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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이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서 즉문즉설 명쾌한 답변으로 청중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법륜스님이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서 즉문즉설 명쾌한 답변으로 청중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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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있어요?"

1500석 좌석이 꽉 찼다. 그도 모자라 복도와 계단까지 사람들로 빽빽이 메워졌다. 9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와 법륜스님의 대담집 <새로운 100년>의 '북콘서트'를 보기 위해 200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박수와 환호 속에 등장한 법륜스님은 "우리 말에 때가 있다는 말이 있죠"라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법륜 "통일은 국제 정세에서 우리가 주체로 등장할 기회"

"제 생각엔 지금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변화의 때가 왔고, 이것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선택의 몫인 것 같아요. 주어진 때가 어떤 때인지.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이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중생의 다양한 고민에 대한 '즉문즉설'로 유명한 법륜스님은 "이 책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며 신간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 또한 그는 "미래의 100년을 설계할 때, 분단을 두고 한다면 미·중의 세력 견제 속에서 강대국의 하위 변수로 우리 민족의 운명이 규정된다"며 "통일은 국제 정세에서 우리가 주체로 등장할 기회이며,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갈 계기가 된다"며 통일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스님이 "실현 되고 안 되고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 청년들이 이런 꿈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얼마나 뿌듯하겠느냐. 이런 꿈이 사람을 점점 더 성숙하게 만들지 않겠는가"라고 힘주어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지지와 공감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한 법륜스님은 현재를 "미국에서 중국으로 '강대국 교체기'에 있는 틈바구니로 통일의 호기"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남한 내부에, 남·북한 간에 그리고 미·중관계 속에서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제시하였다. 그는 또, "새로운 정부, 새로운 한국을 이끌 사람"에 대해 언급하며, 올해 대선에서 통일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합의 리더십을 선택하길 촉구했다.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 특별게스트로 초대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9일 저녁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가슴뛰는 상상, 새로운 100년> 북콘서트에 특별게스트로 초대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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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새로운 100년>의 추천사를 작성한 조국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이 특별 게스트로 참여하였다. 조국 교수는 "성인은 천년을 바라보고 행동하고, 위인은 백년 뒤를 바라보고 행동하고, 보통 사람은 십년 앞도 못 본다는 옛말이 떠오른다"며 "법륜 스님은 통일 문제에 대한 넓고 깊은 시각을, 보다 쉽게 대중의 마음 속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풀어 말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법륜스님처럼 하면 통일이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통일은 '법륜식'으로 가면 가장 바람직하겠다"고 평했다.

조국 "통일은 '법륜식'으로 가면 가장 바람직"

박경철 의사 역시 "저는 통일을 상당히 피상적으로 보고 있었는데,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굉장히 부끄러워지면서도 가슴 뛰는 기대와 흥분을 가지게 되었다"며 "스님이 통일이란 '주제'를 선물해 주신 것이죠"라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만큼 현실 정치의 미래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오연호 대표가 조국 교수에게 "왜,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라고 질문하니, 그는 농반진반(?)으로 답했다.

"개인적으로 TV에 박근혜 의원 얼굴이 나오는 게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책을 봐도 그분이 저와 우리 국민의 미래를 행복하게 할 거라는 생각이 안 듭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슬로건이 정확한데, 아마 '그분의 꿈'이 이루어지겠지요. 그분의 꿈과 저희 꿈은 다를 것 같아서 동의하기 힘듭니다."

이어진 관객들과의 '즉문즉설'에도 '실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법륜스님은 "통일을 위해 개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통일의 문제가 개인의 삶의 문제와 연관된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가는 자세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에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가 되면, 한 개인으로서는 성공한 것이나,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죠. 우리 이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거란 말이에요. 따라서 공동체 전체가 염원하는 목표가 뭔지를 알고 같이 맞춰나가야 진정한 성공이 도래합니다."

통일의 꿈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묻는 질문에 스님은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정치군사적인 것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끊었다는 것에 분노하고 적극적인 항의를 해야 한다. 둘째, 연말에 선택을 잘 해야 한다. 통일 문제라는 기준을 잘 세워서, 적극적인 투표 행위를 해야 한다. 셋째, 뒷담화만 하지 말고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끝까지 자리를 함께했다. '즉문즉설'에 감명받아 왔다는 김옥주(58)씨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사나' 궁금해서 왔다"며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 여대생(24)은 "우리 청년들은 자신의 문제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막연하게만 느꼈던 통일에 대해 왜, 그런지 짚어주고 자세히 알려줄 수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새로운 100년>의 북콘서트 현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 통일이라는 미래의 화두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이었다. 이러한 만남이 올해 대선에 어떤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미니 인터뷰] 직접 만든 '통일의 꽃' 나누던 이혜숙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9일 오후 6시경.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출판)> '북콘서트'가 시작되었다. 문화관 앞뜰을 가득 메운 겹겹의 줄이 줄어가는 동안, 한 켠에서 나이가 지긋한 여성 세 분이 각각 "나눔만이 민족의 희망입니다" "북한 어린이도 오늘 아침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었을까?"라고 직접 쓴 보자기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즐거워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웃으며 "통일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겠지요"라고 대답한 이혜숙씨는 법륜스님이 만든 단체인 '정토회'에서 활동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님이 만든 또 다른 단체인 평화재단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오늘도 그렇게 알게 된 분들과 함께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씨의 '통일을 위한 활동'은 주장이 담긴 팸플릿을 나누어주는 것도, 모금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적극적이고 활기찼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즐겁게 할 수 있는 거죠."

이번에 나온 책 <새로운 100년>에 대해 묻자, 이씨는 "법륜스님이 평소 하시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저는 원래 종교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통일 문제는 아이구, 너무 어렵고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아 내가 해야겠구나, 나의 문제이구나 하면서 여기에 나와 있네요."

이때 홀 안쪽에서 큰 박수소리가 들려, 기자와 이씨는 북콘서트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법륜스님은 <새로운 100년>이라는 책과 북콘서트를 통해, 향후 100년의 비전을 봐야한다. 이혜숙씨와 기자처럼 통일에 대해 막연한 부담감만을 안고 총체적 무지에 놓여있었던 '보통 사람들'에게, 법륜스님은 박경철 의사의 표현대로 '통일이라는 '주제'를 선물'한 것이다.

세 시간에 걸친 북콘서트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이혜숙씨를 다시 만났다. 이씨가 손으로 직접 뜨개질해 만든 '천 년에 한 번 피는 통일의 꽃' 목걸이를 기자에게 선물하며, '통일 의병'이 되어주기를 부탁했다.

"내가 화가가 되든, 농사를 짓든, 음악을 하든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정확히 보고 각 자리의 전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성공이 도래하지 않겠느냐."

오늘, 통일이라는 공통의 화두를 안고 헤어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선택과 실천을 이어나갈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씨가 당부한 '통일 의병'의 역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태그:#통일, #평화, #법륜, #새로운100년, #북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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