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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연꽃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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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이 만발하다. 연분홍으로 곱게 물이 든 연꽃이 녹색 연잎 위로 소담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광경이 장관이다. 티 한 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맑고 깨끗한 얼굴이다. 그 얼굴이 검은 빛을 띠고 있는 수면 아래, 그 물빛만큼이나 검은 진흙 속에서 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고 화사하다. 세상에 이처럼 명랑한 꽃이 또 있을까?

아이 주먹만 한 꽃봉오리가 웬만한 접시보다 더 커 보이는 연잎 위로 삐죽빼죽 머리를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그 꽃봉오리가 더없이 순수해 보인다. 아직 잎을 다 열지 못한 꽃봉오리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빙그레 웃고 서 있는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다면, 이제 막 잎을 열기 시작하는 연꽃은 연지곤지 찍고 수줍은 얼굴로 혼례를 치르는 새색시를 떠올리게 한다.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백련 한 송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백련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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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들이 웃는 얼굴로 사람들의 발길을 반기고 있다. 조용한 연못 위, 여기저기 벙글벙글 입을 연 꽃들이 꽤 소란스러워 보인다. 지금은 연꽃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오는 계절이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것도 이때뿐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연꽃을 볼 수 있다. 강원도에는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안에 연꽃전시포가 있고, 화천군 서오지리에 연꽃단지가 있다. 휴가를 떠나는 길에,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들이다.

연꽃은 7월 말이 절정이다. 그래도 8월 말까지는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꽃은 오전에 꽃잎을 열었다가, 오후에 다시 봉오리 모양으로 오무라드는 경향이 있다. 연꽃이 연못 가득 만개한 광경을 보고 싶다면, 가능한 한 오전에 여행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연꽃전시포.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연꽃전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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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연꽃전시포] 덤으로 '우리꽃' 감상까지

아낌없이 다 주는 연꽃.
 아낌없이 다 주는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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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연꽃전시포에는 백련, 홍련, 황련, 수련 등 30여 종의 연꽃이 재배되고 있다. 면적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연꽃을 감상하는 데는 그다지 부족함이 없다.

연꽃전시포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기 시작한 지는 3년째다. 시험재배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연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사실 이곳의 연꽃전시포는 그냥 울타리 안에만 가두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세상에 농업기술센터는 많아도 이렇게 아름다운 연꽃전시포를 운영하는 곳은 그렇게 흔하지 않다. 이곳은 일 년 사계절 평일과 휴일에 관계없이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내 집 정원을 거닐 듯이 맘 편히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수 있다.

연못 한 쪽에 거위 두 마리가 수문장처럼 연꽃을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정겹다. 이곳은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다. 연꽃전시포 주변으로 각종 채소와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연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다. 연꽃전시포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우리꽃전시포'가 있다. 이곳에서는 그때그때 계절을 달리 해서 피는 다채롭고 아름다운 우리꽃을 감상할 수 있다.

'도시농업 모델 학습원'은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만한 곳이다. 도시에서 텃밭을 가꾸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이곳에서 그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원예치료 생명정원'은 연꽃전시포와 우리꽃전시포를 들러보느라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정원 안에 따뜻한 차 한 잔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심심풀이삼아 '파리지옥'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꽤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우리꽃전시포. 왼쪽에서부터, 애기달맞이꽃, 참나리, 기린초.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우리꽃전시포. 왼쪽에서부터, 애기달맞이꽃, 참나리, 기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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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수련 한 송이.
 이제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수련 한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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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 서오지리 연꽃단지] 연꽃으로 뒤덮인 북한강

지난 6월 한 달 동안 만개했던 수련은 이제 거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그 대신 약 3만여 평에 달하는 너른 수면 위를 연꽃이 뒤덮어가고 있다. 이곳의 연꽃단지는 그 규모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다. 연꽃단지 안으로 나 있는 산책로만 2.2km에 달한다. 이곳에서 피었다 지는 연꽃 종류만 수련, 노랑어리연, 가시연, 순채 등 300여 가지다. 이곳의 연꽃 밭은 지금도 계속해서 확장중이다.

서오지리 연꽃단지는 북한강 변 일부 수심이 낮은 지역에 둑을 쌓아 만들었다. 강변에 연꽃단지를 조성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러니까 이곳은 연못이라기보다는 강의 일부라고 보는 게 맞다. 연꽃단지 끝은 바로 호수처럼 잔잔한 북한강과 접해 있다. 그래서 이곳 연꽃단지에 가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는다.

서오지리 연꽃단지 전경.
 서오지리 연꽃단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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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들어 해가 높아지면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연꽃들.
 오후 들어 해가 높아지면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는 연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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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연꽃단지는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연꽃단지 자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은 것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연꽃 외에도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것들이다. 연꽃은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연꽃의 그런 정화 능력이 이곳에 다른 식물과 생물들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고 보면 연꽃은 참으로 자비로운 식물이다. 세상에 이처럼 세상 만물과 조화를 잘 이루는 식물도 없을 듯싶다. 사실 연꽃처럼 아낌없이 주고 가는 식물도 드물다. 그 뿌리를 비롯해 잎과 꽃 모두 음식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된다. 꽃은 차로도 달여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열매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무엇하나 버릴 게 없는 식물이다.

이곳 연꽃단지에서는 연꽃의 그런 특징들을 잘 살려, 이곳을 단체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연을 재료로 한 음식과 차를 제공하기도 한다. 연꽃의 정화 능력은 물을 정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연꽃은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력을 가진 식물이다. 그 씨앗이 천 년 이상을 잠들어 있다가 발아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 고귀한 생명력이 인간의 몸과 마음까지 말끔히 정화해 주는 게 틀림없다. 이맘 때 연꽃을 감상하는 일은 단지 눈을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연꽃 식재 품종 안내판.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연꽃 식재 품종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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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연꽃, #원주시 농업기술센터, #서오지리 연꽃단지, #연꽃전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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