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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정부는 반값등록금 요구를 거부한 채 지난해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장학금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가장학금제도에 대해 대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를 통해 들어온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래 글은 무기명으로 보내온 기사입니다. [편집자말]
저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국가장학금과 등록금으로 인한 저의 분투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다시 제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1900만원의 등록금 빚을 지고 있는 22살 청년입니다.

대학에 처음 입학한 게 2년 전이었습니다. 저는 당시 합격통지서를 두 군데에서 받았습니다. 어디가 등록금이 몇 만원 더 비싼가, 그 한두푼에 전전긍긍하면서 비교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다른 단대보다 등록금이 싸서 나머지 학교보다 등록금이 약 2만원 정도 적었던 한양대 인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절, 제가 SNS에 남겼던 문장이 있습니다.

'대학에 가면 빛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나를 맞이한 건 빚이었다.'

처음 맞이한 학기는 어른들이 대학 간다고 주신 용돈과 생활비 대출로 버텼습니다. 한국장학재단에서는 등록금을 대출해주면서 그 중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집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대출해줍니다. 저는 매학기 100만원씩을 대출받았습니다.

1학기가 끝나자 당장 저에게는 돈이 한 푼도 없었습니다. 꼭 가고 싶었고, 당시 과 회장이던 선배가 꼭 가자고 했던 여름 농활도 돈이 없어서 못 간 채,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냉면집이었습니다. 한 여름, 사람 많기로 유명한 홍대 앞 냉면집이었습니다. 그 곳은 한 그릇에 5000원도 안 되는 냉면으로 하루 매출이 300만원이 넘었습니다. 저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그런 곳에서 하루 최소 8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주 1회 과외까지 병행했습니다.

저의 하루는, 일어나서 알바하다가 학교가서 공부하거나, 일어나서 알바하다가 과외갔다가 알바하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보냈지만, 제가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등록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알바로 번 돈은 일단 저축해두고 생활비를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학기 중에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려면 주말 알바밖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돈으로는 등록금을 위해 저축해둔 돈에 추가를 하면서 생활비를 대기에는 턱없었습니다.

그래서 주 4회인 야간자율학습 감독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오후5시까지는 가야하는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저는 수업이 오후3시- 4시에 끝나면 바로 집에 가방만 던져두고 아르바이트를 가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과 동기들은 제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1학년 2학기를 보냈습니다.

2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저는 학생회 활동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학생회 활동도 하고, 후배들 밥도 사주고 하다 보니 돈 씀씀이가 더 많아졌습니다. 한학기 생활비 대출금 100만원였기 때문에 한달에 25만원만을 써야 했지만, 이 돈으로는 턱 없이 부족했습니다.

대학에 대해 가졌던 환상, 낭만, 기대는 다 없었습니다.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배우고 싶은 것 마음껏 배울 수 있다고 들었지만, 제가 대학 와서 배운 건 '돈 때문에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질 수 있는가' 였습니다.

그래도 집안 사정이 어려운 것이 마냥 독만 되는 건 아니었는지(?) 저는 학교에서 가계곤란 장학금으로 100만원을 받았습니다. 올해부터 국가장학금이 지급된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진짜 이제는 내가 돈 벌어서 등록금 낼 수 있겠구나, 더 이상 빚이 안 생겨도 되겠구나 좋아했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신청하고, 등록금 고지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국가장학금이 생기면서 학교 장학금 변동이 생겼고, 확인결과 기존에 100만원 받던 가계곤란 장학금이 40만원으로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이해가 안 가서 과 사무실에 문의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국가장학금이 들어오면서 학교가 장학금 예산을 대폭 감소시켰고, 그 감소된 예산으로 각 단대에게 알아서 해결하라고 책임을 떠넘겨버려서 너의 장학금이 줄어든거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실, 요즘은 너무 지칩니다. 대학에 오면서 가장 먼저 하게 된 고민인 돈, 등록금. 그래도 대학 다니면서, 살면서 돈을 외면할 순 없을지라도, 돈에 얽매이진 말자고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3년을 다니고 있었는데, 제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국 발버둥 쳐도 돈이라는 것이 이렇게 우리를 옭아맨다는 사실에 너무 지칩니다.

무슨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었는데. 단지 대학이라는 공간이 주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금 느껴보고 싶었을 뿐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 거리면서 돈 없다고 하는 게 아닌데. 냉면 아르바이트, 국수집 아르바이트, 야간 자율학습 감독 아르바이트, 과외 등등 왠만한 일은 서슴지 않고 했는데.

왜 '학문'을 배우는 대학에서 '학문'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공부가 아닌, 자본의 논리를 배워야하는지. 왜 '자유'의 상징인 대학에서 '돈'이라는 것에 굴복하는 복종의 자세를 배워야하는지. 등록금이 뭐기에. 그리고 왜,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만든 국가장학금으로 인해 오히려 제 어깨의 빚이 한층 더 무거워져야하는지.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하면서 오늘도 이렇게 분투를 벌여 나갑니다.


태그:#국가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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