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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풍경4>
 <지하철 풍경4>
ⓒ 배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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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타는 주제에
서서간들 어떠하리

요금낸 권리로
당연히 앉아가야지

젊은이들의 양보정신은
권리에 묻혀 실종이다.

<지하철 풍경4 >(신윤기 작)

서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스크린도어에 써있는 신윤기의 <지하철 풍경4>라는 시다. 이 짧은 시의 주제를 더 짧게 요약하면 '젊은이들이여,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해라' 정도가 되겠다.

위의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돈 내고 타는 지하철에서까지 양보 좀 하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한국에서 젊은이로 살아가기는 참 피곤하다. 스크린도어에 써 놓지 않아도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젊은 층이라면 한두 번쯤은 만나게 되는 것이 자리를 양보하라는 강요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알바몬의 조사(대학생 768명 대상)에 따르면 대학생의 10.5%가 지하철 꼴불견으로 '상대 가리지 않고 막무가내로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어른'을 꼽았다. 이는 그만큼 많은 대학생이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 당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65살 미만 성인의 76%가 '고령자가 고압적 태도로 자리 양보를 요구할 때 불쾌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처럼 지하철 자리 양보를 둘러싼 이와 같은 갈등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말에 욕설로 응수한 '지하철 폭언남'과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임산부를 나무라는 노인과 거센 말다툼을 벌인 '지하철 9호선 막말녀' 등의 동영상이 화제를 낳았다. 단순히 화제성 동영상을 넘어 지난해 10월에는 지하철에서 앉아있는 승객들에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 노인을 밀쳐 숨지게 한 이아무개씨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기도 했다.

노인을 위한 자리 양보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나빠지고는 있지만 이와 같은 갈등이 자리 양보 자체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알바몬의 지하철 꼴불견에 대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임신부 및 노약자를 보고도 양보할 줄 모르는 건강한 사람을 꼽았다. 젊은 층이 노인 뿐 아닌 교통약자 전체에 대한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젊은 층과 노인 층 모두 자리 양보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에서 왜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일까.

답은 노약자석과 자리 양보를 둘러싼 세대 간의 가치관과 인식 차이에 있다고 보여진다. 노인 층은 연장자 우선 배려를 주장하며 자리를 양보 받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는 반면 젊은 층은 나이에 관계 없이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층의 이러한 생각은 응답자 가운데 절반이 '자리 양보는 노약자의 일방적 권리가 아닌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라는 의신이 확산돼야 한다'고 답한 교통문화운동본부의 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상이한 두 세대의 가치관은 한 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젊은 층에게만 자리 양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이는 위의 예에서 살펴 본 것처럼 노인을 위한 자리 양보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을 악화시키고 노인 층에 대한 반발을 강화 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자리인 노약자석의 진정한 의미 홍보 등 노인뿐 아닌 다양한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그로 인한 역차별이 없도록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한다.


태그:#지하철, #자리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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