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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7월 30일 지하철 6호선 상수역인근 한식당 '춘삼월'에서 문을 연 희망식당 2호점의 일일호스트를 맡았다.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7월 30일 지하철 6호선 상수역인근 한식당 '춘삼월'에서 문을 연 희망식당 2호점의 일일호스트를 맡았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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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여기 밥 좀 줘요."

'희망식당 하루'의 서비스는 느리다. 아무래도 매일 영업을 하는 일반 식당의 원숙함을 쫓아 갈 수는 없는 법. 손님이 한꺼번에 들이칠 때면 우왕좌왕 정신이 하나도 없다.

흰머리가 희끗한 손님이 노웅래 민주통합당 의원(마포 갑)에게 "밥 달라"고 재촉한다. 땡땡이 무늬의 앞치마를 두른 그는 수저를 챙기다 냉큼 주방으로 달려가 밥을 내왔다. 그리고 잠시 멈출 틈도 없이 물병을 들고 다른 테이블로 향했다. 노 의원은 지난 7월 30일 희망식당 2호점의 '일일호스트'를 맡았다.

호스트의 조건... '해고는 나쁘다'에 공감하십니까?

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희망식당이 상도역에 포장마차를 빌려 처음 문을 연 때는 지난 4월. 이후 상수역에 한식당을 빌려 2호점을, 최근에는 충북 청주에 3호점까지 오픈했다.

일 주일에 하루 문을 여는 희망식당이지만 벌써 30여 명이 이 세 곳에서 일일호스트가 됐다. 물론 설거지를 돕거나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일한 이들은 더 많다. 그 대부분을 '일반 시민'들이 채웠다. 쌍용차, 콜텍악기, 유성기업의 해고 노동자들 주방장이 되고 시민들이 그 파트너가 돼 온 것이다.

지금도 시민들의 참여는 끊이지 않고 있고, 유명인사라고 해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희망식당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으로는 처음 희망식당에 선 노웅래 의원도 한 달여 전에 신청을 했다. 희망식당을 처음 준비했던 사람들은 행여 유명인사들의 생색내기가 될까 우려해 그동안 참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게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희망식당의 모토 '해고는 나쁘다'에 공감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이력 때문에 차별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노 의원이 참여한 것은 조금 의아할 수 있다. 민주당이 당내에 쌍용차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소위원회를 제안한 상태지만, MBC 노조 위원장 출신의 노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속해 있다.

그는 동기를 묻는 질문에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은 가졌지만 시민들이 차려놓은 상에 숟가락 하나 올려놓는 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내 역할이지만 오늘 하루라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정치권이 정리해고 문제를 몇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해 부끄러워 이런 자리에 나서는 엄두를 못 냈다"며 "여기서 그 빚을 조금이라도 덜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을 다시 해나가는 출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노 의원은 이날 오후 있었던 민주당 의원총회 참석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고 문을 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 마감까지 자리를 지켰다. 게다가 노 의원이 호스트로 선 이날 희망식당은 700만 원이 넘는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위원장이기도 한 그의 '동원령'도 한 몫 톡톡히 했을 것이다. 희망식당의 모든 수입금은 투쟁하는 해고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쓰인다. 혹시나 일일호스트가 되고 싶은 다른 정치인들이 참고해야 할 지점이다.

10월 '밥 콘서트' 개최... 조국 교수도 앞치마 두른다

노 의원을 비롯해 희망식당에 유명 인사들의 참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연이은 죽음과 관련한 글을 집필 중인 공지영 작가는 이미 지난달 9일 희망식당의 하루 주인이 됐다.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은 주인 대신 하루 종일 싱크대 앞에서 '설거지 노예'를 하기도 했다. 오는 6일에는 프로레슬러 김남훈씨가, 이달 말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앞치마를 두른다.

희망식당 측은 이러한 참여가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6일 서울광장 개최를 준비 중인 '밥 콘서트'(가제) 때문이다. 희망식당은 이날 시민 1만여 명이 모여 밥을 나눠 먹으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행사와 문화제를 준비 중이다.

희망식당을 처음 제안한 블로거 '오후에'씨는 "희망식당이 문을 연 후 3개월이 넘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끊이지 않았다. 그만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자는 게 '밥 콘서트'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정치인들도 함께 해 주길 기대한다"며 "단 자기 홍보가 아닌 진정성 있는 태도로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태그:#희망식당, #노웅래, #공지영, #조국,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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