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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일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무척 가슴 벅차오르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대하고도 핵심적인 일은 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시대와 역사를 읽는 공부로 시작해야 한다."

책속에서 알게 된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든든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새로운 100년>은 평화재단 이사장으로 기아, 질병, 인권, 평화운동 등을 벌이고 즉문즉설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인생의 멘토로 불리는 법륜스님과 오연호 기자가 1주일에 한 번씩 3개월 동안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통일을 주제로한 대담이라고 하기에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깊이가 있어서 읽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쉰 해를 살아오면서 얄팍한 생각과 행동으로 이성 보다는 감성에 치우쳤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스님은 막연하게만 생각해왔던 통일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울산에서 태어나 평범한 생활을 하며 아인슈타인을 꿈꾸던 아이가 고등학교 1학년 말에 출가를 하게 된 것은 불심도문 스님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그 후로 20년 동안 제가법사 활동을 하고 다시 스님 생활을 하면서 친북인사로 오해받으면서도 인도적 대북지원을 멈추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통일의 바람 때문이었다. 나라 사랑하는 일은 일제 강점기나 한국 전쟁 때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통일은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도 가슴 사무치게 나라를 사랑하고 통일을 뜻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얼마나 무심하게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부끄러워졌다.

<새로운 100년>을 읽는 동안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정한 카운슬러를 만나볼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나는 스님과의 대담에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통일에 대한 열정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스님이 통일에 대해 전념하게 된 것은 불심도문 스님을 통해 동학운동과 독립운동을 배우게 된 후부터였다. 그 일은 곧 진정한 독립은 통일이 되어야 환성된다는 생각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황하문명보다 1000년 이상 앞선 호안문명을 이어받은 나라가 고구려로 우리가 북방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려야한다는 사명감으로 이어졌으며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평화재단을 설립해 평화통일운동을 하게 되었다.

스님의 이런 모습은 통일하면 우리의 소원으로만 여기고 있는 것이 얼마나 어줍잖은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통일을 하면 북한과의 경제적 불균형으로 무조건 우리가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정말이지 스님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통일에 대한 것이 체계적이고 확실해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바로 100년 앞을 내다보는 삶이었다. 통일한국을 통해 시간의 주인공으로 여유 있는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

지나온 100년의 역사 속에서 나라들이 흥망성쇠하는 모습을 보며 시대를 잘 읽어야 한다는 것을, 미국이나 일본이 정체국면에서 후퇴국면으로 가는 모습을 통해 남북통일과 동북아 공동체 건설로 특단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남북한 사회를 동시에 설득하기 위해서 새로운 통일은 남한 중심이되 북한에 대해 지금보다 열 배 이상의 포용정책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통일의 주체는 남북한 주민인데 지금은 북한이 열세이니 남한이 민족사 전체를 책임지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통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통일된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가 중요한 것으로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오늘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까지... 이 모든 것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깨닫게 된다.

쉰 해를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재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 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래서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통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아니 굳이 북한을 달래가며 통일을 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스님은 현실에서 벗어나 100년 후를 내다보며 살라고 조언했다. 과거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통일에 임해야 하고, '민심이 천심'이라는 속담처럼 사람의 마음이 하늘의 뜻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스스로는 마음의 습관을 다스리고 역사의식을 쌓아가면서 적절한 실천도 따라주어야 한다고 했다.

물질적인 것 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통일한국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통일 한국을 가슴에 안고서 말이다.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8)


태그:#통일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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