와 스톡홀름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올레순(Ålesund)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작곡을 하면서 살았다. 그는 수백 곡의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작품들에서 아버지의 고향인 스트린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래서 볼스타드의 동상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쉽지만 스트린과 작별을 한다. 다음 행선지는 퓌앨란(Fjærland)에 있는 빙하박물관이다.   

노르 피오르를 버스로

노르 피오르 지역을 넘어 요스테달 빙원으로
 노르 피오르 지역을 넘어 요스테달 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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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앨란으로 가려면 중간에 E39번 도로상에 있는 스케이(Skei)를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스케이까지 가려면 스트린을 감싸고 있는 호수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 우트빅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을 따라 가면 버스로 노르 피오르를 감상하는 셈이 된다. 맑디 맑은 호수에 비친 마을과 자연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여름 휴양지로는 이만한 곳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로엔(Loen)에서 올덴(Olden)을 거쳐 우트빅(Utvik)에 이르는 호반도로는 지루할 틈이 없다. 나무도 좋고 산도 좋고 물도 좋다. 로엔에는 대형호텔인 알렉산드라가 유명하다. 올덴은 주민이 5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의류산업이 발달해 있고 광천수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우트빅에서 피오르는 끝나고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뵈야 빙하 가는 길

현무암 지대
 현무암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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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트빅에서 빙하박물관이 있는 퓌앨란까지 길은 계속 남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산길에서 만난 웅장한 바위산과 만년설, 그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가 너무나 아름답다. 또 들판과 물가의 초지에는 젖소와 양, 염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가끔 길로 나와 교통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운전사들이 양보하고 조심을 해서 잠시 후 다시 초지로 돌아간다.

스케이에서 길은 다시 호수와 만나고 얼마 후 호수를 떠나면서 현무암이 나타난다. 현무암은 풀 한 포기 없어 황량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바위 사이로는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드문드문 보인다. 드디어 빙하지대가 나타난 것이다. 이곳에 빙하가 형성된 것은 1700~1800m에 이르는 높은 산이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바라 본 뵈야 빙하
 멀리서 바라 본 뵈야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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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얼어붙은 눈이 쌓이고 다져져 빙하가 되고, 그것이 녹아내리면서 곳곳에 크고 작은 호수를 만들어 놓았다. 스트린에서 퓌엘란까지 이르는 지역에는 빙하가 많아 요스테달(Jostedal) 빙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베달 빙하, 브렌달 빙하, 하우가 빙하, 뵈야 빙하, 플랏 빙하다. 이들 빙하 중 우리는 도로에서 가까운 뵈야 빙하를 찾아간다.


태그:#노르 피오르, #스트린, #치즈와 꿀, #여름 스키센터, #요스테달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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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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