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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강창희 국회의장.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강창희 국회의장.
ⓒ 남소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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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회의 역사적 복권(復權)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신군부의 부활인가?

강창희 국회의장에 이어 6일 국방위원장 경선에 도전했다 탈락한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파주을) 역시 하나회 출신이다. 비록 고배를 마시긴했지만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의 황의원이 안보 현안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3선의 황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전반기와 후반기 모두 국방위에서 활동했고, 18대 국회에선 외교통상통일위와 정보위를 거쳤다.

두 사람은 모두 육군사관학교 25기 동기생으로 1980년대 한국사회를 고통으로 내몰았던 신군부 세력의 막내로 평가받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 당선과 황진하 의원의 국방위원장 경선 도전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강창희 의장, 황진하 의원과 함께 육사 25기 하나회 출신 거물 인사로는 안광찬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이 꼽힌다. 이제 하나회 출신이라는 것이 더 이상 족쇄가 되지 않는 것이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멘토 그룹을 자처해 파문을 부른 '7인회' 멤버인 강창희 의장은 육군대학 교수를 지내다 1980년 중령으로 예편, 신군부의 민주정의당 창당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다. 황진하 의원은 12·12 쿠데타 당시 전두환 합동수사부본장의 수석부관을 지냈다.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연행 계획을 세운 전두환 합수부장의 지시를 받고 쿠데타 당일 최규하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시간을 잡은 사람이 바로 황진하 소령이었다.

비록 강창희 의장과 황진하 의원이 12·12와 관련해서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었지만, 지난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군사반란으로 규정된 이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시각이 신군부의 주장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퇴행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강 의장은 지난 2009년 낸 자전 에세이 <열정의 시대>에서 "하나회는 어느 사회나 조직에 존재하게 마련인 일종의 리딩(leading)그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하나회가 처음부터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며 "전두환 대통령에게는 현직 대통령이 시해당하는 10·26이라는 우발적 사건이 권력을 잡을 동기와 일종의 기회를 준 측면이 컸다는 게 나의 시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 의원도 지난 18대 국회에서 12·12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2009년 10월, 12·12 당시 상관을 보호하려다 반란군들의 총에 맞아 숨진 고 김오랑 중령(1990년 추서)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를 추진하던 '김오랑추모사업회' 회원들에게 "12·12는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하극상에 의한 군사반란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던 것.

하나회 세력 '종북 논란' 속 과거 회귀 움직임

 지난 2009년 12월 12일, 국립 현충원에서 고 김오랑 중령 3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지난 2009년 12월 12일, 국립 현충원에서 고 김오랑 중령 3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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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으로 분류되는 강 의장과 황 의원의 이런 역사인식은 '12·12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군사반란 주역들의 항변과 정확히 일치한다. 환골탈태를 선언했던 새누리당이 '도로 민정당'이 되었다는 세간의 비아냥을 받는 대목이다. 또 강 의장은 지난달 말, 훈장추서 법안을 대표 발의해 달라는 '김오랑추모사업회'측 요청에 대해 "국회의장은 개별 법안에 대해 발의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밝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육사 사열 논란에서 보이듯 하나회로 상징되는 과거 군부 세력이 자신들에게 내려진 역사적 평가를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사법적 단죄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이미 불법적 권력찬탈과 헌정유린 세력으로 규정된 이들은 최근 모습을 보이는 곳마다 색깔론을 앞세워 과거로의 복귀를 꾀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황진하 의원은 지난 4일 대령연합회 주최 세미나에 참석, "주사파 활동가만 10만 명이다. 국회에 들어온 여러 명의 주사파 종북세력이 정치권을 뒤흔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또 "10년 이상 동안 좌파 경향 정부로부터 비호나 묵인 아래 성장해온 종북세력, 친북세력은 놀라울 정도로 세력을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고명승 전 3군사령관, 정진태 전 연합사 부사령관, 민병돈 전 육사교장 등 하나회 출신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는 10월 출판될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가제, 도서출판 책보세)을 공동집필한 김부송(필명·46)씨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18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추서 및 추모비건립 건의안'이 끝내 폐기된 과정과 최근 강창희 국회의장이 법안 발의를 거부한 사실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지난 7년 동안 12·12와 5·18 관련 재판기록,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방대한 자료를 입수한 김씨는 "12·12는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세력들이 군의 엄격한 지휘계통을 무단으로 이탈해서 상관을 불법적으로 연행했던 군사반란"으로 규정하면서 현재의 한국 정치 상황 아래 벌어지는 하나회의 과거 회귀 움직임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학군(ROTC) 28기로 임관해 6년 4개월 동안 특전사 장교로 복무했던 김씨는 김오랑 중령 추모 사업을 주도해 오고 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요약한 것이다.

12·12 군사반란과 바보 군인 김오랑

 지난 2009년 10월 김오랑중령추모사업회는 김 중령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건의안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지난 2009년 10월 김오랑중령추모사업회는 김 중령에 대한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건의안 통과를 국회에 요청했다.
ⓒ 김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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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대 국회에서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건립 건의안' 발의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참된 군인에 대한 귀감이 드문 우리 현실에서 김오랑 중령이야말로 참군인의 표상이라고 생각해서 추모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부터 매년 기일에 국립묘지에서 추도식을 열고 있었는데, 김오랑 중령 30주기가 되던 2009년 국회 국방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위원들을 찾아다니며 건의안 발의를 요청했다. 청와대, 국회, 국방부, 육사 앞에서 일인시위도 했다. 다행히 김 중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 출신 김정권 의원(당시 한나라당)이 취지에 공감해서 대표 발의를 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 중에서는 모두 34명이 서명을 했는데, 5·6공 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한 분들이었다. 당시 건의안에는 여야 의원 47명이 서명을 했는데, 상정도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 자동 폐기된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여야 모두 이 문제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 사명감을 가지고 밀고 나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열의를 보여주는 의원이 없었다. 군 출신 의원들, 그 중에서 육사 출신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단 한 사람도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18대 국회에는 김오랑 중령의 육사 동기생(25기)가 세 명 있었는데 모두 비협조적이었다."

