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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만 시행되던 차없는 거리가 확대돼 일부 구간은 평일에도 차량이 통제된다.
 주말에만 시행되던 차없는 거리가 확대돼 일부 구간은 평일에도 차량이 통제된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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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누구 하나 죽어야 그때서야 들어주겠죠.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상인도 죽고 보행자도 죽어나가야 바뀌려나 봅니다."

서울 인사동에서 필방을 운영하는 김성훈(가명)씨는 유턴을 하기 위해 방향을 트는 차량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혀를 찼다. '차 없는 인사동 거리' 군데군데 택배 트럭, 봉고차 등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씨는 "차 없는 거리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다"면서 "안 그래도 경기가 어려운데 정부는 왜 장사하기 힘든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 없는 거리 정책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인사동길 일부 구간은 평일에도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연결되는 북인사 마당 초입에서 수도약국까지 약 230m 구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부 조업차량을 제외한 일반차량의 출입이 통제된다.

한결 깨끗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거리, 그러나... 

지난 1일 수요일 오후 12시, 북인사 마당 초입에서 수도약국까지 230m 구간은 제법 한산한 풍경이었다. 인사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확대 시행하고 작년 9월 노점상 16개를 인사동 네거리 남측으로 이전시킨 결과였다. 1년 전과 비교한다면 해당 구간은 확실히 깨끗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보행 공간이 넓어져 거리를 오가느라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친다거나 하는 일은 찾기 어려웠다. 북인사 마당에 북적이던 관광버스나 관광객들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30m 구간에는 고미술품점, 화랑, 표구사, 필방, 기념품 가게 등 총 98개의 업소가 분포돼 있다. 김씨를 비롯해 해당 구간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평일에도 차를 못 들어오게 하니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상인들과 함께 구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내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더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해당 구간에서 공예품점을 운영하는 최승주(가명)씨는 "예전에는 해외관광객들이 주고객이었는데 요즘엔 너무 뜸하다"며 "차 없는 거리가 확대 실시되면서 매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관광 차량이 인사동 북쪽 입구에 들어올 수 없으니 아래쪽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며 "아래서 구경하던 손님들이 위까지 올라와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무거운 물건을 사는 손님의 경우 차가 필요한데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단골 손님도 끊긴 상태"라고 덧붙였다.  

북인사 마당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일방통행인 인사동 거리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
 북인사 마당 진입로를 차단하면서 일방통행인 인사동 거리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늘고 있다.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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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급감"... 상인들 부글부글

차 없는 거리의 운영방침에 따르면 소방차량, 경찰순찰차량, 병원응급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은 모두 통행 금지된다. 그러나 표구사, 화랑, 공예품점, 고미술품점 등이 밀집한 인사동의 문화지구 특성상 자재운반 차량, 물품배송 차량, 택배 차량 등 일부 조업차량은 일정시간동안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까지 문화업종 조업차량, 오후 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물품배송 및 택배 차량이 출입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은 일주일 단위로 전시관을 철시하고 개관하는 화랑(갤러리)의 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24시간 개관차량 통행을 허용한다.

통행이 허용되는 조업차량은 인사동 홍보관에 차량출입 허가신청서를 접수하고 발급증을 받아야 한다. 또 조업완료 뒤에는 허가증을 반납해야 한다. 시행 초기에는 통행허가증 교부시 신분증을 보관하고 출입허가증을 홍보관에 직접 반납해야 했다. 복잡한 절차에 대한 민원이 거세지자 종로구청은 작년 12월 10일부터 빈번 출입차량의 경우 허가신청서를 최초 1회만 작성하도록 하고 신분증 보관 절차를 폐지했다. 반납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출입허가증은 차 없는 거리 230m구간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수도약국앞 근무자에게 반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종로구청의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60∼100대 정도의 조업차량이 인사동 거리를 드나든다. 차 없는 거리 시행의 일환으로 인사동 거리 곳곳에 수동형 차단기가 설치되면서 인사동 9길, 10길, 11길(청석길)을 통해서만 차량 출입이 가능해졌다. 특히 인사동 북인사 마당 진입로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북에서 남으로 일방통행이던 거리에 역주행하는 차량이 생기기 시작했다. 위에서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자가 인사동을 찾은 수요일은 24시간 조업차량 통행이 허용돼 물품을 나르거나 자재를 운반하는 차량의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일방통행의 규칙이 깨진 해당 구간에서는 용무를 마친 조업차량들이 유턴을 하거나 이리저리 후진을 하며 거리를 빠져나갔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차 주변으로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녔다. 일부 관광객은 움직이는 차량에 놀라 급히 몸을 피하기도 했다.

차 없는 거리에 들어선 트럭이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
 차 없는 거리에 들어선 트럭이 빠져나가기 위해 유턴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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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차량 제한적 진입 허용... 한쪽 진입로 완전 차단해 역주행·유턴 불가피

인사동 사거리에서 표구사를 운영하는 이성례(가명)씨는 "차량을 통제해서 인사동 거리가 더 위험해졌다"며 "차 없는 거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없는 거리를 시행하는 이유가 뭡니까? 보행자가 편하게 다니라고 만든 게 아니겠어요? 차 없는 거리면 차가 없어서 안심하고 걸어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말만 차 없는 거리지 보시다시피 차가 다녀요. 필요한 차들은 다닐 수 있게 한 애매한 조건 때문에 실상 더 위험해졌어요. 불법으로 역주행하는 차들도 많고 자칫 방심했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죠. 그렇다고 필요한데 차를 못 다니게 할 수도 없고…. 필요한 사람은 가야죠."

인사동 문화지구를 보존·계승하기 위한 단체인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차 없는 거리로 인해 인사동을 대표하는 각종 예술·문화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관계자는 "공예품점이나 표구점 등이 매출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매주 각종 미술품을 전시해야 하는 화랑은 차로 실어서 철수해야 하는데 일일이 통행증을 발급해야 하는 것도 문화업소들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사전통문화보존회는 해당 구청에 차량 통행 제한 시간을 오후 1시에서 오후 8시 사이로 변경해 부분적 통행제한을 실시하자고 건의한 상태다.

종로구청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차 없는 거리를 확대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시행한 것인데 이로 인해 되레 위험해진다면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관광객과 해당 영업자의 처지 모두 완벽하게 고려하기 어렵다"며 "작년 11월 26일부터 시행했다. 1년간 진행해보고 문제가 생기면 개선점을 찾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인사동, #차없는거리, #노점상 이전, #문화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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