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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요새 올림픽이 한창이다. 런던올림픽 덕분에 가려지고 주목받지 못하는 이슈들이 산적하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1초 오심'에 격분했고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에 환호성을 질렀다.

덕분에 편집국의 아침은 매우 분주하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런던올림픽 기사를 쏘아 올릴 수밖에 없는 시민기자의 정성 어린 기사를 아침부터 신나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8월 1일, 한 기사가 송고됐다. '박주영에게 런던 올림픽이 중요한 이유.' 그래, 병역 논란부터 시작해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와일드카드로 기대를 잔뜩 사던 그였기에 이런 기사는 당연히 나올 법했다. 하지만 기사를 편집하다 '와오, 이거 보통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현황에 런던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박주영의 상황을 한 데 엮어 쓴 기사였다. 냄새가 났다. 보통이 아닌 냄새가 말이다. 그리고 기억했다. 이 기사를 쓴 시민기자의 이름 석 자를. 그는 이상규였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거듭된 선전으로 한국을 '잠 못 드는 새벽'으로 만들어버렸다. 이와 함께 이상규 시민기자의 기사도 유효슈팅처럼 <오마이뉴스> 메인면을 공략했다. 한국이 축구 종가 영국에 굴욕을 선사한 일, 홍명보호의 4강 진출의 의미, 준결승서 브라질에 패한 일들은 그의 기사를 통해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보도됐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었다. 보통 아닌 냄새가 나는 그, 이상규 시민기자를 말이다(오해하지 마시라. 냄새가 보통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고수의 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 이상규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돌아온 <오마이뉴스>... 이럴 줄은 몰랐어요"

축구를 꿰뚫는 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상규 시민기자의 모습
 축구를 꿰뚫는 눈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상규 시민기자의 모습
ⓒ 이상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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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이상규라고 합니다. 저는 주로 축구 기사를 쓰고 있으며 <오마이뉴스>에는 2004년 여름부터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당시 제가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지금까지 활동하게 됐네요. 중간에 공백기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지금까지 <오마이뉴스>와 연을 맺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가 처음으로 기사를 작성했던 언론사이자 20대 초반에 '나름' 열정을 바쳤던 곳이라... 고향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반가워요!"

- 기자 활동 이력을 보니까 지금까지 750여 개의 기사를 썼더라. 스포츠 기사만 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스포츠, 그중에서 축구 말고는 딱히 쓸만한 분야가 없었어요. 그저 축구 기사를 쓰는 게 좋아서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게 됐습니다.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활동했는데, 기간 편집국에서 꽤 많은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되레 그게 힘이 되더군요. 스포츠 분야를 담당하는 편집기자가 제게 때로는 칭찬을, 때로는 질책을 하면서 아껴주시더군요. 그게 되레 힘이 됐어요. 그 기자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 지금쯤 축구에 관련된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편집부 이준호 기자님!"

- 왕성하게 시민기자 활동을 하다가 2009년 7월 이후 돌연 잠적했다. 무슨 일 있었나?
"파워블로거로 성공하고 싶었어요. 그때는 파워블로거가 각광받던 시절이라 '머지않아 블로거가 기자보다 인정을 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지요. 미국에서는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블로거도 있었죠. 평소 대안언론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미디어몽구처럼 1인 미디어로 성공하기를 원했습니다. 블로그는 언론에 비해 자유롭게 글 쓰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2000년대 후반에 잠깐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내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을 <오마이뉴스>에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20대 초반에는 글을 잘 못 썼으니까요. 그럼에도 <오마이뉴스>로부터 별다른 말을 듣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 그럼, 블로그 운영하면서 <오마이뉴스>에 중복송고 하면 되지 않았나. 중복송고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나.
"2009년 7월 이후부터는 제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될 수 있으면 언론사에 보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3년 전에는 지금과 달리 블로거로 성공하고 싶은 꿈이 강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블로그를 통해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죠. 취업을 포기할 정도로 제20대 인생을 블로그에 걸었어요. 그래서 중복송고를 하지 않은 겁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블로그에 많이 미쳤던 것 같아요. 내 생각 그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블로그 스피어가 침체된 게 안타깝습니다.

질문을 받아보니 <오마이뉴스>가 중복 송고에 관대하다는 게 느껴지네요. <오마이뉴스>가 제 글을 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니 계속 여기서 활동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관점에서든 그 시절에는 제가 참 철이 없었던 같기도 해요."