- 그 세 명이 누군가.
"당시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 권경석 의원, 민주당 서종표 의원이 그 세 명이다. 여러 차례 의원실을 직접 방문하고 내용증명으로 청원서를 보냈는데도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나마 유일하게 황진하 의원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법안에 대한 황진하 의원의 입장은 어땠나.
"2010년 10월경 의원실에서 만났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황 의원 입장은 '12·12를 군사반란이라고 보는데 동의할 수 없다, 자신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대법원 판결로 군사반란으로 규정되었는데, 군사반란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떤 근거로 김 중령의 공훈을 언급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12·12를 군사반란으로 보지 않는 사람과 더 이상 논의할 수 없어서, 그쪽에 '12·12를 군사반란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 다름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건의안에서 '군사반란'이란 표현만 뺀다면 적어도 반대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 권경석 의원과 서종표 의원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나.
"그렇다. 건의안에 대한 입장 말고도 다른 질문을 같이 보냈다. 권경석 의원도 하나회 출신이었는데, 소령시절 유신사무관(기자 주 : 사관학교 출신 장교를 소정의 특채 과정을 거쳐 사무관으로 임용하는 제도, 77년부터 87년까지 총 784명의 장교가 사무관으로 채용되었다)으로 특채돼 전역했다. 그 후 권 의원은 내무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김 중령의 부인 백영옥씨가 1991년 6월 의문의 추락사를 당했을 때, 관할 구청장인 부산 영도구청장으로 있었다. 그래서 사건 관련 질문서를 보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서종표 의원은 12·12 당시 수경사 야포단 작전과장을 했는데, 장태완 장군의 책에 언급이 되어 있어서 이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강창희 의장 "국회의장은 개별 법안 발의 안하는 게 관례"

 1978년 육군대학에서 교육을 받던 육사 25기 장교들. 앞 줄 왼쪽에서 첫번째 앉은 이가 강창희 소령, 두번째가 김오랑 소령.
 1978년 육군대학에서 교육을 받던 육사 25기 장교들. 앞 줄 왼쪽에서 첫번째 앉은 이가 강창희 소령, 두번째가 김오랑 소령.
ⓒ 김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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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에서 다시 건의안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 이번에 김해에서 민주통합당 민홍철 의원(예비역 육군 준장·전 국방부 고등법원장)이 당선되었는데, 이 분이 대표 발의를 해서 현재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다음 주까지 서명을 받아서 제출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강창희 국회의장에게도 건의안을 내달라고 부탁했나.
"의장 취임직후인 지난 달 말 건의안의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번에 출판될 책에 실릴 사진 중에는 김오랑 중령과 강창희 의장이 육군대학 시절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다. 편지에 이 사진 이야기를 했다. 사진 속에서 강 의장이 곁으로 오게 한 이유 중의 하나가 김오랑 중령의 뜻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후 의장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국회의장은 개별 법안에 대해 발의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하면서 건의안을 내기 어렵다고 하더라."

- 사진 얘기를 했는데, 강창희 의장과 김오랑 중령이 특별한 인연이 있나.
"육사 25기는 1·21 사태의 영향으로 임관하자마자 병과 학교를 거치지 않고 자대로 바로 갔는데, 강창희 소위는 김오랑 소위와 같이 전방의 2사단으로 갔다. 그런데 1년 후에 강창희는 수경사로 오고, 김오랑은 월남으로 갔다. 강 의장 책에는 자신이 수경사로 오게 된 이유를 '전두환 중령이 수경사 30 경비대대장을 하다가 나를 그곳으로 전입 요청을 해놓고 육군본부로 갔다'고 기술하고 있다. 두 사람은 그 후 78년 소령 때 1년 동안 육군대학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다. 아까 말한 사진이 그때 찍은 것이다."

- 강 의장이 자신의 책에 기술한 수경사 전입 부분은 하나회 출신들 간에 오고 간 인사특혜로 보인다.
"그렇다. 군에서 키워준다는 의미는 다른 게 없다. 보직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하나회는 승진이나 자리 이동 때 선배가 후배를 추천하고 밀어주는 식으로 군내 주요 요직을 독점했다."

- 더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추모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방부와 육사 정훈 교재에 김오랑 중령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이다. 정말 우리 군도 표상으로 삼을 만한 참 군인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12·12 당시 정승화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노재현 국방장관 공관이 한남동에 있었다. 며칠 전 책에 실을 사진을 찍으러 그곳에 갔는데, 국회의장 공관도 같이 있더라. 그걸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33년 전에는 합법적 명령계통을 무시하고 총칼로 군권을 장악했던 하나회 세력이 이제는 합법적으로 국회의장 공관에 들어간 셈 아닌가. 정말 세상이 왜 이러나 싶다."


태그:#하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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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