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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가 둥지를 비운 사이 낳은 뻐꾸기 알을 품어 뻐꾸기 새끼를 키울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 뱁새알 어미가 둥지를 비운 사이 낳은 뻐꾸기 알을 품어 뻐꾸기 새끼를 키울 정도로 모성애가 강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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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에 아파트 앞 공원을 산책하는데, 어미 뱁새의 소리가 요란했다. 철쭉나무 숲 옆 소나무 위에 앉은 까치를 경계하는 뱁새가 보였다. 이것은 십중팔구 인근에 뱁새 둥지가 있음을 뜻한다. 아니나 다를까 잎이 무성한 철쭉 가지를 들어 안쪽을 자세히 보니, 뱁새의 둥지가 보인다. 안을 들여다보니 하늘색의 알을 6개나 낳았다. 그런데 뱁새는 알을 들여다보는 나보다 옆 나무에 앉은 까치를 더 경계한다.

왜일까? 아마도 뱁새는 공원 안 자신의 집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는 사진만 얼른 한 컷 찍고, 자리를 떠났다. 

뱁새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텃새다. 몸집은 참새보다 약간 작으며, 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군집을 이루며 살다가 이른 봄이 되면 각자 짝을 이뤄 둥지를 짓고, 산란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지금에야 알을 낳은 것으로 보아 짝을 늦게 만난 듯하다.

뱁새의 먹이는 늦가을과 겨울, 이른 봄까지 식물의 작은 씨앗을 먹으며 생활하다, 녹음이 무성해지는 여름이면 곤충으로 먹이를 바꾼다. 작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습성 때문인지, 낮은 높이의 작은 나무에 둥지를 짓는다.      

어떻게 이런 예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사람이 손으로도 만들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건축술이 놀랍다.
▲ 뱁새 둥지 사람이 손으로도 만들수 없을 정도의 정교한 건축술이 놀랍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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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는 회색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오목눈이와의 구분을 위해 '붉은 머리 오목눈이'라고도 불리며, 이곳 화천 사람들은 '배바리'라고 부른다. 둥지 모양을 보면 신기에 가까울 정도의 건축기술에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보통 지면에서 1m~1.5m의 높이의 나뭇가지에 풀 또는 나무껍질을 이용해 둥지가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동여매듯이 짓는다. 작은 새가 부리만을 사용해 이렇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정도이다.

또한, 뱁새는 모성애가 강하다. 그러므로 뻐꾸기는 뱁새 둥지에 알을 낳아 대모로 키우는 장면이 산골에서는 어렵지 않게 목격된다.

지난해 발견한 뱁새 둥지안의 뻐꾸기 새끼, 뱁새는 자신보다 몇배나 큰 뻐꾸기 새끼를 키워낼 정도로 모성애가 대단하다 (2011.6 촬영)
 지난해 발견한 뱁새 둥지안의 뻐꾸기 새끼, 뱁새는 자신보다 몇배나 큰 뻐꾸기 새끼를 키워낼 정도로 모성애가 대단하다 (2011.6 촬영)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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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 뱁새는 뻐꾸기로부터 목격되지 않았는 지 6개의 알을 가지런히 낳았다. (대부분 산새들이 그렇지만) 뱁새도 하루에 한 개씩 알을 낳기 시작해, 6일 동안 6개의 알을 낳고 14일 동안 암수가 번갈아 품어 새끼들을 부화시킨다.

사진으로 보는 어린 뱁새의 성장기

어미 새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발견 당시 알 모습과 2주 후 갓 부화한 모습, 그리고 둥지를 떠나기 전과 둥지 밖으로 나온 새끼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공원옆 소나무에 앉은 까지를 경계하는 뱁새 어미 소리가 요란하다. 인근에 둥지가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를 뜻한다.
▲ 2012. 6. 9 공원옆 소나무에 앉은 까지를 경계하는 뱁새 어미 소리가 요란하다. 인근에 둥지가 있으니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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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쭉나무숲을 자세히 보니 역시 6개의 알을 낳은 둥지가 보인다.
▲ 2012. 6. 9 철쭉나무숲을 자세히 보니 역시 6개의 알을 낳은 둥지가 보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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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뒤 다시찾은 뱁새 둥지 안에는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오물거린다. 알껍질은 천적을 경계해 어미가 물어 멀리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 2011. 6. 23 2주 뒤 다시찾은 뱁새 둥지 안에는 갓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오물거린다. 알껍질은 천적을 경계해 어미가 물어 멀리 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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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새끼들은 보다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뱁새 새끼들은 보다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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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다시 찾은 뱁새 둥지안은 몸집이 커져버린 새끼 때문에 비좁기만 하다. 2일 정도 후면 둥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 2011. 6. 29 일주일 뒤 다시 찾은 뱁새 둥지안은 몸집이 커져버린 새끼 때문에 비좁기만 하다. 2일 정도 후면 둥지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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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뱁새 둥지. 6마리의 새끼들이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 2012. 7. 1 텅빈 뱁새 둥지. 6마리의 새끼들이 모두 어디로 떠났을까!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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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둥지로 부터 10여m 떨어진 철쭉 숲에서 새끼 한 녀석을 찾았다. 작별 인사라도 하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넝쿨 숲으로 숨는다. 새끼들이 둥지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는 새끼들을 밖으로 유도해 나는 연습과 곤충 잡는 법을 가르친다.
▲ 2012. 7. 1 빈 둥지로 부터 10여m 떨어진 철쭉 숲에서 새끼 한 녀석을 찾았다. 작별 인사라도 하려는 듯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넝쿨 숲으로 숨는다. 새끼들이 둥지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어미는 새끼들을 밖으로 유도해 나는 연습과 곤충 잡는 법을 가르친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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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으로 가까이 날아 온 어미 뱁새도 별다른 경계를 보이지 않는다. 세번의 방문으로 내가 자신의 시끼들을 해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내 옆으로 가까이 날아 온 어미 뱁새도 별다른 경계를 보이지 않는다. 세번의 방문으로 내가 자신의 시끼들을 해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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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천, #뱁새, #배바리, #붉은머리오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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