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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이란 실물을 모방하여 만든 물건을 말한다. 커다란 것들을 자기 앞에 놓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토목, 건축, 대형 기계 등 거대한 것들을 모형으로 만드는 것은 산업계에서 일상화되어 있다.

한편 이중에서 이색적인 것은 단연 철도모형을 들 수 있다. 철도모형의 가장 큰 특징은, 움직이지 않는 다른 모형들과 달리 모형차량이 선로 위에서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철도의 특성상 정해진 선로위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임을 제어하기가 쉬워서 하나의 모형에서 여러 대의 철도차량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철도모형의 매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유아와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꼬마 기차 캐릭터가 만화나 장난감 등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실제의 철도를 모형화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철도모형이 매우 인기 있는 취미생활중 하나이며, 자신의 집 지하실에 거대한 디오라마(Diorama)를 꾸며놓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철도모형에서 디오라마란 단순한 모형 철도차량과 선로뿐만 아니라, 선로가 지나가는 산과 벌판, 강과 다리, 역과 시가지, 차량기지 등을 종합적으로 모형으로 구현하는 것으로서 실제의 현실을 묘사하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기도 한다.

의왕 철도박물관의 모형철도 디오라마
 의왕 철도박물관의 모형철도 디오라마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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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모형철도를 구경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바로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철도박물관이다. 이곳에는 63빌딩, 서울시가지 등이 구현된 디오라마 위에 총 6개의 모형열차가 동시에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같은 모형철도들은 언뜻 보기에는 장난감 같지만 실제로는 레일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모터로 달리는 정밀 기계장치이다. 모형철도 옆에는 전용 제어장치가 있어서 열차의 속도와 진로를 조절한다. 밤이 되면(디오라마 조명을 끄면) 전조등이나 객차 내에 불이 켜지기도 한다.

한편 철도모형은 크기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축소 비율에 따라 크고 작은 것들이 있는데, 철도박물관에 있는 모형은 H0스케일로서 87분의 1로 축소된 모형이며, 일본 등에서 널리 퍼져서 우리나라 동호인들이 주로 즐기고 있는 철도모형은 160분의 1인 N스케일이다. 원래 1435mm인 궤간(철도 양쪽 사이의 거리)가 9mm로 축소된 것이니 철도모형이 얼마나 정밀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철도모형의 축소율(스케일)과 궤간
 철도모형의 축소율(스케일)과 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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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 이러한 철도모형은 취미활동의 주요한 부분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으며, 관련 산업도 크게 발전되어 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의 철도선진국에서는 모형 철도차량이나 재료들을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으며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철도모형이 실제 철도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철도차량에 나오면 그에 따라 이를 묘사한 새로운 모형 철도들이 출시되며, 모형철도를 즐기는 문화는 철도를 친숙하게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철도발전에 이바지한다. 이렇듯 철도 선진국에서는 실제철도와 모형철도가 상호작용하면서 철도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철도의 발전은 그 나라의 발전을 가져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모형철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내수시장이 좁다보니 우리나라 철도를 묘사한 모형 철도들이 나오지 않았고, 몇몇 존재하는 모형철도 회사들도 우리나라 철도차량이 아닌 외국 철도차량의 모형을 만들어 수출하는 실정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소수의 모형철도 동호인들은 어쩔 수 없이 외국 모형철도차량들을 구입해서 사용하거나, 우리나라 철도차량으로 다시 도색을 하여 사용하는 상황이다.

코레일에서 20~22에 옛 서울역에서 여는 철도문화 체험전
 코레일에서 20~22에 옛 서울역에서 여는 철도문화 체험전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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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철도모형이 그 나라의 철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철도모형문화가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점을 느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는 오는 20~22일에 옛 서울역에서 '제1회 철도문화체험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에 코레일이 개최하는 철도문화체험전에서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모형철도문화를 집대성한 최대 규모의 전시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코레일이 60~70년대 운용했던 증기기관차, 최신의 전기기관차, KTX 등의 모형차량들과 함께 고도차가 큰 구간을 오르기 위한 루프(loop)선로와 열차를 분리-조합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차장인 대전조차장을 구현한 대형 철도모형 디오라마가 전시될 예정이다.

이러한 대규모 전시를 위해 코레일은 지난 5월 철도모형경진대회를 열어 50여명의 참가자를 선발하였으며, 참가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재료와 자신들의 개성을 담은 철도모형 작품들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철도모형들은 선로가 규격화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만든 모듈 철도모형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번 전시에는 20명이 1m씩 참여하여 선로길이가 총 20m에 이르는 대규모 디오라마도 선보인다.

철도모형 디오라마의 다양한 모습
 철도모형 디오라마의 다양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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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국, 독일, 중국 등의 외국 철도차량들의 대형 모형들, 모니터를 통해 기관사가 된 것처럼 열차를 스스로 몰아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 2m 40cm에 이르는 초대형, 초고가(1억 8천만원) 증기기관차 모형 등 철도모형에 대한 모든 것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 본 행사에서는 종합 철도문화행사답게 지난 1월 출범한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옛 철도승차권을 비롯한 다양한 철도유물전, 간이역 전문 사진작가의 사진전 등 다채로운 부수행사도 열린다. 더욱 뜻 깊은 것은 본 행사의 진행요원으로서 철도동호인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철도모형의 불모지였던 것은 일정 부분은 철도운영회사의 책임도 있다. 철도모형을 제작하는데는 많은 철도정보들이 필요한데 이 같은 정보는 철도운영사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모형이 철도문화에 철도발전에 기여하는 부분을 생각해보면 이 같은 무관심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코레일의 정창영 사장 취임 이후로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출범, 기존 기업홍보처의 문화홍보처로의 개편 등이 이어지고, 드디어 철도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대규모 철도모형 전시회가 열리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지속적인 철도문화육성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철도모형 전시외에도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철도유물전시회, 철도 간이역 사진전 등이 함께 열린다
 철도모형 전시외에도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철도유물전시회, 철도 간이역 사진전 등이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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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고속철도 운행, 한국산 고속철도 자체개발, 세계 수준의 대도시 지하철망 보유 등 철도의 성장은 크게 이루어졌지만, 내적인 철도문화의 발전은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번 '제1회 철도문화체험전'이 기폭제가 되어 철도문화를 확산시키고, 국민들이 철도를 친숙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퍼졌으면 좋겠다. 또한 일반철도 뿐만 아니라 대도시 지하철 회사들도 참여하는 연합행사로 발전하여 국내를 대표하는 대규모 철도문화행사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철도기술과 문화를 전파하여 외국인들까지 관심을 갖고 찾아오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대표 문화 행사로 발전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제1회 철도문화체험전
일시: 2012.7.20(금)~22(일)  10~19시 (첫날은 13시 입장)
장소: 옛 서울역 (문화역서울 284)
행사내용:
1. 철도모형전시 (철도모형경진대회)
2. 철도사진전 (작가와의 만남: 21일 14시)
3. 철도유물전
4. 코레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21일 17시)
이벤트: KTX종이모형 만들기 체험, 옛 철도승차권 증정(3만장)
입장료: 무료
주최: 코레일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코레일, #철도모형, #서울역, #철도문화, #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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