- 어찌 됐든 약 3년의 공백을 뚫고 런던올림픽으로 <오마이뉴스>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보낸 기사가 메인면에 배치됐을 때 특별한 감회가 있었나.
"며칠 전, 제가 2004년부터 <오마이뉴스>서 활동한 이래 처음으로 으뜸에 기사가 배치됐어요. 2000년대에는 버금, 잉걸, 생나무 기사로 처리됐죠. 오름이나 으뜸에 기사가 걸리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복귀 첫 글은 버금, 두 번째 글은 으뜸, 세 번째 글은 잉걸,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글은 오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런던올림픽 경기 관람 노하우, 이렇게 간단할 줄이야

지난 7월 피스컵 개최 당시 피스컵 공식 파워블로거로 활약한 이상규 시민기자
 지난 7월 피스컵 개최 당시 피스컵 공식 파워블로거로 활약한 이상규 시민기자
ⓒ 이상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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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 블로그 이야기를 좀 하자. 다음 뷰(view) 해외축구 부문에서 랭킹 2위를 차지하고 있더라. 잘 나가는 블로거라는 이야기인데... 특별히 관리하는 방법이 있나. 또, <오마이뉴스> 블로그도 있는데 여기에 지점을 낼 생각은 없나?
"'해외축구 랭킹 2위'라는 순위요? 어떻게 보면 참 창피한 겁니다. 지난 2010년 다음 뷰 블로거 대상에서 대상을 받았고, 한때 다음 뷰 축구-해외축구 랭킹 1위를 했던 기간이 제법 길었는데 지금은 영향력이 약해졌어요. 예전과 달리 블로그에 올인할 수 없는 환경이라 어쩔 수 없었죠. 지금은 축구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커졌어요. 축구가 블로그 스피어에서는 인기 분야가 아닌 특징도 있고요. 이제는 파워블로거 보다 더 큰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블로거에게는 랭킹이 중요하지 않아요. 롱런할 수 있는 힘이 중요하죠. 예를 들어 1년 동안 랭킹 상위권을 차지했던 블로거가 있다고 치자고요. 그런데 그 블로거가 몇 개월 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았어요. 그럼 그게 과연 파워블로거일까요? 대다수 사람들은 그를 잊게될 지 몰라요. 오랫동안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장기간 휴식을 취하는 파워블로거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랭킹에 집착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 한때는 블로그와 관련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건강이 좀 안 좋아졌어요. 상위권 랭킹에는 이름이 없지만, 꾸준히 좋은 글을 발행하는 블로거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아, 그리고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는 지점을 낼 생각이 없어요. 두 개 이상 블로그를 운영하면 힘들어요."

- 그나저나 블로그 필명이 '효리사랑'이다. 효리 누나를 정말 사랑하는가.
"옛날부터 좋아했던 연예인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어요."

- 지금까지의 기사를 살펴봤을 때 축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듯하다. 한국 vs. 브라질 관전 포인트 기사를 편집하다가 놀랐다. 그런 분석력은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오래전부터 축구를 계속 보면서 그런 힘이 생긴 것 같아요. 계속 축구에 관련된 글을 썼던 노하우도 쌓였을 것이고요."

- 런던올림픽 경기 시간이 우리 시각으로는 새벽이다. 경기 관람이 매우 힘들 것 같은데... 이상규 시민기자만의 체력관리 비법이 있다면?
"새벽 시간이라 일찍 일어나는 방법밖에 없어요. 주말에는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봐야 하는 부담감이 있죠. 축구 블로거로서 건강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건강이 좋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내가 축구계에 종사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이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비해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있고요, 과식은 피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걷는 운동을 많이 하죠."

- 앞으로 어떤 기사를 쓰고 싶은지 궁금하다.
"런던올림픽 때만 반짝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활동할 거예요. 되도록이면 화려하게(?) 복귀하고 싶어서 일부러 8월 1일에 돌아왔어요. 이제는 여행이나 시사 기사를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또, 앞으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축구 경기를 계속 시청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 있는 날이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축구 관련 글을 계속 쓰겠지만..."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픈 말이 있다면?
"앞으로도 유익한 기사 계속 쓰도록 하겠습니다."


태그:#찜E시민기자,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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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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