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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과 정부는 반값등록금 요구를 거부한 채 지난해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방안으로 국가장학금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되는 국가장학금제도에 대해 대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를 통해 들어온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자료사진).
 지난해 9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국민대회'(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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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비싼 자취방 월세와 고액의 등록금으로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에 마음이 무겁던 저에게 반값등록금은 희망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촛불과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던 그 함성소리들. 저는 청계광장에 모인 그 수많은 촛불들을 보며 반값등록금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험 기간임에도 공인인증서를 만들기 위해 은행에 가고, 각종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고,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리고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불안하게 기다리던 겨울방학.

국가장학금 확정 소식을 듣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드렸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그러나 걱정과 불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학기는? 혹시라도 갑자기 조건이 바뀌어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등 다음 학기를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불안하고 전전긍긍했는지 모릅니다.

"국가장학금 때문에 봉사장학금 못 받아요"

그리고 한 학기 내내 저를 불안하게 만들던 생각들은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1학기 기말고사를 준비하던 어느 날, 과 사무실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부과학생회장으로서 제게 나올 예정이던 봉사 장학금 80만 원이 안 나온다는 내용의 전화였습니다. 왜 제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을지에 대해 조교 언니께 여쭤보니 그 이유는 바로 국가장학금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국가장학금을 받았기 때문에 봉사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험 공부를 하고 있던 손에 힘이 빠지고 멍하게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봉사 장학금은 부과학생회장으로서 한 학기동안 학생회 업무를 한 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마땅한 것이고 저는 분명 그 누구보다 한 학기 동안 학생회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한 통의 전화로 저의 한 학기가 전부 부정되던 그 순간의 허탈함을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가 있을까요.

돈이 곧 권력인 이 사회에서 장학금이란 형식은 분명 돈을 주는 사람과 그 돈을 받는 사람을 계급적으로 구분 짓고 일종의 상하 관계를 형성시킵니다. 뿐만 아니라 매 학기마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없을 지 불안해하고 걱정합니다. 그 어떤 사소한 실수로 인해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그 높은 등록금은 어찌 감당해야 할 지 막막한 삶을 삽니다. 졸업할 때까지, 아니 세월이 흘러 제 자식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생각을 하니 암담하기만 합니다.

돈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하고 돈 때문에 청춘을 포기하고 돈 때문에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작년 여름, 열대야의 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그보다 더 뜨거웠던 청춘들의 함성을 외면하고 국가장학금이라는 임시방편으로 수많은 청춘을 기만한 보수정치인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뿌리가 살아있는 한 아무리 나무를 괴롭히고 가지를 쳐내도 나무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의 해결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듯이, 국가장학금의 기만에 분노한 대학생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그 뿌리부터 살펴야 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반값등록금국민본부와 참여연대 등은 7월 말까지 '국가장학금 분노기와 실망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에 대한 문의나 분노기-실망기를 보내주실 분은 02-723-5303/min@pspd.org으로 연락주시거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가입해 직접 기사를 입력해주시면 됩니다.



태그:#국가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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